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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테크]잠 못 드는 대한민국, 수면산업이 뜬다

2017-06-30강동식 기자

 

 어릴 적 귀가 따갑게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잠이 보약’이 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을 걱정 없이 편하게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밀려드는 일과 약속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고 그 때마다 가장 손쉬운 선택은 잠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일상화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최대한 잠을 줄이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표어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피로사회에 대한 반성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면의 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몸은 열심히 일하고 잠을 줄이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있어 시간이 주어져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불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숙면을 통해 개운하고 활기찬 하루를 맞기 위해서도 기술이 필요한 환경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따라 숙면을 돕는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수면클리닉을 비롯해 숙면을 위한 서비스 또한 늘어나면서 수면 관련 분야가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다.

현대인의 큰 숙제 중 하나인 충분하고 질 좋은 잠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슬리포노믹스(Sleep+Economics)’와 ‘슬립테크(Sleep Tech)’의 세계를 알아본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이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1시간 정도 덜 자는 것으로, OECD 회원국 중 수면시간 최하위에 올랐다.

성인들의 수면시간은 이보다 더 짧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8시간이다. 가히 수면부족 국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불면증 진료를 받은 인원이 193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잘 시간이 부족해 수면부족이 일어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김혜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부족은 단기부족과 만성부족으로 나뉘는데, 단기부족의 경우 식욕, 성욕, 집중력이 저하되고 피로감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만성부족은 대사성 질환, 우울증과 함께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하며 면역체계 혼란으로 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정서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잠은 사회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수면의학회가 2010년 직장인 554명의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등으로 노동자 1명이 1년에 711시간, 돈으로는 1500만 원 이상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수면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소인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말 수면 부족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비용이 최대 411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은 최대 1380억 달러, 독일은 600억 달러, 영국은 50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처럼 수면부족과 수면장애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노출되면서 수면 및 수면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웰빙 열풍과 함께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는 수면 관련 산업의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수면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추진하는 등 수면 관련 분야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조례안은 수면산업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5년마다 육성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또 수면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하고 국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외에 수면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화·상용화 비용과 수면산업 관련 기업 컨소시엄의 공동브랜드 개발 비용의 일부도 지원하도록 했다.

임영현 한국수면산업협회 회장은 “과거에는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노동력을 발판으로 성장하는 사회였고, 잠자지 않고 일과 공부하는 것이 찬양받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웰빙 열풍 등으로 수면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수면과 관련된 국내 시장은 2015년을 기준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같은 시기 일본은 6조 원, 미국은 20조 원 규모의 수면 관련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수면산업은 숙면유도 기능성 침구류, 숙면기능 IT제품, 숙면 테라피, 수면 클라닉, 수면보조 의료기기, 숙면 유도 및 수면개선 생활용품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등 IT 기술을 결합해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수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스라엘의 IoT 헬스케어 벤처기업 얼리센스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얼리센스와 함께 숙면을 돕는 IoT 솔루션 ‘슬립센스’를 개발했다. 1㎝ 두께의 얇고 납작한 원형 형태의 슬립센스는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면 수면 도중의 맥박, 호흡, 수면주기,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건강한 수면을 위한 조언을 제공한다. 슬립센스는 여러 종류의 스마트 가전제품과 연동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만든다.

애플은 지난 5월 수면추적기 제조업체 베딧을 인수했다. 베딧이 개발한 필름 형태의 수면추적기는 침대 밑에 설치해 사용자가 언제 코를 골고 언제 깊은 잠에 빠졌는지, 심장 박동수 등의 수면 데이터를 축적해 보여준다. 또 구글은 알파벳의 생명과학 계열사인 베릴리 등을 통해 센서로 수면 패턴 등을 추적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침실의 온·습도와 소음 등을 조절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산업의 성장세와 슬립테크 시장에 대한 관심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전시회에 처음 등장한 ‘슬립테크관’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전시관에는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선보인 IoT 기반 침대를 비롯한 침구류, 음향 시스템 등 숙면을 돕는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주로 침대 등 가구 제조사와 코웨이 등 전통적인 가전기업을 중심으로 IT 기술을 적용해 숙면을 돕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단계이며, LG유플러스신일산업과 함께 IoT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수면을 유도하는 지능형 온수매트 개발에 나서고 일부 스타트업이 슬립테크 제품 개발을 모색하는 등 ICT 기업들의 참여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영현 회장은 “수면산업 카테고리를 보면, 베게, 매트리스, 이불 등을 먼저 떠올리는데 I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IT 기술을 접목해 숙면을 돕는 제품 개발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숙면과 슬립테크, 그것이 궁금하다]

- 국내 수면질환, 왜 늘어날까?

산업화에 따른 경쟁 심화와 과도한 노동 등이 전통적으로 수면부족과 수면질환 확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최근 수면질환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고령화가 꼽힌다. 일반적으로 65세가 넘으면 코를 골고 무호흡증 발생도 늘어나게 되는데, 노인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수면질환을 호소하는 비중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의사들이 수면의학에 눈을 뜨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의사들이 수면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고, 종합병원의 상당 수도 수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수면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참고 넘어갔을 수면질환을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 수면시간 부족을 수면의 질로 만회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모두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깊게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수면시간을 수면의 질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수면시간의 부족을 수면의 질로 완전히 만회할 수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다른 적정 수면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 패턴은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어느 시간에 잠들고 깨야 숙면을 취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가급적 이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 수면 관련 앱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을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대략의 수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으며, 파악된 패턴은 전문가의 분석을 거쳐 개선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센서가 뒤척임 등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수면시간과 패턴을 측정하는 경우 움직임을 과도하게 측정해 실제 수면의 질보다 나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코골이 측정의 경우 소리로 측정하게 되는데 무호흡증 등을 잡아내지 못해 수면의 질을 실제보다 너무 좋게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도움=김혜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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