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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문재인 정부 ICT 거버넌스와 당면 과제

4차 산업혁명 시대 ICT 경쟁력 복원해야

2017-05-28강진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3월 2일 서울 구로 지밸리컨벤션에서 열린 ‘ICT 현장 리더들과의 대화’ 간담회에 참석해 ICT 지원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의 거버넌스 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부가 ICT와 과학 분야를 중시했던 만큼 문재인 정부 역시 ICT, 과학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설했던 미래창조과학부의 개편과 역할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벤처부 신설과 과학기술 총괄부처를 공약한 만큼 미래부 개편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신설 부처가 ICT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 조직의 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너무 자주 바뀐 ICT 거버넌스

우리나라에서 정보통신 업무는 1948년 설립된 체신부가, 과학기술 분야는 1967년 설립된 과학기술처가 맡았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해 ICT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김대중 정부는 전 정부의 정보통신부 체제를 승계하고 ICT 발전에 노력해 2000년대 초반 ICT 발전기를 열었다. 김대중 정부는 또 1998년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했다. 노무현 정부는 정통부와 과기부 체계를 그대로 이었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송위원회를 개편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신설했다. 정보통신부의 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됐다.

과학기술부 역시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돼 교육과학기술부가 신설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정보통신부 해체로 ICT 업무가 분산되면서 ICT 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ICT 산업이 위축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3년 3월 정부 조직을 개편해 각 부처에 분산된 ICT 업무를 모으고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를 통합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출범시켰다. 미래부는 출범 초기 ICT 역량 강화와 ICT와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나 ICT 강화 정책은 의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창조경제’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ICT 융합 정책을 추진하고 대기업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돼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같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게임 산업을 규제하고 사이버보안 강화에 실패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ICT와 과학기술의 시너지 효과도 의도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 실패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한국은 스위스 경영대학원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지난해 29위를 차지했다. 2012년 22위에서 7단계나 하락한 수치다.

한국의 연구자, 과학자들이 국가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는 IMD 조사에서 2012년 23위에서 2016년 34위로 급락했다. 기업의 요구에 대한 통신기술의 충족도에서 한국은 2012년 4위에서 2016년 12위로 낮아졌다. 또 기술규제의 기업발전 및 혁신 지원 정도는 37위에서 43위로, 사이버보안이 기업에서 적절히 다뤄지는 정도는 23위에서 45위로 하락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등 첨단 기술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현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특히 변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SW·ICT총연합회 결성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및 ICT 분야 77개 협회, 학회 등이 결성한 한국SW·ICT총연합회는 지난 3월 31일 SW·ICT 독임부처 신설 등 11개 정책을 차기 정부에 건의했다. 연합회는 여러 부처로 쪼개진 SW·ICT 정책 채널을 일원화하고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ICT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과학기술 독립부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관련 업무를 재조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활동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ICT 거버넌스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ICT 거버넌스가 대선 공약을 큰 틀로 삼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이 직접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혁신하는 것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 제도, 정책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구현하고자 하는 ‘스마트 코리아’ 추진에도 위원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와 기업, 국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위원회는 민관 합동 조직 형태로 구성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명확한 공약 사항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에 벤처, 창업 지원 업무를 통합해 중소벤처기업부를 확대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부의 벤처, 창업 관련 업무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진흥 공약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행정체제 정비도 약속했다. 고위험을 수반하는 기초 원천 분야의 도전적 연구개발을 통합적으로 기획 수행하는 과학기술 총괄부처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공약집을 보면 과학기술 총괄부처의 연구개발 관련 예산권한을 강화하고 해당 부처에 이공계 전문가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래부에 포함된 과학기술 업무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직제를 개편하면서 과학기술보좌관을 신설, 과학기술 정책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따라서 미래부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분리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부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ICT 업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정부와 지자체 소유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서비스, 기술 개발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보안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주도가 아닌 독자적 사이버 보안전략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적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역할 조정과 새 조직 구성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양한 ICT 공약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ICT 르네상스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5G 네트워크 조기구축을 비롯해 ICT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소프트웨어(SW)산업의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ICT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제도와 규제도 개선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화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런데 미래부와 ICT 부처 개편 등에 관한 공약은 없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 총괄부처 설치를 공약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다만 부처별, 분야별 단편적 전략에서 벗어나 국가 기술, 산업,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범정부 차원의 혁신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부의 벤처 업무와 과학기술 업무가 분리돼 ICT에 초점을 맞춘 부처로 바뀔 수 있다. 이전의 정보통신부 역할을 하는 부처가 만들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로운 ICT 부처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하면서 정책을 실행하고 부처 간 협력을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산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일부 기능이 새로운 부처로 이관될 수 있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미래부를 ICT 혁신 부처로 개편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지난 4월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SW·ICT총연합회 간사인 박진호 숭실대 교수는 “부총리급 선임 부처로 융합혁신부를 신설할 수 있다”며 “융합혁신부는 미래부 2차관실 업무와 산업통산부의 임베디드, 로봇, 이러닝 업무,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디어진흥과 개인정보보호 업무,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업무, 행자부 개인정보보호 업무 등을 통합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ICT 혁신 기능을 모아 디지털경제부(가칭)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한성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네이버 대표)은 최근 새 정부에 바라는 글을 통해 “혁신 산업을 바탕으로 국가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새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며 디지털경제부 신설을 주장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경제부 신설은 협회 차원의 의견으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캠프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국민을 파트너로 봐야

새로운 ICT 거버넌스의 관건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얼마나 잘 대비하는지 여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저하된 ICT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과 기술 경쟁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ICT 거버넌스는 추진력과 조율 능력을 겸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협력과 조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정통부는 산업 부처들과 갈등을 겪었다. 정통부 해체 후 업무가 분산되면서 방통위와 행정안전부, 지식산업부 간에도 잡음이 많았다. 전망이 밝은 분야를 서로 차지하려고 한 반면, 문제가 생긴 분야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미래부는 방통위보다는 다른 부처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ICT 혁신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또 지금까지 정부 부처들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민간 기업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가령 특정 분야를 진흥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에게 투자를 강요하거나 센터를 담당하라고 해 볼멘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부처가 신설될 경우 다른 부처 위에 군림하거나 앞서갈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민간 기업, 전문가, 국민을 정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 보고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0호(2017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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