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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동상이몽이 쌓은 벽, 클라우드 확산 막아

클라우드 활성화 조건

2017-05-16강진규 기자

지난 1월 미래창조과학부가 2017년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시행계획에서 미래부는 올해를 클라우드 확산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클라우드 확산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믿으면 2015년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한 법이 만들어진 후 2년 만에 클라우드가 본 궤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주장이나 기대만큼 공공부문에서 클라우드 확산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정부 관계자들과 업계에서 클라우드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꼽히고 있다. 또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조달, 예산, 제도가 여전히 미흡하고 클라우드와 관련된 의료, 금융 등 영역별 법규도 상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으면 결국 클라우드 확산 정책은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확산 정책을 보는 시각차

클라우드 컴퓨팅은 가상화, 분산처리, 네트워크 등 기술을 이용해 IT 자원을 통합하고 서비스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시스템에 맞는 서버, 스토리지 등 물리적 장비를 이용해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런데 가상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가령 과거에는 2대의 서버로 2개의 시스템을 운영해야 했는데 가상화로 2대의 서버에서 3~5개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비용을 절감해 준다.

이에 따라 전 세계 IT 환경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 클라우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2015년 3월 제정돼 그해 9월부터 시행됐다. 이법에 따라 정부는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발표하는 성과에 대해 현장에서는 괴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클라우드 확산이 잘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미래부와 행정자치부는 지난 1월 공공부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수요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조사에 응답한 733개 기관 중 119개 기관(624개 시스템)이 이미 클라우드를 도입, 운영 중이며, 188개 기관(984개 시스템)이 신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2017년부터 클라우드 도입, 전환 예정인 984개의 시스템 중 83개 기관(297개 시스템)은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한다. 그런데 85개 기관(428개 시스템)은 자체 클라우드를, 42개 기관(200개 시스템)은 정부의 G-클라우드를 이용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클라우드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 내부 전산자원만을 통합해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KT,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제공하는 외부 전산자원을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그리고 두 가지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나눌 수 있다. 국내 공공부문에서는 여기에 행자부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정부 전산자원을 통합해 제공하는 G-클라우드도 있다. 서비스 종류에 따라서는 클라우드 인프라(IaaS),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aaS), 클라우드 플랫폼(PaaS)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 모든 클라우드를 하나의 클라우드로 해석해 정책을 펼치고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자고 하는데 퍼블릭 서비스를 하는 기업도 있지만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는 기업도 있다”며 “프라이빗, 퍼블릭, G-클라우드 모두를 클라우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전산 통합, 가상화 수준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클라우드를 한다고 해서 퍼블릭 클라우드로 생각했는데 자체 구축을 포함하고 있었다”며 “물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전산 통합이고 가상화이지 클라우드로 볼 수 있는 규모인지 모르겠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의 의미와도 다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 차이는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부처, 기관 직원들은 클라우드의 의미를 전산자원의 효율적 활용으로 생각하며 자체 클라우드를 선호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 공무원들은 G-클라우드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체 클라우드에 비해 규모가 커서 더 효율적이면서 정부가 관리해 데이터, 시스템 보호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감한 영역을 제외하고 공공부문도 퍼블릭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보는 공무원도 있다. 그것이 시스템 운영비용을 줄이고 클라우드 산업을 발전시키고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정부 환경에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고,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누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모든 클라우드를 하나로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다른 의미의 클라우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고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클라우드 성과 부풀리기...공공과 민간 경쟁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클라우드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일부러 클라우드 관련된 내용을 전부 클라우드 정책, 성과 발표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6년 12월 미래부는 2017년 국가정보화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도 국가정보화 예산이 총 5조2085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 중 클라우드 관련 예산은 4358억 원이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들은 이 예산이 클라우드를 사용하거나 클라우드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데 투입되는 예산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예산에는 행정자치부가 2017년 말까지 만들어지는 대구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관련 예산 1013억 원이 포함됐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장비와 솔루션을 구매하는 예산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G-클라우드에 우호적인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예산의 23%를 제3정부통합전산센터에 투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퍼블릭 클라우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엄밀히 클라우드 예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G-클라우드를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와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도 있어 더 논란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제3정부통합전산센터를 바탕으로 G-클라우드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칫 공공기관 클라우드 시장에서 G-클라우드와 민간 클라우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G-클라우드와 민간 사업자들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경쟁을 하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공정한 경쟁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공공기관들의 계획을 보면 이런 주장을 기우로만 볼 수는 없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수요조사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83개 기관이 297개 시스템에 민간 클라우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85개 기관이 428개 시스템에 자체 클라우드를, 또 42개 기관이 200개 시스템에 G-클라우드를 적용할 방침이다.

자체 클라우드와 G-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공공기관들이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관보다 많은 것이다. 정부가 클라우드를 확산한다고 펼친 정책이 민간 클라우드 업계와 경쟁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괴리감은 물론 오해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조달, 법제도 등 여전히 발목 잡아

클라우드 관련 조달, 예산, 보안, 법제도 문제도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조달청은 3월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조달체계 구축 및 고도화 연구를 시작했다. 클라우드는 서비스 개념이기 때문에 물품을 구매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하는 현재 조달체계에서는 도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 제안요청서에서 조달청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조달에 있어서도 기존의 물품이나 용역 단순 구매 계약과 상이해 업무절차, 상품 구성, 계약조건, 대금 지급 방식, 물품 목록체계 등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조달 문제는 계속 제기돼 왔다. 공공기관들이 사용하는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소프트웨어(SW) 수 백 개 업체의 제품이 등록돼 있다. 반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더존비즈온, 대신정보통신, 유엠브이기술 등 3개 업체 제품만 등록돼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스토어 ‘클라우드씨앗’을 만들었지만 구매자들은 기존 조달절차가 아니라 클라우드씨앗의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조달청에서 개선에 나섰지만 이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제 제도 개선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제정된 것이 2015년인데 2년이 지나서 연구를 진행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에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조달 제도뿐 아니라 보안 문제도 클라우드 도입에 장애가 되고 있다. 행자부와 미래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들의 클라우드 도입 기준을 마련한다며 ‘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시스템의 정보자원을 1~3등급으로 평가해 민감한 1등급을 제외한 2, 3등급 시스템의 경우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무 서비스나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시행하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통과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KT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2곳이 클라우드 인프라(IaaS)로 인증을 받았다. 공공기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적은 것이다. 현재는 클라우드 SW(SaaS)의 경우 인증을 받은 IaaS에 올라가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SaaS 인증도 따로 마련돼 인증 받은 SaaS만 사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안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판매자, 소비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보다 많은 기업이 인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 편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시스템 구축이나 장비, SW 도입은 도입이 이뤄질 때 처음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이후 일정 수준의 유지보수 예산이 들어간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처음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꾸준히 일정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 편성자들과 심의자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영역별로 다른 법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IT 업체 관계자는 “금융, 교육, 의료 등의 산업별로 클라우드 정책이 각각 달라 어떤 법규를 따라야 할지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공공 금융 부문의 경우 클라우드 정책은 미래부가 주관하며 전자정부 사업 주관 부처는 행자부다. 그러나 금융의 특성으로 인해 금융기관 운영 등에 관한 정책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관할한다. 공공 금융 기관이 클라우드 도입을 위해서는 금융위, 금감원, 미래부, 행자부 등 정책을 알고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 부문 클라우드 도입 설명회에서는 교육기관 관계자가 학교에서 클라우드 도입 방안을 물었을 때 정부 관계자들이 교육부의 클라우드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고 답변을 미루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래부와 행자부가 주관 부처임에도 보건복지부, 교육부, 금융위 등의 클라우드 도입에 대한 입장과 정책이 달라 담당자들과 클라우드 업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진짜 클라우드를 활성화시키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에 대한 정부 공무원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를 어떻게 볼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며 클라우드 활성화의 목표가 정부 효율성인지 산업 육성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형별 클라우드의 역할과 활용을 명확히 하고 적합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에 관한 단계별 법제도 개선도 고민해야 한다. 단발성 대책을 내놓고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붙은 모든 내용을 담아 성과를 부풀리기보다는 세부적이고 서비스 사용주기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9호(2017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