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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더 많이 손잡는 자가 승리”... 클라우드 합종연횡

클라우드 시장공략을 위한 합종연횡

2017-05-19강진규 기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가 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사용자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서버, 스토리지 등 장비를 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서비스 형태로 이용한다. 소프트웨어(SW) 역시 솔루션을 구매하지 않고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고 이에 해당하는 돈을 낸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IT기업들의 관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 까지만 해도 솔루션 업체들 간에는 적과 동지라는 전선과 긴장 관계가 명확했다. 기업별로 자사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늘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초기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일부 관계를 맺기도 했지만 옷 속에 칼을 감춘 악수일 뿐 각 기업들끼리 거대한 세력을 만들어 힘겨루기를 했다.

가상화 솔루션 업체 VM웨어와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시스템즈, 스토리지 기업인 EMC는 이른바 VCE 연합을 결성, 클라우드 시대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항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HP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공동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IBM은 네트워크 업체 주니퍼네트웍스와 협력을 발표했고 오라클은 하드웨어 기업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 독자적인 사업 추진의 의지를 보였다.

클라우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에 나서기는 했지만 협력의 테두리 밖의 기업은 경쟁관계로 보고 견제했다.

하지만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가 기본이 됨에 따라 기업간 관계도 바뀌고 있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보다 어떤 협력 관계를 창출할지에 더 주목하게 된 것이다. 협력 방식도 일대일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과 거미줄처럼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인프라 서비스 기업들과 SW 서비스 기업들 간 협력이 활발하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인프라 서비스(IaaS)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지만 혼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PaaS), 인프라(IaaS) 등을 모두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기는 어렵다. 인프라 서비스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기능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인프라 기업과 손잡고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과거의 경쟁사와도 과감히 손잡는 모습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출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생태계 구축 팔 걷어

시장 조사 업체인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시장 규모는 80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 아마존웹서비스(AWS) 31%를, 마이크로소프트(MS)가 11%로 차지하고 IBM이 8%, 구글 5%로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회사가 시장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어 오라클, 알리바바, 후지쯔, 세일즈포스닷컴 등 20개사가 27%의 시장을 나눠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들은 작게는 클라우드 네트워크 크게 보면 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 아래 어떤 기업과도 과감하게 제휴를 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 AWS는 협력을 통해 기능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두 기업인만큼 AWS에는 필요한 기능과 서비스들이 다양해 고객 입장에서는 필요한 것을 선택해 쓰기만 하면 된다”며 “다양한 협력을 통해 만든 환경이 AWS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AWS는 국내에서도 수백 개의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메가존, 베스핀글로벌, 비디, 솔트웨어, GS네오텍, NDS, 코오롱베니트, 포스코ICT 등의 컨설팅 파트너가 AWS로의 이전과 AWS 상에서의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또 아이지에이웍스, 그루터, 달리웍스, 안랩, SK인포섹, 에스이웍스, 엑셈, 잉카엔트웍스, 티맥스소프트, 펜타시큐리티, 한컴 등은 AWS 솔루션과 결합해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SW, 보안 및 연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솔루션 업체들과 협력해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을 제공, 고객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영림원소프트랩과 클라우드 기반의 ERP 사업 박차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왼쪽), 고순동 한국MS 대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전략은 클라우드 시대의 과감한 협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MS는 국내 클라우드 사업의 본격 추진을 위해 지난해 5월 클라우드 리전의 한국 설치를 발표했다.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데이터센터 묶음을 뜻한다. 공식적으로 리전 위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LG유플러스, LG CNS, KT 등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리전을 구축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T, LG CNS 등도 이미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다. 한국MS로서는 경쟁사와 손을 잡은 셈이다. 물론 손을 잡았다고 해서 아예 경쟁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협력과 경쟁의 미묘한 관계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한국MS가 협력 관계를 맺은 기업 중에는 그동안 경쟁 관계에 있었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 의료 분야 클라우드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제조분야에서는 LG CNS와 협력해 생산관리 솔루션에 클라우드를 적용하고 있다.

또 한국MS와 영림원소프트랩은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통해 클라우드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을 펴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한국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해 자사 SaaS 사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한국MS는 클라우드 고객확대의 효과를 얻는 것. AWS가 국내 솔루션 업체들과 함께 국내 기업들을 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한국MS 역시 국내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오픈 행사에서 IBM과 SK주식회사 C&C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버트 르블랑 IBM 클라우드 수석부사장(왼쪽 두 번째), 이호수 SK 주식회사 C&C IT서비스사업장(세 번째))

한국IBM과 SK 주식회사 C&C도 클라우드를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해 8월 두 회사는 판교에 공동 구축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가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양 사는 클라우드 영업, 마케팅에서 협력하고 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시스템통합(SI) 사업, 특히 금융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한 관계다. 그런데 클라우드 부분에서 손을 잡은 것. 두 회사는 다른 회사들과도 여러 갈래의 협력 라인을 갖고 있다.

SK C&C는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바바 클라우드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 협력은 SK C&C가 중국 등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데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M은 지난해 12월에는 소프트뱅크그룹의 국내 자회사인 에스비씨케이(SBCK)와 협약을 맺었다. SBCK는 100여 개에 달하는 IBM의 SaaS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자사의 SBCK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과거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솔루션 판매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오라클은 클라우드 보안 부문에서 삼성SDS와 협력한다고 밝혔다. 삼성SDS의 생체인증 솔루션과 오라클의 통합계정관리 솔루션을 연계한다는 것. 보안 부문에 국한된 협력이지만 오라클이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져갈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라클은 또 국내 구분회계 솔루션 기업인 소베텍과 구분회계 솔루션(CPM)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외에 총무 솔루션 전문 업체 휴먼엔시스와 페이퍼리스 이폼(e-Form) 솔루션 업체 제이씨원(JC1) 등과도 클라우드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AWS, MS처럼 오라클도 국내 솔루션 업체와 협력,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협력 나서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도 해외 기업들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IaaS 기업들과 SaaS 기업들이 손잡고 있다.

국내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 중 하나인 KT는 지난해 10월 국산 SW 업체인 티맥스소프트와 클라우드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KT의 인프라에 티맥스소프트의 SW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KT는 산업별 특화 솔루션사와의 제휴, 서비스 결합을 통해 산업별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티맥스소프트 외에도 한컴, 비트컴퓨터, 이베스트, 뱅크웨어글로벌, 핸디소프트, SAS코리아 등과 협력에 나섰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AWS와 MS 등은 클라우드에서 IaaS 뿐 아니라 다양한 SaaS, Pa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KT가 IaaS만으로 그들과 경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SW업체들과의 협력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IBM, 알리바바와 협력하고 있는 SK C&C도 SW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 C&C는 올해 2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인 틸론, 새움소프트, 달리웍스 세 곳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 C&C의 기업형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제트에 국산 소프트웨어를 SaaS 형태로 제공한다는 것. 틸론은 데스크톱 가상화 서비스, 새움소프트는 그룹웨어, 달리웍스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SK C&C는 이들 솔루션을 SaaS 형태로 제공한다.

LG CNS는 클라우드 시장을 제공하는 방식의 협력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회사는 2015년 10월 백화점 방식의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 ‘매시업플러스’를 선보였다. SW 업체들이 LG CNS가 운영하는 매시업플러스에 입점해 SaaS를 제공하는 것으로 토마토시스템, 나일소프트, 마크애니, 이수시스템, 트리니티소프트, 락인컴퍼니, 솔미놀 등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참여했다.

토종 클라우드 업체인 이노그리드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통해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빅데이터 부문에서 와이즈넛, 오피스 SW 부문에서 인프라웨어, 국산 서버 부문에서 이트론, 보안 부문에서 SK인포섹, 펜타시큐리티 등과 협력하고 있다.

국산 SaaS 기업들은 IaaS 기업들과 손을 잡고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한국MS외에도 비즈플레이, 다우기술 등과 협력하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KT 등과 사업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컴 역시 KT와 협력해 공공 및 교육 시장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오피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사업협력은 앞으로도 당분간 활발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이런 협력 관계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SaaS 기업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9호(2017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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