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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세 기획(2)]"4차 산업혁명 안착 위해 로봇세 필요"

이래서 로봇세 찬성한다

2017-04-11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세의 질서가 무너지고 아직 근대적인 이성이 자리를 잡지 않은 과도기를 살다간 토마스 무어는 모직산업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수백 년간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토지로부터 쫓겨나고 기존의 농지는 양치는 목장으로 바뀌어가는,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양이 사람(농민)을 잡아먹는다”고 한탄을 했다.

동시에 도시로 쫓겨난 농민 출신의 노동자들이 현실에 대항할 아무런 수단도 보호장치도 없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경계선에서 몸부림을 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흥부자들의 지나친 사치와 탐욕이 활개 치는 사태를 접하면서 이 모든 불행과 모순의 원천은 돈벌이에 휘둘린 사적 소유제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사유제 폐지를 생각했다. 

토마스 무어가 ‘유토피아’(1516년)를 쓴 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로봇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IT 혁명의 기수로 불리는 빌 게이츠는 향후 20년 내에 인공지능(AI)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한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고 인공지능의 상징이 로봇이다. 게이츠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 부족을 보충하면서 동시에 자동화의 확산을 늦춤으로써 사회가 로봇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세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일자리에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 영향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역사가 보여줬듯이 기술 진보로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보다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틀린 주장이 아니다. 


서비스 일자리 급감, 초양극화 도래

그러나 게이츠를 포함해 많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주장하듯이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주도하는 노동력 대체는 20세기의 경험과는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IT를 중심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이 반복적인 정형화 업무(routine tasks) 등 중간 소득 일자리를 축소시켰다면,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산업, 특히 서비스 부문 일자리에 충격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일자리의 미래와 관련해 향후 2020년까지 없어질 일자리를 716만5000개로 추산했는데, 그 중 70% 이상이 서비스업 분야였고, 나머지가 제조생산과 건설채굴 분야였다. 물론 새롭게 만들어질 일자리 대다수가 서비스업 일자리지만, 없어지는 서비스업 일자리의 약 40%, 전체 없어질 일자리의 약 28%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동안 일자리 양극화(소득 양극화) 속에서 양산됐던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 대부분이 없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초양극화’의 도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버라는 새로운 수익사업 모델의 등장으로 만들어진 우버 기사는 저소득 일자리인데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우버 기사도 조만간 없어질 운명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 진보는 새로운 일자리 및 수익사업을 만들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잠재성에 맞게 사회적 관계의 혁신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즉 산업혁명은 단순히 몇몇 산업이 갑자기 등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이데올로기), 그리고 제도와 법 등 사회적 혁신들의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교육방식을 포함한 교육혁명을 요구한다. 현재의 교육방식이나 대학 제도 등은 산업사회의 유산이다.

전 세계적인 청년실업의 문제는 바로 탈공업화라는 현실과 산업사회식 교육제도 간의 미스매치에서 비롯한다. 즉 새로운 기술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회질서의 도래는 시간이 걸린다.

토마스 무어가 살았던 과도기가 수백 년이나 됐듯이 4차 산업혁명이 자리를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혁신들이 진행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도기동안 노동시장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즉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노동의욕이 있어도 점점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노동력이 조건부 임시고용 노동자 혹은 고용 관계가 적용되지 않는 독립적 계약자 등으로 진화하면서 고용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만 부과하는 최저임금이나 초과근무 규칙, 노조결성권 등의 보호장치가 의미를 상실한다.

로봇세나 기본소득의 도입 필요성이 사회안전망 확보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배경이다. 

로봇세가 아니라도 대규모 실업의 전통적 대책들인 실업보험이나 실업부조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 수밖에 없고, 그 재원은 결국 노동비용 절감에 따른 생산성이나 소득이 증가한 부문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세금 구조는 크게 재산세, 소득세, 소비세 등으로 구성되기에 로봇 도입으로 만들어진 소비세, 소득세, 재산세의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소비세의 대표적 세금인 부가가치세의 경우 계속적·반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경우 부과 대상이 된다. 마찬가지 차원에서 로봇의 주인이 세무신고 납부를 대행하는 것이다.

재산세의 경우도 자동차에 자동차세가 부과되고 자동차 소유주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처럼 자율주행자동차에 로봇재산세를 부과하면 된다. 단지 저가 자산의 경우 기본공제를 적용하듯이 고가 자산의 로봇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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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노동의욕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또 노동력이 임시고용 노동자 등으로 진화하면서 최저임금, 노조결성권 등의  기존의 보호장치가 의미를 상실한다. 로봇세나 기본소득의 도입 필요성이 사회안전망 확보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배경이다. 

 

소득세도 현재 대상은 자연인과 법인으로만 구분되기에 로봇 자체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가 가장 진화된 자율 로봇에게 ‘특수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인간’이란 법적 지위의 부여를 적극 권고하고 있듯이 로봇에게 법적 지위만 부여하면 소득세 부과도 문제가 없다.

유럽의회가 로봇 제조자에게 로봇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반대한 것도 로봇의 기술 혁신에 장애물을 만들어서 안 된다는 것이지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의 재훈련이나 지원 등에 필요한 자금의 마련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로봇의 개발과 배치를 위한 윤리적 틀과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로봇의 행동(사용)에 대한 책임의 틀을 확립하는 것과 별개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세금 문제와 함께 기본소득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배경도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성장해도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4차 산업혁명이 지속가능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부연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결코 기술이 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변화가 아니다. 반면, 기술혁신에 적응하기 위한 법이나 제도 등이 확립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일자리 대충격이 도래할 수밖에 없는 과도기를 잘 관리해야만 4차 산업혁명 또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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