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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피플]아이폰 해킹한 천재, 테슬라에 도전장 내다

자율주행차의 이단아 조지 호츠

2017-04-12장길수 IT칼럼니스트

자율주행차의 이단아 조지 호츠

 

최근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이단아가 있다. 어린 나이에 천재적인 해커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지 호츠(George Hotz)’다. ‘지오핫(geohot)’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7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17세) 세계 처음으로 아이폰을 해킹하면서 일약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애플은 아이폰을 이통통신사업자인 AT&T를 통해 독점 공급했는데, 다른 통신사업자 가입자들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언락(unlock)’하는 데 성공한 것.

그가 유튜브에 ‘세계 최초의 언락 아이폰’을 공개하자 순식간에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어 철벽 보안을 자랑했던 소니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마저 그에게 해킹당하면서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자동차와 로봇에 빠진 어린 천재

많은 해커가 그렇듯 그 역시 자유분방한 기질을 타고 났고, 방랑벽도 있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자동차와 로봇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12살에 벌써 장난감 자동차 ‘바비 지프(barbie Jeep)’의 와이퍼용 모터와 액셀레이터를 조작해 리모컨으로 원격 조정하는 실력을 보여줬고, 14세에는 인텔이 주최하는 ‘국제 과학 엔지니어링 페어(Intel International Science & Engineering Fair)’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집안 내부를 스캔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으며, 생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로봇 ‘뉴로파일럿(Neuropilot)’을 만들기도 했다.

2007년에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설계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천재적인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007년 아이폰 해킹 이후 그는 대학과 여러 글로벌 기업을 전전했다. 조지 호츠의 다채로운 이력을 ‘코딩 방랑자(coding vagabond)’라는 말로 표현한 매체도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로체스터공과대학에 진학했으나 금방 그만뒀고, 구글에서 5개월간 인턴을 하면서 구글 스트리트뷰 관련 카메라 제작에 참여했다. 또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항공업체인 스페이스X에서 4개월, 페이스북에서 8개월 근무했다.

여러 기업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관심 사항이나 태도가 기업의 조직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고급 개발자들이 웹브라우저 버그를 잡거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광고를 더 많이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관해 연구하는 것을 보고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루팅툴인 ‘타월루투(towelroot)’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5000만 이상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으며 다양한 해킹 대회에 참가했다.

구글 주최 해킹대회인 ‘포니엄(Pwnium)’에서 크롬북을 해킹해 15만 달러의 상금을,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버그 발견으로 ‘폰투오운(Pwn2Own)’에서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2014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해킹대회인 ‘시큐인사이드’에 홀로 출전해 3만 달러를 받은 적도 있다. 

해킹 대회 참가에 싫증이 날 무렵 그는 인공지능에 눈을 떴다. 박사학위를 받겠다는 생각에 카네기멜론대에 들어갔으나 학업이 없는 시간은 대부분 인공지능 분야 연구논문을 읽는 데 썼다.

하지만 정작 그는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이 고등학교 시절 만난 사람보다 별로 똑똑하지 않았다며 대학 교육과 경험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바이케리어스(Vicarious)’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해커가 자율주행차 개발한다고?”

한동안 뜸했던 그에 관한 소식은 2015년 9월 ‘콤마닷에이아이(Comma.ai)’라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스타트업을 설립하면서 다시 전해지기 시작했다.

“해커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고? 이건 또 무슨 일이지”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사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조지 호츠는 2015년 12월 블룸버그 기사를 통해 자신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기술을 소개해 조명을 받았다.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두고 자신의 집 차고로 블룸버그 기자를 불러내 자신이 뚝딱 만든 반자율주행차를 보여주고, 기자와 동승해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자동차는 아큐라(Acura) ILX 차량에 라이더와 카메라를 탑재해 변조한 것이었다. 대시보드와 기어변속 장치 부분에는 21인치 대형 모니터와 조이스틱이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천재 해커의 객기 정도로 인식될 수 있었다.

조지 호츠는 2016년 9월 ‘테크 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기존의 자동차를 반자율주행차로 바꿔주는 자율주행 하드웨어(HW) 키트 ‘콤마 원(Comma One)’을 2016년 말 애프터마켓용으로 999달러에 판매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전격 공개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처럼 성능이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자동차를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반자율주행차로 바꿔준다는 것은 분명 한 획을 긋는 일이었다.

 

콤마닷에이아이의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이 같은 그의 계획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제품 안전성에 관한 정보 제출을 요구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의 해커 본능이 발동했다. ‘콤마 네오(Comma Neo)’라는 하드웨어 설계도면과 반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오픈파일럿(OpenPilot)’을 개발자 포털인 ‘깃허브(Git hub)’에 전격 공개해버린 것. 오픈소스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라면 누구든지 SW와 도면을 내려받아 자신만의 반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지 호츠가 개발한 ‘오픈파일럿’은 기능상 아직 다른 회사의 수준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 빨간 신호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360도 전방향 시야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능은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모드인 ‘오토파일럿 7’ 정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8’을 공급하고 있다. 조지 호츠도 자신의 반자율주행 SW가 운전자의 ‘보조자(co-pilot)’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조지 호츠는 왜 오픈파일럿과 콤마 네오의 설계도면을 공개했을까? 조지 호츠는 자신의 시스템이 ‘안드로이드’처럼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개방적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가 애플의 ‘iOS’라면 콤마닷에이아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시스템이라는 것.

결국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자신의 개방적인 오픈소스 전략이 테슬라와 같은 독립적인 생태계 전략을 압도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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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호츠는 하드웨어 자율주행 관련 설계도면과 소프트웨어를 개발자 포털에 전격 공개해버렸다.

오픈소스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라면 누구든지 내려받아 자신만의 반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 조지 호츠와 테슬라의 창업주인 엘론 머스크는 처음에는 우호적인 관계였다. 조지 호츠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MobilEye)보다 성능이 우수한 자율주행 SW를 개발해 테슬라 측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두 사람의 입장 차이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조지 호츠는 자신의 사무실에 엘론 머스크의 사진을 다트판으로 만들어놓고,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하면서 번호판에 엘론을 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FUELON’이란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조지 호츠와 테슬라 자동차는 최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지 호츠가 테슬라의 ‘모델S’ 구입을 위해 예약금까지 지불했으나 구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테슬라 모델S를 구입하려고 하자 테슬라자동차 법무팀이 전화를 걸어 지적재산 절도 행위가 불법이라는 얘기를 했다는 것.

실제 조지 호츠는 테슬라 차량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대신 오픈파일럿을 설치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지 호츠가 개발한 반자율주행SW '오픈파일럿

 

아무튼 조지 호츠가 관련 HW와 SW를 공개하면서 향후 개발자들이 다양한 차량에 반자율주행 모드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콤마닷에이아이의 반자율주행 SW는 혼다와 아큐라 차량만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자동차에 탑재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지 호츠는 “우리가 자율주행차의 안드로이드라고 한다면 이제는 삼성전자, 샤오미 같은 기업들이 속속 탄생할 시점”이라며 그 때 비로소 이윤 창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호츠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더 두고 봐야할 일이다.

 

자율주행차도 DIY 시대 열리나

자율주행자동차 스타트업 콤마닷에이아이가 반자율주행 SW인 오픈파일럿의 소스코드와 HW 키트인 콤마 네오의 설계도면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자율주행차 분야에도 DIY(Do-It-Yourself) 바람이 불어오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DIY 시대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전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자동차를 낮은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네브라스카대 재학생인 브레번 조겐슨(Brevan Jorgenson)은 조지 호츠가 공개한 반자율주행 SW와 콤마 네오의 설계도면을 활용해 올해 초 자신의 혼다 시빅 자동차를 반자율주행차로 전환해 화제를 모았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 테슬라자동차의 반자율주행 모드인 오토 파일럿과 유사한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그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오픈소스 SW를 내려받고, 3D프린터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부품을 활용해 자동차 룸미러 부분에 부착하는 자율주행 디바이스를 제작해 반자율주행차를 테스트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단돈 700달러 정도. 연구개발조직과 자본력이 전혀 없는 대학생이 반자율주행차를 제작한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네브라스카대 재학생이 만든 반자율주행 기기

 

이 같은 움직임은 일회성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테슬라자동차 출신인 매트 슐위츠(Matt Schulwitz)가 창업한 네오드리븐(Neodriven)이란 스타트업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조지 호츠가 공개한 콤마 네오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SW를 설치할 수 있는 HW를 발표했다.

그는 3D프린터와 시중 부품을 활용해 네오 시작품을 제작하고, 오픈파일럿을 설치한 후 라스베이거스 시내 도로를 1시간가량 주행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현재 네오드리븐은 이 HW를 1495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매트 슐위츠는 네오드리븐이 콤마닷에이아이나 조지 호츠와는 상관없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지 호츠 역시 자신과 네오드리븐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네오드리븐 측은 단지 자동차에 얹을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컴퓨터를 제공할 뿐이라며 자신들의 HW에 오픈파일럿이 아닌 다른 SW를 설치해 반자율주행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매트 슐위츠는 앞으로 콤마닷에이아이의 깃허브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규모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오픈소스 내비게이션을 만들거나 자동차 사고 시 가족이나 911 비상전화로 긴급히 연락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콤마닷에이아이 기반의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1년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세바스천 쓰룬(Sebastian Thrun)이 설립한 온라인 교육업체 유다시티(Udacity)의 행보도 주목을 끌고 있다. 유다시티는 자율주행차 제작을 위한 나노학위과정(Nanodegree)을 개설한데 이어 최근 자율주행차 관련 시뮬레이터를 오픈소스로 깃허브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주행 기록 데이터, 딥러닝 모델, 카메라 마운트 등 기술이 포함돼 있다. 유다시티는 이와 함께 중국의 자동차 공유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Didi Chuxing)과 공동으로 1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유다시티의 자율주행차 코드에서 동작하는 자율주행차 프로그램 챌린지 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개발자들의 독자적인 자율주행차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경쟁을 부추기고 중장기적으로는 DIY 열기를 확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