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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획]상용화 놓고 친자율주행 지원경쟁

2017-04-17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KEY POINT 

자율주행차에 대한 각국의 접근방식은 미국과 같이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진흥 또는 규제하려는 태도와 영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이 현행 법제도 하에서 자율주행차의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법제도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태도로 나뉜다. 또 자율주행차에 대한 각국의 입법 대응은 시험주행을 넘어 상용주행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유신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말이 습관적으로 천관녀의 집으로 향했고, 잠이 깬 김유신이 칼을 빼어 말의 목을 내리쳐 죽였다는 일화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처럼 애초에 인류가 이용한 ‘탈 것(vehicle)’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존재였지만, 칼 벤츠(Karl Friedrich Benz)가 말한 ‘말 없이 달리는 마차’가 발명되면서부터 인류의 탈 것은 운전자(driver)가 운행을 통제하는 것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즉 ‘1949년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제네바협약)과 ‘1968년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비엔나협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자동차·도로교통법제는 증기자동차(1771년)와 가솔린엔진 자동차(1886년)가 첫 선을 보인지 불과 250여 년의 시간동안 운전자를 절대적 요소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이른바 지능정보기술 또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적극적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제어되는 탈 것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도로교통법제는 운전자(마부)가 항상 자동차를 제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마부 없이 달리는 차’를 상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주행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정책과 법제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각국의 접근방식은 미국과 같이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진흥 또는 규제하려는 태도와 영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이 현행 법제도 하에서 자율주행차의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법제도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태도로 나눌 수 있다.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규율방안 입법

미국의 경우 2011년 네바다주에서 최초의 입법이 이뤄진 뒤로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미시건주 등에서 주 차원의 입법이 이뤄졌다.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 등과 같이 자율주행차에 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규율방안을 입법한 사례가 있는 반면, 노스다코타주, 루이지애나주와 같이 관련 연구의 근거 마련 또는 용어정의 수준에 그치는 입법사례도 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각 주의 입법은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금지하지는 않으나 대부분 면허가 있는 운전자, 즉 인간으로서 판단할 수 있는 운전자의 존재를 가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특별한 경우에는 반드시 착석을 요구하고, 그밖에 시험운행을 위한 자율주행차의 승인요건, 자율주행기술의 적합요건 등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1년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차에 관한 최초의 입법이 이뤄졌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2015년 네바다주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미국 연방정부는 자율주행차에 관한 연방입법에 대해 적극적이라고 보기 어려웠으나 각 주별로 많은 편차를 보이는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산업계 등의 입법 요구가 강해지자 입법을 고려하게 됐다.

2013년 5월 ‘자동화된 자동차의 안전주행에 관한 지침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하는데 그쳤지만, 2016년 9월 ‘연방 자율주행차 정책’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법적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의 초안에 불과하며, 향후 기술 혁신, 경험 축적, 공공 의견 수렴 추이에 따라 정기적 개정 작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1차 개정안은 2017년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를 통해 HAVs(Highly Automated Vehicles)의 안전한 시험과 출시를 위한 자동차 성능 가이드 라인(Vehicle Performance Guideline)과 HAVs의 안전한 시험 및 출시를 위해 NHTSA가 행사할 수 있는 현행 규제도구(NHTSA’s Current Regulatory Tools), HAVs의 발전 속도, 복잡성, 신규성을 고려해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수단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운전자가 아닌 차량장치가 주행을 담당한다면 관련 권한은 NHTSA에게 있음을 밝힘으로써 HAVs 관련 정책과 규제 일반에 대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역할을 명확히하고, 주 차원의 무분별한 입법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연방 자율주행차 정책


 

영국, 주행 중 운전자 책임 확인

영국은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부터 무인자동차(Full automation)의 운행까지 점진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 기존 법제에 대한 상세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차례의 ‘무인자동차로 가는 경로(The Pathway to Driverless Cars)’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자율주행차 관련 프로젝트의 체계적 진행을 위해 단계별로 정책을 수립·진행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법률개정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현재의 기술력에 따라서 안전하게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논의는 완전한 자율주행차(full driverless car) 단계 이전의 운행단계로, 주행동안 운전자의 책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3차례에 걸쳐 발표한 ‘무인자동차로 가는 경로’ 표지

 

프랑스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도로교통의 안전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새로운 산업육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장기적인 대안으로서 자율주행차를 고려하고, 장애인 및 노령자와 같이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편의제공 등 공익적 측면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를 도로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일본 국내법 상 운전자가 핸들, 브레이크 등의 장치를 확실히 조작할 것이 요구되므로 운전자가 가속·조향·제동에 관여하는 단계는 현행 법제도에서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반면, 운전자가 핸들, 브레이크 등 가속·조향·제동장치에 관여하지 않는 단계의 자율주행차는 현행 도로교통법 상 운행을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법률의 제·개정 등 입법적인 조치에 앞서 행정지도적 성격의 ‘자동주행시스템에 대한 공도실증실험을 위한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부분적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을 실시함에 있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운전자가 탑승해 운행을 제어할 수 있는 부분적 자율주행차는 각국의 법규제 범위 내에서 운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미국의 일부 주의 입법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발전단계에 따라 점진적·체계적·단계별 검토와 정책 수립,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도 각 주의 상황과 정책적 판단의 차이로 편차를 보이는 개별입법 동향에 대해 연방정부가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국제규범의 틀에서 벗어나 독단적으로 이뤄지는 급진적 입법은 억제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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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지 못하도록 하는 우리나라의 적기법은 무엇인지를 선별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자율주행차에 대한 각국의 입법적 대응태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종전 법제도의 틀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해석적 접근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험주행에 한정하지 않고 상용주행도 고려하고 있다. 셋째, 자율주행기능이라는 신기술의 도입·적용에 따른 우려의 불식과 위험성 예방을 위한 대응으로서 현 시점에서 적용 가능한 정부 정책을 제시하거나 지침 또는 가이드라인 등의 연성규범을 마련한다. 넷째, 자율주행기술 또는 자율주행차의 발전단계와 분야별로 요구되는 법제도 개선수요에 대한 검토를 통해 순차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자동차관리법’에 자율주행차의 법적 개념을 명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시험·연구 목적으로 운행하려는 경우에는 임시운행허가의 기간을 5년 이내로 정하고,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허가에 필요한 안전운행 요건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허가와 관련해 자율주행차 안전운행을 위한 세부요건 및 확인방법 등에 대한 세부사항을 정하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국토부 고시)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즉 2020년에 자율주행차(레벨 3)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로 제시하고, 2015년 8월에 성문법률에 자율주행차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입법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첫째, 그 대상이 되는 자율주행차의 개념적 명확성이 부족하다. 지금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운행의 전부’가 스스로 가능한 경우로 한정하는지 또는 ‘운행의 일부’가 스스로 가능한 경우를 폭넓게 포함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운행의 일부가 스스로 가능한 경우를 포함한다면 자율주행차 논의 이전부터 적용돼 오던 ‘자동차 운행 안전장치’와 법률적으로 구별하기 어렵고 ▲본래 자동차의 운행조작은 승객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율주행차의 개념적 요소에 ‘승객의 조작 부존재’가 포함돼야 하는지 의문이고 ▲승객이 해당 자율주행차의 운행 조작에 참여하는 경우에 조작자인 승객을 ‘운전자가 해당하지 않는 동승자’로 해석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또 자율주행차에 관한 실체적인 규정은 임시운행으로 제한돼 있고, 법률 및 이에 부속되는 행정규칙이라는 경성규범을 제·개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밖에 연성규범에 대한 논의가 약하다. 

1865년 영국은 마차를 끄는 말이 자동차를 보고 놀라서 폭주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The Locomotive Act’를 제정한 바 있다.

‘적기법(Red Flag Act)’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따르면, 자동차는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걷는 사람을 포함해 3명의 사람이 필요하고 시내주행은 시속 3㎞를 넘을 수 없다. 결국 적기법은 기술의 발전과 국민의 편익 및 후생을 외면함으로써 영국의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술변화가 자동차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고,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필요한 법제 정비는 뒤로 밀어둘 문제가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지 못하도록 하는 우리나라의 적기법은 무엇인지를 선별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솔한 입법은 돌이키기 어려운 부작용이나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술변화와 산업 발전, 국제적 논의, 그리고 사용자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할필요도 있다. 즉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제도의 발전은 신속과 신중의 두 시각이 균형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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