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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무한확장 블록체인, 구세주인가? 거품인가?

2017-03-15도강호 기자

다른 사람을 누구도 믿지 않는 상인이 있다. 모든 거래 내용을 자신만 갖고 있는 장부에 직접 확인하고 기록한다. 장부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고 자신만 열 수 있는 금고에 보관한다. 하지만 누군가 금고를 열어 장부를 조작하지 않을지, 금고가 통째로 없어지지 않을지, 기록은 정확할지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상인은 생각을 바꿨다. 장부를 복사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져가도록 했다. 장부를 가져간 사람들에게는 일정 시간마다 새로운 거래가 기록된 페이지를 제공해 기존 장부에 이어 붙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장부 내용이 맞는지 가장 빨리 계산하는 사람에게는 수고비도 지불해 장부 내용도 검증했다.

새로운 장부 관리방법으로 상인은 걱정을 대부분 해결했다. 모두 같은 장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장부만 조작한다고 거래 기록 전체를 바꿀 수 없다. 어느 한 장부를 잃어버려도 다른 장부가 있다. 많은 사람이 경쟁적으로 내용을 검증하기 때문에 오류도 금세 바로 잡을 수 있다. 상인은 여전히 누구도 믿지 않지만 장부를 공개해 오히려 가장 믿을 만한 장부를 갖게 됐다. 이 장부가 바로 ‘블록체인’이다.

누구도 믿지 않는 상인은 비단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과 같은 고민은 모든 기록 관리자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 때문에 IT 시스템은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보안을 철저히 하고 데이터의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과 자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최신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이라는 데이터베이스(DB)의 한 형태다. 분산이라는 말은 DB가 특정 컴퓨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여러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는 뜻이다. DB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블록체인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DB를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

이 때 동일한 DB를 각자의 컴퓨터에 저장한다. 하나의 DB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각각의 조각을 컴퓨터에 나눠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고, 블록체인 관리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모든 컴퓨터가 동일한 DB로 업데이트 된다.

원장이라는 말처럼 블록체인 DB는 거래 내역을 기록한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는지가 순차적으로 기록된다. 기록을 따라가면 누가 얼마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단, 기록에 오류가 없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오류가 없는 거래 기록은 거래 관리자, 특히 금융기관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거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중지불’이다. 가진 것보다 많은 것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더 갖거나 더 받으려는 기록 조작도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이중지불과 조작을 막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해킹의 위협은 끊임없이 존재하고 심지어 DB가 유실되기까지 한다.
블록체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DB 기술이다. 오류와 해킹을 막기 위해 오히려 강력한 중앙 통제권을 배제했다. DB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자유롭게 검증하도록 했다. 대신 검증 행위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지불했다. 이를 통해 다수가 검증에 참여하고 검증을 통과한 블록체인 기록은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제안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신의 제안을 구현한 최초의 블록체인 관리 프로그램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를 만들었다. 비트코인 코어는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생성하고 비트코인 거래를 블록체인 형태로 기록하도록 설계됐다. 블록체인 기록을 검증한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이 바로 새로 생성된 비트코인이다. 그래서 종종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동일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비트코인 코어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누구나 소스코드를 내려 받아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고 기록하는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다. 새로 만든 블록체인은 기능과 특징이 비트코인을 위한 블록체인과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트코인만큼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코인의 사용성과 블록체인 기록의 신뢰성 등은 월등히 떨어질 것이다.


블록체인의 산적한 과제들
최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이들이 이용하는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다. 비트코인 거래를 기록하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DB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코어에서 송금하는 비트코인 금액 대신 ‘A가 B에게 O월 O일 OOO원을 줌’이라고 기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비트코인 코어는 각 비트코인 계좌의 금액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A가 B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은 변조할 수 없는 사실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공공 영역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본 개념은 금융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대신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내용이 거래 기록이 아니라 개인 신분 확인을 위한 인증서, 공증이 필요한 공공문서 등 공공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들이다. 예를 들어 문서의 진위 확인이 필요한 경우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과 대조하는 방식 등으로 공공 서비스에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블록체인을 비트코인 거래 기록 대신 다른 기록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수많은 비트코인 기록 사이에 있는 특정 기록을 찾아 관리하고 검증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비트코인 코어가 비트코인 거래에 특화돼 있는 만큼 다른 용도로의 사용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블록체인 활용이 증가할수록 블록체인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 2013년 1월 2일 약 4.2GB이던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크기는 2015년 1월 3일 약 27GB, 2017년 1월 2일 약 94GB로 증가했다. 현재는 100GB를 넘어섰다.

거래 기록이 쌓이면 블록체인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블록체인을 제안한 사토시 나카모토도 이를 예상했다. 다만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비트코인 거래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처음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블록체인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한 DB인 블록체인은 안전성이라는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초로 제작된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설계에서부터 비트코인 거래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분산원장으로서의 블록체인의 특성을 살리면서 사용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코인,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려는 시도들이다.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더리움은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축하고 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기능을 제공한다. 처음부터 금융 거래 이외의 용도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만큼 서비스 개발이 용이하다.

이더리움과 별도로 관련 기관들이 모여 블록체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사전에 승인된 경우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이나 이더리움에 비해 특정 서비스에 특화해 블록체인을 설계해 효율이 높고 사전에 승인된 접근만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도 용이하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개선하려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코어의 최신 버전은 0.13.2버전이다. 아직도 1.0 정식버전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실제 비즈니스가 확장됐을 때도 의미가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테크M = 도강호 기자(gangdogi@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