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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거버넌스 기획] 이름뿐 위원회...공무원 바람막이?

2017 New IT Governance / 위원회 현황 진단

2017-03-07최현숙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회의실에서 열린 ‘제1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창조경제혁신센터운영위원회’라는 게 있다.

위원회의 설치 목적은 ‘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간 협력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 및 확산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함’이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 수석비서관, 경제 수석비서관, 미래전략 수석비서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딱 한 번 회의를 열었다.

최 장관이 2016년 10월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센터에서 ‘제8차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위원회’를 주재한 것. 최 장관은 이날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고, 사진과 함께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말 기준 ‘미래부 소관 행정기관위원회 현황 및 활동내역서’에 의하면 창조경제혁신센터운영회는 지난해 한 번도 회의를 연 적이 없다. 회의 실적이 ‘0’으로 기록돼 있는 것이다.<표 참조>


미래부에는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에 관한 사항 심의·의결’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도 있다.

2012년 12월에 구성된 이 위원회 역시 미래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교육부 차관, 미래부 제1차관, 국방부 차관, 산업부 제1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환경부 차관, 해양수산부 차관, 중소기업청 차장, 기상청 차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교육인 4명, 공무원·공공기관 3명, 경제·기업·금융인 2명이 민간위원으로 위촉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위원회 위원들은 지난해 한 번도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본회의 한 번, 분과회의 한 번, 총 두 번의 회의가 열렸지만 모두 서면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회의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딱 한번 열린 회의도 서면으로 개최됐고, 2014년 두 번의 회의 역시 서면으로 진행됐다. 2015년에는 아예  회의가 열리지도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 위원회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안문석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법률에 근거를 둔 위원회는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존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원회 신설 약속 잇달아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로운 정부위원회 설치 약속을 거듭하면서 ‘위원회 남설’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월 들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교육정책을 세우는 일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맡기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전 공약을 발표하면서는 ‘재난독립조사위원회’ 설치를 약속했고,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의 추진계획을 말할 때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강조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재벌의 불법, 독점행위 등을 단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위원회 설치 공약을 계속 내놓자 이른바 ‘위원회 공화국’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포함해 각종 정부 위원회를 꾸준히 늘렸다. 368개였던 위원회 수는 임기가 끝나던 2008년 6월 573개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며 위원회 정비를 약속했지만 임기 말로 접어들수록 위원회 숫자가 다시 증가해 2012년 6월 505개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201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결과는 어떨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행정자치부 ‘최근 3년간 정부 산하 위원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위원회 수는 2014년 537개, 2015년 549개, 2016년 554개로 계속해 늘었다.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만 해도 2016년 기준 1만2678명(중복 및 당연직 포함)에 달한다.


‘합의제 행정기구’ 장점 살려야
위원회 제도는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토론과 조정과정을 거쳐 다수의 공감 하에 결론에 이르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합리성,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 각 위원회는 명칭은 다르지만 정부의 중요한 방침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 대부분이 상설기구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소집해 정부가 마련한 사안을 추인하는 허수아비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각종 위원회 난립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떨어뜨리고 책임행정을 어렵게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래부 소관 위원회 운영현황만 봐도, 지난해 30개 위원회 중 회의 개최 실적이 1회 뿐인 위원회가 4개였고, 2~3회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도 13개에 달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협의회’는 지난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위원회가 1년에 서너 차례, 한 두 시간의 회의만으로 정부의 주요 정책을 의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2008년 12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행정기관위원회법)’을 제정하고, 행정위원회 관리·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이 미비해도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 행정기관위원회법 제9조에 ‘위원회는 안건의 내용이 경미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이 출석하는 회의(화상회의를 포함한다)로 개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처럼 서면회의로 일관해도 별다른 조치는 없다. 


정부위원회 위촉위원으로 활동한 한 기업인은 “정부위원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거나 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신설할 때부터 설립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엄정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문석 교수는 “위원회 제도는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합의제 행정기구”라며 “대부분의 위원회가 위원장을 행정기관장 또는 내부 공무원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책임 있게 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6호(2017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