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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저자 니콜라스 카가 본 아마존서점

[MIT리뷰⑥] 아마존의 다음 목표는 오프라인 시장 점령?

2017-03-30MIT테크놀로지리뷰 제휴

 

 


전자상거래의 선두 기업은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그러나 아마존이 가진 온라인의 탁월함은 오프라인 구매경험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정보, 기술이 우리의 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고 그에 관한 칼럼을 발표해왔다. '유리감옥',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로 유명한 그는 최근 미국에 문을 연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오프라인 시장 점령을 꿈꾸는 아마존의 전략의 성공가능성을 탐색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나는 탐정 또는 비밀 요원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 대기업 아마존이 시애틀에 문을 연 대형 매장 아마존 북스에 막 들어선 나는 사실 책을 사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이 서점을 파악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다른 모든 작가들처럼 나도 아마존에 애증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에 가진 애정은 이들이 책을 판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마존은 미국 도서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책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에 대해 갖는 증오는 내가 이들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때문이다. 아마존은 너무 덩치가 커져서 때로 전통 출판산업에 경멸을 보이며 책의 유통에 관한 문제에 독재자처럼 행동한다. 나는 아직 아마존이 내 후원자가 되고 싶은지, 나를 무덤으로 보낼 장의사가 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마존이 친구인지 적인지 알기 위해 지금 서가의 사진을 찍고 있다.
대여섯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네 명의 직원 중 다소 불안해 보이는 한 젊은 직원에게 다가갔다. 그는 인터넷의 거대한 괴물이 왜 현실 세계에 매장을 냈느냐는 나의 질문에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20년 동안 책 판매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왔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정말로, 정말로 책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받아본 듯 하다. 나는 매장의 디자인에 대해 묻고, 그는 아마존 웹사이트를 모델로 삼았다고 답한다. 모든 책은 표지를 앞에 보이게 진열했는데 이는 아마존 웹사이트의 썸네일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책 바로 아래에는 아마존 고객이 매긴 별점이 붙어있고 독자 서평 중 일부가 쓰여져 있다. 서점에는 별 넷 이상을 받은 책들만 전시되어 있다. 

매장의 디스플레이에는 ‘만약 이 책이 좋다면 당신은 다음 책에도 빠져들 겁니다’란 문구의 아마존 도서 추천 프로그램이 떠있고 온라인 사전 주문을 받는 새 책 광고가 있다.

나는 소설과 비소설 서가를 지나 매장 중앙으로 갔고, 애플 스토어 같은 낮은 테이블 위에 아마존이 자사의 이름으로 파는 여러 전자기기가 진열돼 있는 것을 보았다.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 페이퍼화이트와 태블릿PC인 파이어HD, 음성 가상 비서인 에코, 그리고 다양한 헤드폰과 무선 스피커, 액세서리 들이 있었다.

매장 입구의 하드웨어 진열대 끝에는 커다란 텔레비전에 아마존의 셋탑 스트리밍 박스인 파이어 TV가 붙어 있었다. 바로 앞 벤치에서 한 꼬마가 비디오게임, 크로시 로드(국내에는 길건너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출시)에 빠져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서점으로 뭘 하려는 것일까? 이 질문은 아마존이 2015년 11월 시애틀 매장 개점 이후 여전히 유효하다. 2016년 샌디에고와 오레곤 포틀랜드에 두 개의 매장을 더 열었고 시카고와 보스턴 외곽에도 곧 문을 열 것이라는 소문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 커졌다.

아마존이 자신의 전략을 밝히지 않자(내 질문 역시 무시했다)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과 기술 전문기자들은 자신의 추측으로 여백을 채웠다. 인기있는 의견 중 하나는 매장은 아마존의 전자제품을 팔기 위한 것이고 책은 그저 미끼일 뿐이라는 것.

다른 의견은 매장에서 데이터를 수집, 현실 세상의 고객까지도 추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를 다른 리테일 회사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이론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어쩌면 약간의 진실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아마 더 단순할 것이다. 바로 더 많은 책을 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아마존이 모든 도서 관련 산업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존 웹사이트는 오프라인 서점을 없애고 킨들은 종이책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2009년, 킨들 출시 18개월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제프 베조스는 종이책의 ‘영광스런 500년’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시간입니다.” 그의 선언이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초기의 붐 이후 전자책 판매량은 더 늘지 않았고, 종이책 매출이 일정할 동안 오히려 전자책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미국 출판인 연합에 의하면 2015년 전자책 매출은 11% 줄었다. 

서점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겪었다. 작게나마 독립 서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5년 서점을 통한 도서 판매는 2.5% 증가했는데 이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늘어난 것으로 2016년 상반기 증가분은 6.1%로 더 커졌다. 새로 문을 여는 서점의 수도 늘어났다.

베조스는 오프라인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아마존이 이제 오프라인 서점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아마존이 도서 시장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도 온라인 못지 않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아마존의 움직임은 사업 면에서도 합리적이지만 어떤 종류의 복수심도 느껴진다. 책과 서점을 디지털로 대체하겠다는 원래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아마존은 전통 서점에 대해 자신의 장기를 가지고 반격하는 것이다. 

영세한 독립서점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즈앤노블과 달리 아마존은 소모전을 벌일 자금과 규모를 가지고 있다. 즉, 오랫동안 적자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베조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책보다 승리를 그것도 패자를 남겨두지 않는 완전한 승리를 더 사랑한다.

 


전자상거래의 한계

아마존북스는 어쩌면 아마존이 오프라인 사업으로 진출하는 전초병일지 모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월 아마존이 인터넷에서 주문한 식료품 위주의 물품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받아갈 수 있는 편의점 체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의 전자기기를 파는 작은 ‘팝업’ 매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간이 매장은 현재 미국 내에 스무 군데 이상 문을 열었으며 열 군데 이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년 간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체 상거래 시장의 10%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모바일의 부상은 인터넷 쇼핑몰에 새로운 한계가 되고 있다.

PC처럼 많은 물건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없어 함께 팔기나 끼워팔기를 할 수 없게 됐는데 이는 다른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스마트폰의 앱과 메시지, 상시 연결성은 오프라인 매장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는 심지어 매장 내에서 이미 쇼핑을 하고 있는 고객들에게도 적용된다. 이것이 현재 소매상들이 스마트폰을 최대한 이용해 현실의 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모바일 앱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각각의 단점을 극복하는 ‘옴니채널’ 전략에 주력하는 이유다. 

세포라, 베스트바이, 노드스트롬과 같은 오프라인 브랜드들이 이 전략을 앞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와비파커, 보노보스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출발한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아마존 역시 이들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마케팅 교수는 “온라인만을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 할인과 높은 배송 비용이란 인터넷쇼핑몰의 단점 때문에 아마존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아마존이 온라인만을 고집한다면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이 언젠가는 ‘수백, 수천 개의 매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온라인에서의 전문성 외에 아마존은 옴니채널 분야에도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이 가진 거대하면서도 효율적인 창고와 유통망은 아울렛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으며 반품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여유와 인내심이 많은 투자자들 덕에 건물을 새로 지을 돈도 낮은 이율로 빌릴 수 있다. 게다가 훌륭한 브랜드도 갖고 있다. 

부족한 것은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전통적 소매상 경험이다. 아마존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에 가진 장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기술은 또 다른 영역이다.


다양한 가격

시애틀의 매장은 유니버시티 빌리지몰 남서쪽 코너에 토미 바하마와 태닝샵 사이에 있다. 벽돌로 이뤄진 외벽에 검정색 철제 창틀이 있고 바닥은 차 빛깔 나무가 깔려 있다. 책장과 테이블은 나뭇결 무늬의 합판으로 만들었고 매장 정면의 커다란 텔레비전 조차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조명은 밝고 광고는 선명하다. 아늑하지도 그렇다고 유행을 따르는 느낌도 아니며 너무 현대적이거나 또 올드한 느낌도 아니다.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느낌으로 다른 가게들과 잘 어울린다.

매장을 다니는 동안 나는 한 점원이 다른 고객에게 아마존 북스는 “책을 잘 둘러볼 수 있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책 앞면을 배치한 머리 높이의 책장이 좁은 간격으로 늘어서 있어 약간의 폐쇄공포증이 느껴지며 이는 편안한 쇼핑을 방해한다. 일렬로 배열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인기도서들은 언제든지 다른 책으로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듯 하다.

모든 선택은 같은 정도로 안전하며 데이터가 이 책 들이 ‘좋은 책’임을 보장한다. (별 네 개란 기준은 논쟁적이거나 실험적인 책을 배제하는 효과가 있다) 몇 개의 팔걸이 의자와 한 쪽 벽의 긴 벤치에도 불구, 아마존 북스는 공항의 서점처럼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마존 북스의 가장 큰 특징은 서점의 구조나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첨단기술이 아닌(아마존 북스 내에서 사용되는 첨단기술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정도다) 가격정책에 있다. 책에는 가격표가 없고 고객이 낼 돈은 그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회원이 아니면 정가를 내야 하고 프라임 회원들은 아마존의 할인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다. 

책의 가격을 알아보려면 매장 곳곳에 있는 스캐닝 장치에 책을 찍어보면 된다. 책 뒷장의 코드를 스캔하면 화면에 가격이 뜬다. (또는 스마트폰의 아마존 앱으로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의 코드를 찍어도 된다.

그 경우 아마존의 해당 책 페이지가 나온다.) 이 과정은 귀찮지만 한편으로 아마존이 매장을 낸 또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바로 아마존의 대표적인 고객유지 전략인 프라임 회원제를 홍보하는 것.

거의 한 시간 동안 사진을 찍고 뭔가 끄적이는 등 아마추어 탐정 흉내를 낸 끝에 점원들이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정체가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나는 뭔가 사서 자리를 뜨기로 했다.

존 디디온의 ‘베들레헴을 향한 발걸음(별 4.3개)’을 집어 요리책 코너 옆의 작은 계산대로 갔다. 점원은 내게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알려줬지만 그러려면 아마존 앱을 깐 후 코드를 스캔하고 다시 스마트폰을 점원에게 넘겨줘야 했다. 내게는 신용카드를 긁는 것이 더 쉬워보였다. 나는 프라임 회원이 아니었기에 정가 15달러에 세금까지 더 내야 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우버를 불러 운전자가 스마트폰으로 몬트레이크 다리를 건너 숙소인 시애틀 중심가의 매리엇 코트야드호텔을 찾아 가는 동안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바로 방으로 들어가기에는 뭔가 아쉬워 라운지로 가 보드카를 주문하고  이메일을 뒤적였다. 바에는 세 개의 TV가 각각 다른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나는 아마존 북스에서 새롭고 예상치 못한 뭔가를 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찾은 것은 실제 벽돌과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인터넷의 차가움을 간직한, 웹사이트의 부속품 같은 것이었다.

 

아마존 북스

시애틀, 샌디에이고, 그리고 오레곤 포틀랜드에 매장을 열었음.
시카고와 메사추세츠 데드햄에도매장을 열 예정.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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