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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왜 보행로봇에 집착할까

2017-03-26장길수 IT칼럼니스트

 

 

지난해 초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눈 덮인 산길을 성큼 성큼 걸어가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해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틀라스는 우리나라의 휴보가 우승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도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대회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괄목할만한 기량 향상을 보여준 것이다. 

아틀라스 신모델에는 ‘차세대’ 휴머노이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75㎝에 81.6㎏으로, 기존 모델보다 사람의 외형에 더 가까워졌다. 기존 아틀라스는 190㎝에 156㎏의 육중한 몸집을 갖고 있었다.

차세대 아틀라스는 몸체와 다리 부분에 갖가지 센서를 부착하고, 머리에는 라이더(LIDAR)와 스테레오 센서를 탑재, 장애물을 능숙하게 피할 수 있다.

직접 문을 열고 나와 눈 덮인 울퉁불퉁한 산길을 빠르게 걷지만 좀처럼 균형을 잃지 않는다. 게다가 꼬리처럼 달고 있던 동력 전달용 케이블인 ‘테더(tether)’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뒤에서 밀어 넘어뜨리는데도 외부 도움 없이 벌떡 일어나고, 사람이 요리조리 옮겨놓은 박스를 찾아내 그곳까지 이동한 후 번쩍 들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공개 1년 만에 2000만 명의 네티즌들이 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틀라스가 눈 덮인 산길을 성큼 성큼 걸어가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해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새로운 보행 로봇을 공개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회사는 4족 로봇인 빅독을 비롯해 와일드캣, 치타 등 다양한 로봇을 유투브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해 6월 공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미니 역시 이미 560만 명이 시청했다. 스팟미니는 방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주방 개수대에서 컵을 집어 건조기로 옮기거나 캔을 집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 로봇을 본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집에서 로봇이 다양한 허드렛일을 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스팟미니는 방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주방 개수대에서 컵을 집어 건조기로 옮기거나 캔을 집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로봇 과학자들과 대중들에게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로봇에 대한 환상, 그리고 꿈을 심어주는 업체다. 그들이 개발한 보행 로봇들은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회사는 꿈을 먹고 사는 기업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1992년 MIT 레그랩(Leg Lab)에서 스핀오프한 회사다. 카네기멜론대와 MIT의 교수 출신으로 ‘보행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가 창업했다.  

그는 노던이스턴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Motor control and learning by the state space model’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생물의 행동을 로봇기술을 활용해 모델링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졸업 후 제트추진연구소와 칼텍을 거쳐 카네기멜론대의 교수로 부임한 그는 레그랩을 설립, 본격적으로 보행 로봇 연구에 나섰다. 

레이버트가 보행로봇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매김 하게 된 계기는 포고 스틱(막대기처럼 생긴 점핑기구) 형태의 1족 로봇 ‘호퍼(hopper)’였다. 호퍼 로봇 개발에는 GUI와 보행 로봇의 선구자로 유명한 이반 서덜랜드 교수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1986년 MIT로 자리를 옮긴 레이버트는 인공지능연구소 멤버로도 활동하면서 레그랩을 세계적인 보행 로봇 연구소로 키웠다. 1족 호핑 로봇, 2족 보행 로봇, 4족 보행 로봇, 캥거루형 로봇, 6족 로봇 등 주목할 만한 성과물들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레그랩이 개발한 로봇들은 숀 코네리와 웨슬리 스나이프가 출연한 영화, ‘라이징 선’에 소개됐다. 또 레그랩은 컴퓨터를 활용한 카툰인 ‘온 더 런(On The Run)’을 제작하기도 했다. 

MIT 레그랩은 로봇업계의 유명 인사를 배출했는데 도요타리서치연구소(TRI)의 대표로 다르파로봇챌린지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유명한 길 프랫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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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로봇 과학자들과 대중들에게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로봇에 대한 환상, 그리고 꿈을 심어주는 업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2013년 12월 구글에 의해 인수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인수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앤디 루빈의 역할이 컸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인수 보도를 통해 구글이 물류창고 업무부터 상품 배송, 노인 케어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자율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마크 레이버트 역시 “크게, 그리고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갖춘 앤디 루빈과 구글의 역량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지난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회사는 새로운 기로에 섰다.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난 후 구글과 보스턴 다이나믹스 간에 알력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보행 로봇 기술에 관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입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는 보행 로봇 분야에서 이룩한 레이버트의 성취가 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한 강연에서 마크 레이버트는 세그웨이처럼 두 바퀴로 균형을 잡으면서 이동할 수 있는 로봇, ‘핸들’을 소개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핸들은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의 다리 부분에 2개의 바퀴를 부착, 탁월한 이동성을 제공한다. 장애물을 피하고 뛰어넘기도 한다. 

여전히 거침없는 레이버트의 행보가 앞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주목된다. 

 

마크 레이버트에게 ‘로봇’이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창업자인 마크 레이버트는 왜 보행 로봇에 집착할까. 그는 레그랩 시절부터 살아 있는 동물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불태웠다. 바퀴 달린 로봇보다 다리 달린 로봇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살아 있는 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그의 로봇 철학을 반영한다.

그는 자신의 보행 로봇에 대한 애정에 대해 “사람과 동물은 다리를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바퀴 달린 로봇이나 궤도를 장착한 로봇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바퀴 또는 궤도 장착 로봇이 지구상에서 갈 수 있는 곳은 보행 로봇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보행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레이버트의 30여 년 넘는 보행 로봇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보행 로봇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메커니즘을 제어하고 컴퓨터와 결합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모바일 플랫폼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공개한 ‘핸들’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기존 로봇과 달리 바퀴를 이용해 이동한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아직 기업으로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매각하려는 것도 기술과 상업화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활용 면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분야는 국방분야다. 4족 로봇인 빅독은 2003년부터 영국 포스터-밀러, NASA 제트추진연구소, 하버드대가 참여해 개발했고 국방용 로봇으로 공급을 추진해왔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3200만 달러를 지원받아 국방용 빅독인 LS3를 개발,국방부 공급을 앞두고 있었으나 몇 가지 이유로 무산되고 말았다. 

레이버트는 일찍이 소니의 로봇 개발을 자문하기도 했다. 소니의 로봇 애완견인 아이보와 휴머노이드 로봇인 큐리오의 제어시스템 개발에 관해 조언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의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영국의 전문지 ‘엔지니어(The Engineer)’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로봇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라며 “왜 사람들이 로봇에 대한 나의 윤리적인 견해에 관심을 갖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로봇 설계자는 단순히 플랫폼을 개발할 뿐, 그 플랫폼에 쌀을 실을 지 무기를 실을 것인지는 사용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이런 시각은 최대한 자연을 모방한 로봇을 개발하려는 그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보행 로봇들은 ’로봇 학대‘ 논란을 빚을 만큼 험한 환경에 자주 노출되곤 한다.

로봇이 진흙탕을 걷게 하고, 발로 차고,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행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려는 동물들의 생존 본능을 로봇에도 적용하려는 그의 로봇 개발 철학을 담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