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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블록체인 기획] 서비스 주도해 정보 주권 지켜야

2017-03-24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요 신성장산업이 무인자동차, 3D프린터, 가상현실, 지능형 드론,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로봇이라고 한다. 이는 나무에 비하면 열매에 해당된다. 신성장산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핵심기술이 뒷받침한다.

무인자율자동차는 인공지능의 기술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핵심기술은 신성장산업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며 나무로 비유하자면 물과 양분을 나르는 줄기와 같다. 

그럼 뿌리에 해당되는 기술은 무엇일까? 필자는 주저 없이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전제 조건은 데이터다. 문제는 양질의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신뢰성 있게 제공하기가 어렵거나 매우 비싸다.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줄줄이 새거나 이를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정보보호 기술에 써왔다.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정보뿐 아니라 자산을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거래할 수 있고 거래 비용도 저렴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 및 자산거래의 신뢰성을 제공해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줘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외국 정부에서는 발 빠르게 블록체인 관련 규제를 풀어 달려가고 해외 글로벌 기업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라는 낡은 규제 틀에 갇혀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영국에서는 IoT 지원 규제계획을 수립하고 역량 확대를 위한 ‘IoTUK’ 정책을 개시하고 블록체인 기술 연구개발(R&D)에 2015년 1000만 파운드(약 140억 원), 2016년 1500만 파운드(약 212억 원)를 투자했다.

호주는 블록체인을 국가 미래 기반 기술로 선정, 블록체인 전용 연구센터(CSIRO’s Data61)를 설립하고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전자화폐를 추진하고 31개 중국 회사를 묶어 블록체인협의체 ‘차이나 레저 얼라이언스(China Ledger Alliance)’를 발족했다. 일본은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로 인정하고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금융위원회 주도로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과 자본시장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만들어져 시범사업을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했듯이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전자화폐인 비트코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을 2017년 1월 13일에 기획재정부가 외국환관리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새로운 핀테크 송금 서비스 업체 대표들이 법 위반으로 구속 위기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우리나라 정보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메인프레임이 개인컴퓨터(PC)로 바뀌는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라는 운영체제로 전 세계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고,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이제 IoT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바뀌는 시기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의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자산이나 헬스 데이터가 외국 기업이 주도하는 블록체인에 저장, 관리, 거래돼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다.

우리는 블록체인을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국가 인프라로 인식하고 투자했듯이 블록체인을 소프트웨어 인프라로 인식하고 민관 합동으로 블록체인 산업 육성 로드맵을 작성하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규제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규제 프리존을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생태계를 조정해야 한다. 여기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으로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해 우리가 3차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가 됐듯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현재의 어려운 경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개발과 육성 정책 및 전략을 더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토론하는 장이 필요한데, 지난해 11월 한국블록체인학회가 창립돼 다행이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과 융합의 장이돼 국가 미래 기술 정책과 전략의 싱크탱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적기조례의 교훈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 될 당시에 기득권을 가진 마부들이 중심이 돼 세계 최초의 교통법을 통과시킨 것이 ‘적기조례’다. 즉 자동차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명분 아래 운전자 외 다른 한 사람이 자동차 앞에 서서 반드시 빨간 깃발을 들고 걷는 속도 정도로 자동차를 빠르게 달리지 못하게 한 법이다.

이 법으로 자동차 산업은 독일로 넘어가고 영국은 제조업의 붕괴를 맞이했다. 이와 같이 미래를 보고 과감한 규제를 철폐하지 않으면 영국과 같은 제조업 붕괴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반복될 것이다.

“변화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고 존 챔버스 전 시스코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듯이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우리 모두 변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 개발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 문화를 바꿔야 성공할 수 있다. 패스트 팔로어에 적합한 중앙집권적·수직적·통일적·하향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에 적합한 분권적·수평적·자율적·상향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이런 분권적·수평적·자율적 사고방식을 시스템으로 지원해 줄 것이다.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주체를 바꾸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금융, 헬스케어, IoT, 공공·행정 서비스, 정치 등 모든 분야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우리가 선도해 글로벌 리더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선진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