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ICT 거버넌스 기획]기술 망라해 영역별 플랫폼 구축해야

2017-03-18장석권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차기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 도출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ICT 트렌드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그것 없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그 어떤 정책 제언도 제대로 된 논리적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1980년 이후 전개된 정보기술 혁신은 IT 1.0의 통합(integration)에서 IT 2.0의 컨버전스(convergence)를 거쳐 IT 3.0의 지능화(intelligence)로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IT 1.0은 1980년대의 전자상거래 닷컴에, IT 2.0은 2005년 이후 전개된 소비자 참여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스마트폰 기반 앱스토어에 해당한다.

그리고 IT 3.0은 이제 초기 단계로서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바둑,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상황적응형 전력송배전 시스템, 그리고 자율주행차나 아마존 물류창고의 ‘스왐 로봇(swarm robot)’과 같은 자율행동로봇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ICT 트렌드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IT 1.0에서 3.0으로의 진전을 그저 하나의 세대교체쯤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즉 IT 2.0이 IT 1.0을 대체하고, 다시 IT 3.0이 IT 2.0을 대체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ICT 진화의 참모습은 IT 1.0이라는 발전 축에 IT 2.0의 새로운 축이 나타나고, 여기에 다시 IT 3.0의 새로운 축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IT 1.0이 통합에 의한 생산효율의 향상을 추구한다면, IT 2.0은 참여와 협업에 의한 소비자 주권의 강화를 더불어 추구하고, IT 3.0은 더 나아가 센싱, 전송, 분석진단, 알고리즘 기술간 상승결합을 통해 인간이 지능시스템에 의해 대접받는 사회를 지향한다.

2016년 초 대중적으로 개념화된 4차 산업혁명은 바로 IT 1.0에서 IT 3.0으로 확장된 ICT 트렌드가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펼칠 대변혁의 모습을 지칭한다. IT 2.0 시대의 컨버전스로 IT는 이미 IT 영역을 벗어나 사회문화정치 전반으로 확대됐고, IT 3.0 시대의 지능형 자동화로 IT는 인간 정체성 문제와 함께 인간과 기계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약화된 ICT 기초체력 되살려야

역사적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은 IT 1.0의 확산 및 IT 2.0의 출현과 맞물려 대형 SNS 시장과 함께 모바일 뱅킹, IPTV와 같은 컨버전스 융복합 시장을 싹틔웠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돌출된 방송과 통신 영역 간 갈등을 정책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ICT 정책 거버넌스는 정부통신부 해체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으로 양분됐다.

시대는 IT 1.0에서 IT 2.0으로 확대 발전해 갔건만, 우리 정부는 내부갈등 관리에 실패해 IT 영역을 오히려 축소시켰고, 방송통신 융합 생태계를 청와대와 여당과 야당이 분할 점거하는 정치판으로 변질시켰다. 역사적으로 평가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은 우리의 글로벌 ICT 경쟁력이 오히려 후퇴한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현 정부는 지식경제부의 일부 IT 업무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미래창조과학부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말이 IT 업무의 부활이지 이명박 정부에서 내 팽개친 소프트웨어 기술정책과 퇴화된 컨버전스 혁신역량이 기초과학과 동거를 시작한 미래부에서 금방 회복되지 않았다.

기술력 면에서 이미 약해진 체력 때문에 신기술 벤처를 육성하고 대대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벤처 육성에 직접 나서도록 한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 벤처 생태계라 하더라도 대기업이 자신의 기술 및 경영역량 일부를 벤처기업과 나누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은 분명 값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미래부의 벤처 육성정책이 IT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ICT만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는 이미 박근혜 정부 이전에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 기술이다. 지능형 플랫폼을 영역별로  차세대 사회간접자본으로 잘 구축하면, 신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IT 1.0 시대를 거치면서 ICT는 특화기술(SPT, Special Purpose Technology)에서 범용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그 성격이 변해 갔다. 더 나아가 IT 2.0, IT 3.0 시대를 거치면서 ICT는 다시 GPT에서 기반기술로서의 IT(Infrastructure Technology)로 변모해 갔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ICT는 이제 전혀 새로운 IT, 즉 인프라 기술로 재정의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차기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바로 IT 1.0에서 IT 3.0에 이르는 기술을 총망라하되 여기에 나노, 바이오, 콘텐츠 기초기술까지 융합한 새로운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해 새로운 영역별 플랫폼을 설계해 구축하는 일이다.  

앞으로 다가 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 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5G 통신기술, 나노레벨의 IoT 기술, 바이오 인포메틱스, 빅데이터 애널리틱스,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자율행동 로봇제어 기술을 클라우드에서 시스템적으로 통합하고 이를 다시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지능형 플랫폼을 미디어, 교통, 에너지, 환경, 금융, 정부 서비스 등 영역별로 차세대 사회간접자본으로 잘 구축하면, 이것이 우리 국민의 자율, 창의, 열정과 결합돼 다양한 신사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조직 역량 면에서 이 영역은 기초 및 기반기술 영역에서의 연구기획 역량은 물론, 이를 다시 통합해 새로운 차세대 사회간접자본으로 구현해 내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 기술 표준뿐 아니라 운용 시스템 상에서 다양한 표준화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 정부조직구조상 여기에 가장 근접한 업무영역을 갖고 있는 부처는 미래부다.

따라서 최선의 방안은 현 미래부를 ICT, 나노, 바이오, 콘텐츠 등 다양한 기초 및 기반기술의 개발은 물론, 개발된 기반기술들을 통합해 미디어, 금융, 교통, 에너지, 환경 등 분야별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의 구축 및 표준화를 주도할 부처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 차원에서 이에 필요한 예산지원 및 정책조정 등을 담당할 가칭 국가미래전략실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할 것도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청와대의 국가미래전략실, 그 아래 미래부를 개편한 가칭 ‘미래기반기술부’, 그리고 그 아래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비한 정부출연연구소와 공공기관이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효과적인 계층형 정책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