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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진료는 의사에게, 앱은 전문가에게”

2017-03-19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앱은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됐다. 헬스케어에서도 건강정보 제공, 식단관리에서부터 당뇨와 같은 질병관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앱이 나와 있다.

스타트업에서부터 대기업, 의료기관,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헬스케어 앱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의료기관이나 정부기관이 만든 것 가운데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앱을 만들 때 사용자보다는 발주기관 입장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좋은 앱을 만드는 비법이 있다면 그에 따라 뚝딱 만들면 되겠지만 아직 그런 비법은 뚜렷하지 않다. 스마트폰 화면이라고 하는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헬스케어처럼 까다로운 분야를 적용하면 좋은 앱 만들기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특히 많은 헬스케어 앱이 체중 감량이나 만성질환 관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게으른 사용자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히 어렵다.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앱들


개별 의료기관이 만든 앱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앱 개발에 들어간 개발비가 아까울 뿐이다. 그런데 정부 사업을 위한 앱은 이야기가 다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사업의 성패가 그 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의 가장 중요한 지불자가 국민건강보험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중요한데 정부기관 주도로 만든,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은 앱 때문에 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없다면 이는 분명 문제다.


그렇다면 사용자 친화적인 헬스케어 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업계에서 제법 유명한 헬스케어 앱 회사 사장에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헬스케어 앱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원칙이 하나 있는데, 매주 앱을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자 이해 증진 팀을 별도로 두고 앱 사용 기록은 물론 사용자를 회사로 불러 인터뷰를 하는 등 최대한 편하게 앱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 지에 대한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앱 회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은 소비자 행동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앱을 개선해 나가는 것인 셈이다.


이런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일반적인 노력으로 따라가기 어렵다. 병원의 경우 앱을 만들 때 현업 직원들을 차출해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원래 하던 업무를 유지하면서 가외 일로 앱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앱의 초기 버전이 나오는 순간 손을 떼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도 쉽지 않다. 대기업의 경우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에서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는 점을 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많은 대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을 지도 모른다.

정부기관은 버그가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앱의 사용성을 개선한다는 마인드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헬스케어에 적합한 앱 개발을 주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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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헬스케어 앱에서 정답은 없기 때문에 앱을 만드는 것보다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서 앱 사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혹은 정부기관 가운데 환자들이 건강 증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웨어러블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기관이 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체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앱은 적당한 돈을 들여 대행업체를 통해 만들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아직 헬스케어 앱에서 정답은 없기 때문에 앱을 만드는 것보다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서 앱 사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앱을 원한다면 독자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이 일에 목숨을 건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과 손잡는 것이 답일 것이다. 

 


특히 정부 사업의 경우 미국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Diabetes Prevention Program: DPP)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DPP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기관을 인증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정 기준을 만족시키고 허가를 받은 약품이나 의료기기 가운데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민간에서 알아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는 헬스케어 앱이 갖춰야 하는 기능과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앱을 쉽게 보는 것은 비단 헬스케어만의 일은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중개 수수료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 단체에서 비슷한 앱을 내놓은 적이 있고 부동산 중개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앱을 만들 때 가볍고 손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이다. 핵심이 되는 것은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기능,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등 제반 노력이다. 이를 무시하고 껍데기만 따라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앱은 앱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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