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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획]금융분야 AI, 선택 도울뿐 족집게 아냐

업종별 AI 전략 '금융'

2017-02-17강진규 기자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바둑 대결을 펼친 후 전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공지능을 의료, 게임,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인공지능을 고객 상담, 투자자문, 금융상품 제안, 위험 분석 등에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지난해 4월 ‘알파고의 딥러닝 금융업 적용 사례’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을 다양한 금융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경제 및 금융시장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투자자문 서비스와 트레이딩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능정보 기술로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를 판단하고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의 재무 분석능력이 앱 형식으로 모바일에 탑재돼 개인화 된 재무비서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사기결제 방지 대책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B산업은행도 지난해 9월 위클리 리포트를 통해 인공지능이 금융권에서 통계 및 문서 작성, 고객응대, 준법감시, 신용평가 및 심사, 트레이닝 및 투자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해외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도쿄미츠비시UFJ, 미즈호은행 등도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고객에 대응하는 로봇 은행원을 배치했다. 2013년 애플의 인공지능 ‘시리(Siri)’의 개발자들이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 카시스토(Kasisto)는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 앱을 선보였다.

도쿄미츠비시UFJ가 도입한 로봇 은행원 ‘나오(Nao)’

미국에서는 이미 지능정보 기술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RA)가 각광을 받고 있다. AT커니에 따르면,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한 운용자산 규모는 2016년 3000억 달러에서 2020년 2조20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 움직임이 활기를 띄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우선 금융상담, 보험 사업 등에 이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 지능정보 기술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도 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IT 업체 등 다양한 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7년 주목받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에 기반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자문, 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동화된 알고리즘과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며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 주도로 지난해 9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가 운영되고 있다. 코스콤 내 테스트베드 운영 사무국이 지난해 신청을 받아 올해 4월까지를 목표로 34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NH투자증권, SK증권, NH농협은행, 대신증권, 다음소프트, 더다른투자자문, 두물머리, 신한은행, 디셈버앤컴퍼니, 빅트리, 우리은행, 파운트, 쿼터백자산운용,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금융산업연구원, 위즈도메인 등 은행, 증권사, 투자사, IT기업 등이 테스트를 받고 있다. 5월부터는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테스트베드 사무국은 올해 4월 2차 테스트베드 참여 신청을 받아 11월까지 운용 심사를 진행한다.

황상검 로보어드바이저테스트베드 사무국 차장은 “테스트베드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분산투자를 하는지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6개월 동안 운영해보며 규율과 품질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양훈석 사무국 차장은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운영사에서 유리한 자료를 이용해 운영상황과 수익률을 보여줄 수 있는데, 테스트베드는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6개월 동안 운영함으로써 실제 수익률과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들이 테스트베드를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률과 운영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테스트베드 홈페이지에서는 각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영과정과 수익률 등이 공개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민 사무국 수석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하고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운영하는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투기성으로 당장 고수익을 노리고 자산을 운영하는 사람들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고액 투자자들보다는 소액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양훈석 차장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테스트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서비스들을 확인했다”며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면 매력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베드와는 별개로 금융권에서는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경쟁이 시작됐다. 쿼터백자산운용, 키움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는 관련 서비스, 상품을 선보이며 로보어드바이저 부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자체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KB국민은행, SK증권 등 금융사와 협력하고 있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징은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승자가 축적된 데이터와 이를 운영하는 방법, 그리고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쿼터백자산운용은 2년 간 국내외 금융, 경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로보어드바이저에 적용한 것이 강점”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운영 등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 역시 로보어드바이저를 안정적 수익 추구에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형 상품의 경우 자산을 배분해 전체적으로 손해를 안보고 5~7%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며 “로보어드바이저는 족집게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서 금융 서비스 나서는 왓슨

SK주식회사 C&C는 지난해 5월 한국IBM과 손잡고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을 SK C&C의 산업별 IT서비스,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왓슨은 구글의 알파고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중 하나다. 왓슨은 2011년 미국 퀴즈쇼에 참가해 우승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왓슨은 의료, 보안, 서비스, 제조 등의 분야에 적용되고 있거나 적용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SK C&C는 왓슨을 이용해 한국에서 금융 서비스를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준원 SK C&C 에이브릴 GTM팀장은 “인공지능을 금융에 적용하면 우선 간단한 전화 상담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며, 금융사 직원들이 상담을 할 때 고객의 요구사항을 자동으로 파악해 상담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 사기나 심사를 할 때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실수로 보지 못하는 부분이 사라질 것이며 전체 사례를 조사해 반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K C&C는 챗봇, 전화상담, 자산운용, 보험상담, 금융사기 적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등에 왓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SK C&C의 목표는 금융사 직원들의 업무를 돕고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준원 팀장은 “금융 부문에서 인공지능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가령 단순한 업무와 분석을 기계가 하도록 해 금융회사 직원들이 더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카운슬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C&C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실제로 인공지능을 금융권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솔트룩스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ADAMs)’을 선보이고 올해 2~3월 중 아담을 금융서비스에 적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아담에는 지난해 11월 장학퀴즈에서 우승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 기술이 적용됐다.

또 금융위원회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차세대 분석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심사,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3개년 계획으로 시스템을 구축, 도입할 방침이다.

인공지능 금융의 명암

인공지능의 도입이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인공지능 적용이 금융권에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외신 등을 통해 해외에서 인공지능 적용으로 상담원 등을 감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도입이 전화 상담원, 창구 상담원을 줄이고 나아가 투자자문가, 보험 설계사 등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은 성급한 우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준원 SK C&C 팀장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금융권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도 있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금융 인력들이 일을 더 잘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이사 역시 “투자를 자문해주는 전문가가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좀 더 세심하게 자문을 해줄 수 있고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인공지능 자체가 과대 포장돼 고객들이 인공지능 이용에 대한 기대 심리와 현실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투자자들이 전지전능한 인공지능이 투자를 대신해줘서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경우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금융권에서는 인공지능을 기술이나 비즈니스 관점이 아니라 마케팅 시각에서 접근해 이런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솔직히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기술과 서비스를 마케팅을 위해 인공지능이라며 내세우려는 시도가 있다”며 “과대포장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인공지능 금융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의 객관적인 정보가 고객들에게 제공돼야 하며 업계 스스로 과열되는 상황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균형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6호(2017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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