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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 가속 패달 밟는다”

[인터뷰] 윤도흠 연세의료원 원장

2017-01-31대담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

 

 


지난해 8월 연세의료원장에 취임한 윤도흠 원장은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을 선언하고 “첨단 기술과 따뜻함으로 미래 100년 의료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최신 기술을 적극 수용해 미래형 병원을 만들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 IT와 의료를 결합한 헬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을 만나 2017년 연세의료원의 계획과 그가 생각하는 의료혁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

 

- 연세의료원 원장 취임후 활동과 느낀 점을 말씀해주세요.

“의료원장 취임 전 2년간 세브란스병원장을 경험했습니다. 병원장을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의료서비스의 첨단화입니다. 의료원장 취임 후에도 이 부분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데 신경을 썼고, 앞으로 뭐가 의료원의 성장 동력이 될지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동안 의료원이 몇 년 동안 추진해왔던 사업중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류됐던 것이 있었는데 이런 사업에 대해 정확한 로드맵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 연세의료원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뭔가요?

“흔히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말할 때 두 가지 면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얼마나 크고 최첨단 시설을 갖고 있느냐, 또 하나는 제공하는 의료와 의료진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하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대형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첨단 시설을 도입한 것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면에서 경쟁력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하지만 백년이 넘는 역사 속에 가장 많은 의료인재를 배출한 연세의료원은 그동안 축적한 많은 진료경험과 연구 실적이 강점입니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를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합니다.
최근 중국의 요청을 받아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을 착공했는데 이 역시 연세의료원만의 우수한 인력과 역사를 높이 평가한 덕분이었습니다. 또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병원인 만큼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박애정신과 봉사정신도 탁월하지요.”
 

- 취임하면서 미래 100년의 의료를 선도할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을 선언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역사가 132년인데 새로운 100년을 얘기한다는 게 조금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요. 이제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데 주목하고 지금까지 환자를 진료하던 것에서 벗어나 앞으로 100년의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데 이 시대를 선도해 갈 핵심적인 가치를 세브란스가 구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100년 이상 축적한 의료데이터가 있습니다. 1885년 알렌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처음 와서 쓴 의료기록을 보면 당시 한국에는 이상하게 말라리아 환자가 많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굉장히 소중한 기록들이죠. 100년 넘게 축적한 이런 데이터가 이제는 자산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냥 의료기록으로만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할 목표라는 뜻이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에 들어있습니다.”


-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은 어떤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나요?

“1990년대 말부터 처방의 전산화를 추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의무기록을 시스템화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시스템화가 단순히 종이를 없앤 것이라면 앞으로는 데이터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중시했던 진료환자 수나 치료성적 대신 앞으로는 모든 치료의 표준화, 개인 맞춤형 치료에 중점을 두고 시스템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의료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치료의 표준화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일상 데이터를 기록, 분석해야 합니다. 여기에 맞춤형 치료를 접목시키는 것인데 IT의 결합이 없이는 모두 불가능한 것입니다.

흔히 ‘제일 똑똑한 인재들이 의대에 갔는데 과연 국가를 위해 한 일이 뭐냐‘ 하는 문제제기를 합니다. 국민의 의료 질은 높아졌지만 산업현장에서 뛰면서 노력한 공학자들과 달리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낮다는 거지요. 이 역시 우리 의료가 진료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IT와 의학이 결합하면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 등 굉장히 큰 고부가가치 창출효과가 기대됩니다.”

 


-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인공지능은 의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지난해 나온 알파고를 계기로 몇 년 만 지나면 컴퓨터가 영상판독을 다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데 이는 속단입니다. 그렇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축적이 돼 하나의 표준화된 진단이나 치료지침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모바일 기기인데요. 개인의 생체정보를 저장해 의료기관에 보낼 수 있죠. 우리가 진료예약을 할 때 먼저 콜센터의 상담원과 무슨 과에 가면 좋을지 정하잖아요? 이 정도의 기초 단계는 곧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의료데이터의 분석단계인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00년 넘게 축적한 의료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식이 아닙니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을 해야 보석이 되는 것처럼 데이터를 정제해야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의료인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제표준도 준수해야 하구요.

그 다음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 들어갑니다. 영상을 판독할 때 우리는 영상의 한 이미지를 보지만 그 이미지는 수십만 개의 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점 하나하나의 음영을 다 판독해 읽어야 하는데 요즘은 MRI를 찍어도 보통 100장 이상의 영상이 나와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죠.

이 영상을 제대로 읽으려면 먼저 영상의학과 의사가 그 방법을 컴퓨터에게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 되고 의사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 영상 쪽보다는 항암제 처방 등 비교적 간단한 분야의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정신과 등은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원격의료는 아직도 찬반의견이 팽팽한 주제인데요, 원장님 생각은 어떤가요?

“처음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군대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투를 하는 소대나 분대마다 군의관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분들의 증상이나 부상을 병원에서 원격으로 보고 바로 처방을 내릴 수 있으면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부 도서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한 두 시간 내에 의료기관과 다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거리 때문에 원격의료가 필요한 사람은 그리 많이 않을 겁니다.

원격의료의 또 다른 장점은 환자의 편리성인데요. 당뇨병 환자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처방을 받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번 병원을 가야 하는데 원격의료가 되면 그럴 필요 없이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해 처방을 할 수 있으니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위험도 있습니다. 원격으로 보게 되면 의사가 모든 자료를 완벽하게 보지 못하는 면이 있고 처방의 신뢰도도 낮아질 수 있거든요. 이를 보완하려면 일단 도서지방부터 시작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야 할 겁니다.

하지만 필리핀 등 원격의료가 절실한 곳도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필리핀 외에 르완다 등에 현지 의과대학과 협조해 원격진료의 틀을 만들고 있습니다.”
 

- 신촌을 의료복합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국내외를 모두 통틀어도 연세의료원 정도의 장점을 갖고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의과대학, 공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이 다 한 곳에 모여 있고 그 캠퍼스 바로 옆에 2500개의 병상을 갖고 있는 병원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과대학, 생명시스템, 의과대학이 함께 협력해야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세브란스병원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로봇수술인데요, 수술은 임상에서 이루어지지만 로봇을 만들고 평가하는 단계에서는 로봇공학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의료인과 공과대학이 협력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으니 연세대학 캠퍼스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의료클러스터를 만들자는 거지요.” 


- IT와의 융합을 강조하신 것을 계기로 최근 직접 창업에 나서는 의사도 등장하고 있다죠.

“지난해 7월부터 대학에도 벤처창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줬어요. 우리 의대 교수들이 아이디어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공부하고 환자만 봤지 창업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이 분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초기에 창업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병원에서 행정처리 등을 도와주고 관련 사업체와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6개월밖에 안 됐는데 7명의 교수가 이미 신청을 해서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과를 내려면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 원장(오른쪽)이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 그동안 보류됐던 용인동백과 인천송도의 세브란스병원 건립은 재개 되나요?

“용인동백의 경우 많은 초기 투자비에 비해 의료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몇 년 동안 지연됐습니다. 용인시는 인구가 100만이 넘지만 대학병원 급의 큰 병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용인시가 어느 정도 지원을 하기로 협정을 맺을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연말쯤 재착공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국제병원으로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병원에 대한 수요 증가 추이를 감안해 글로벌로 갈 수 있는 병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종합병원이라고 하던데,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지금까지 해외로 진출하는 병원은 위탁경영 방식이었습니다. 그쪽에서 병원을 짓고 의료진이 파견되는 형식이었죠. 이와는 달리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우리와 중국의 일대일 합작병원입니다.

중국은 돈을 내고 우리는 현물투자 없이 세브란스병원의 브랜드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8월 착공식을 했고, 2020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익이 있으면 좋기는 하겠죠. 하지만 132년 전 우리의 선배들이 선교사로 와서 병원을 지을 때 목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료수준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중국의 여건이 그때하고 똑같지는 않지요.

건물 등 외형적인 성장은 많이 했지만 의료수준은 아직 격차가 큽니다. 그래서 중국 진출이 세브란스의 글로벌화와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전력투구 하고 있어요. 중국 역시 우리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잘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 의료를 통한 기여 측면에서 중국진출을 보고 계신 것 같은데 다른 국가들은 어떤가요?

“보통 매년 10팀 정도가 해외 의료봉사를 나갑니다. 그런데 의료봉사는 단기적이어서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슈바이처 박사와 한국 의학교육의 선구자인 에비슨 박사의 차이를 아십니까? 아프리카에서 진료만 한 슈바이처와 달리 세브란스에 오셨던 에비슨 박사님은 진료를 하면서 한국 의사들을 키웠어요. 그분들이 저희 세브란스의 선배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 몽골에서는 의료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요, 아프리카를 비롯한 몇 곳에는 병원설립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 원장님이 생각하는 연세의료원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신다면.

“우리나라의 의료를 선도해가는 입장에서 우리의 장단점이 뭔지 판단해 봐야 합니다. 수술, 진단, 치료 등 진료 수준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최상위에 와 있는데 아무래도 기초의학 쪽이 약합니다.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는 기본 인프라가 너무 약합니다. 의료보험시스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임상을 바탕으로 기초의학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초, 임상, 연구가 어우러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과 병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윤도흠 원장은 의사 겸 한의사인 부친의 뜻을 이어 받아 연세대 의대에 진학, 의사가 됐다.

졸업후 93년 미국 뉴욕대병원에서 척추손상의 세계적 전문가인 와이즈 영 박사에게 경추수술법을 배워와 국내에 전파시켰다. 당시만 해도 위험이 높아 수술을 꺼려했던 분야였다. 경추 및 척추 수술의 명의로 인정받고 있지만 무분별한 수술에 반대하는 ‘바른척추연구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역임하다 진료부원장, 세브란스병원장을 거쳐 지난해 제17대 연세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에 취임했다.

 

연세의료원은 1885년 미국 선교의사 알렌에 의해 세워진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으로서 광혜원으로 출발하여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현재의 의료원으로 성장했다.

산하에 교육기관으로는 보건대학원, 간호대학원, 의·치학전문대학원과 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이 있으며 졸업생이 총 2만5985명에 이른다. 진료기관으로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대학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이 있으며 세브란스병원 산하 암센터, 재활병원, 심장혈관병원, 안·이비인후과병원, 어린이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산하 척추병원, 치과병원, 암병원 등 총 8개의 전문병원이 있다.

2000여 명의 의사 등 7800여 명이 근무하며 3137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130년 이상 축적된 의료 경험과 국제표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의료시스템을 토대로 동북아시아 의료 허브로의 위상 정립과 의료 글로벌화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6호(2017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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