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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리뷰⑥] "블록체인이 투명한 세상 만들 것"

2017-02-28독점게재= MIT테크놀로지리뷰

 

20년 전 웹의 시작을 도운 브라이언 벨렌도르프는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이 "세상을 더 공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 같은 기술 전문가들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게 극히 상투적인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다른 전문가들처럼 늘 이 사회가 얼마나 엉망인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부패나 관료제, 비효율성은 사실 기술적인 문제다. 분명히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 몇 가지를 해결하는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이자 억만장자인 피터 틸과 함께하던 편한 직장을 떠나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의 기반기술, 블록체인의 오픈소스 개발을 지원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여러 정부기관과 대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화폐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다(비트코인은 일반적인 화폐처럼 쓰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 기술이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블록체인이 금융 거래나 전자 건강기록, 물류 관리 등을 더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브라이언 벨렌도르프 하이퍼레저 프로젝트 이사

블록체인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기록, 저장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암호화 기술로 이를 조작할 수 없게 만든 기술이다. 또 소수의 회사나 개인들이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한 주체가 시스템과 데이터를 완전히 제어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더 잘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즉 데이터를 어떤 사설 기관의 금고 속에 보관하는 대신 중립적인 공유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가장 먼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 뛰어든 금융기관들에 대한 최근의 설문조사는 이들이 올 한 해에만 1억 달러를 이 기술에 쏟을 것임을 알려준다.

블록체인 기술의 사용에 도움이 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하이퍼레저 프로젝트’는 이미 IBM, JP모건, 에어버스 등 100여 개의 협력사를 갖고 있다.

벨렌도르프는 블록체인 기술이 대기업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 정부 공공기관과 일했을 때의 좌절감을 떠올리며 만약 당시 블록체인 기술이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오바마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그는 이후 정부를 더 투명하게 만들려는 백악관위원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록의 관리에 대한 일을 했고 세계경제포럼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이 모든 일에서 어느 한 기관이나 사람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믿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 스웨덴과 그루지야가 추진하는 부동산 등기에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가 블록체인 기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에 기록된 내용을 쉽게 확인,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소유권 주장이나 부패한 관료가 기록을 조작하려는 시도는 블록체인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나 기관이 많으면 쉽게 들통 날 것이다.

“부동산처럼 진부한 분야에서도 이 기술은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침착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묶은 43세의 벨렌도르프는 이미 사회를 바꾸는 기반기술에 투자해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1995년 그는 인터넷의 초기 성장기반이 됐던 오픈소스 아파치 웹서버의 출범에 기여했다. 세계 웹사이트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아파치 서버를 쓰고 있다.

그는 하이퍼레저의 블록체인이 아파치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쓰일 수 있는 기술이 되기를 바란다.

“만약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한다면 사람들은 우리가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게 될 것입니다. 수도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하이퍼레저는 오픈소스 시스템인 리눅스를 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리눅스 재단이 2015년 말 설립했다.

사회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반기술이 여러 사람에 의해 공동 개발돼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런 기술은 어느 한 회사가 아니라 공동의 소유가 돼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설립자 중 한 사람으로 IBM에서 오픈기술 분야 CTO를 맡고 있는 크리스 페리스의 말이다.


벨렌도르프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이 1995년 아파치를 세계 최초의 광고 지원형 웹사이트로 만들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부분을 바라봐야 하는지만 알고 있다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은 이미 다 있다고 그는 말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거대한 회사가 이 기술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키웠던 그는 하이퍼레저를 여러 블록체인 회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려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과 회사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코드를 홍보하고 이들의 경쟁을 통해 가장 뛰어나면서도 관리가 쉬운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될 부분은 금융기관들이 채권이나 금융 증서들의 거래에 적용,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백오피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더 단순하면서도 확실해질 수 있으며 이는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뉴욕대에서 금융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여맥의 말이다.

“지금 은행에서는 다른 사람이 뭘 했는지 확인하는 일에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벨렌도르프는 금융 분야의 작업도 돕고 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분야는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분야다.

하이퍼레저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케냐의 다답 난민구호소는 주민들의 신원을 확인해 구호품을 전달하는데 블록체인을 사용하고 있다.

벨렌도르프는 이 예가 더 많은 사람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하이퍼레저도 지난달 보건의료 분야를 위한 팀을 꾸렸다.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기록을 쉽게 다른 의료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한 가지 목표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수 십 억 달러를 사용했지만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데이터를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연구자, 미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런 교착상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벨렌도르프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크리스 쿠랑 수석기술자는 2017년 하이퍼레저 등이 어떤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이 쓰일 수 있을 지 알려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이 진정 산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6호(2017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