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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과 꽌시가 만든 중국의 신유통, 웨이샹

2017-01-21이승훈 가천대학교 교수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다.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정치집단이 대중 위에 군림한다. 이 때문에 문화혁명 때까지 공산당은 모든 인민에게 직업을 제공했다.

사람들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이 주어지기를 바랐다.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경제체제에서 사업을 통해 개인의 부를 축적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다. 


그러한 중국이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사유재산이 허용되면서 소비에 대한 욕구는 다양한 영역에서 민간의 참여를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창업이 이루어졌다. 그런 중국에서 ‘대중창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 단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대중들의 창업이다. 한국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치킨 집 창업’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의 경우 실업자가 된 많은 50대들이 치킨집을 내지만 그 중 80%가 문을 닫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대중창업은 부정적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중창업이 중국에서는 어떤 의미로 만들어진 것일까? 일단 정치적 근거를 살펴보면 그 시작은 명확하다.


2015년 양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은 근면하고 지혜로운 13억 인구를 가지고 있다”며 “만약 전 사회 모든 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경제라는 유기체는 생기가 충만해질 것이고 대중창업 만중혁신은 무궁무진한 창의와 무한한 부를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언급되었던 “대중창업(大...) 만중혁신(万.)”이라는 두 구절은 과거의 정부주도의 제조업기반 양적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민간과 시장 기반의 창업과 혁신을 선택했음을 뜻한다.

 


실업해결의 돌파구, 대중창업


리커창은 2015년 이후의 성장엔진으로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내세우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들을 입안, 1위안이면 회사설립이 가능한 ‘1위안 창업시대’를 만들었다. 아직 1위안으로 창업이 가능한 도시는 한 곳뿐이지만, 점차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기업등록을 위한 기간도 과거 1개월에서 3일로 줄었다. 또한 창업을 지원하는 세제, 임대료, 공과금, 대출, 교육 등 다양한 혜택들이 만들어졌고 각 지역마다 독자적인 지원 프로그램들이 생겼다.

그 결과, 2015년 신설기업 수가 443만 9000개로 전년 대비 21.6% 올랐고 등록자본금 역시 29조 위안으로 전년 대비 52.2% 상승하였다. 이 두 데이터 모두 역대 신기록이다.


창업지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학생 창업지원금이다. 당해년도 대학 졸업생이거나 졸업 2년 이내이면 누구나 5000위안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방정부 중에서는 베이징이 가장 파격적이다.

베이징시는 대학생이나 지방의 촌관(대학생 농촌간부)이 창업을 하면 100만 위안까지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는 구(?) 재정에서 보조해주고 있다. 필요한 서류는 주소지 호적과 대학졸업 혹은 재학증명이 전부이다.

대학생이 취업을 하지 않고 창업을 택하면 한국 돈으로 약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무담보로 제공해주는 것. 물론 100만 위안이라는 파격적인 숫자가 가능한 것은 베이징이 가진 특수성 덕분이고 기타 도시들의 대출금 규모는 10~20만 위안 수준이다.

전체 재원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한국과 비교해볼 때 혁신적인 제안임에는 분명하다. 중국정부가 혁신창업을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선택한 것은 정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와는 다른 속내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실업률이고 두 번째는 빈부격차이다.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상거래 주목


중국에는 매년 750만 명의 대졸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데 현재 정부주도의 제조업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의 수용이 불가능하다. 적게는 15%, 많게는 29%까지 추정되는 청년실업률은 전체 국가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7000만 명에 이르는 빈곤층의 문제 역시 중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최대값 1) 사회전복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중국의 지니계수는 0.61이다. 참고로 한국의 지니계수는 0.36수준이다. 


소비중심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창출이 필요하다. 실질적 실업상태에서 소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에 내몰리는 게 한국의 상황이라면 중국은 더 이상의 직업을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창업을 장려하는 상황이다. 두 나라 모두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중창업을 꺼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창업이 지향하는 바는 과연 뭘까? 전자상거래, 즉 인터넷 쇼핑의 관점에서는 웨이샹의 출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웨이샹(微商, Weishang)은 SNS를 기반으로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개인 판매자를 말한다. 작다는 의미의 웨이(微)와 상인을 의미하는 샹(商)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중국어로 ‘웨이(微)’는 텐센트의 메시지 서비스 위챗의 중문 표현인 웨이신(微信)에 사용돼 다수의 미디어, 다수의 매체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기술창업이 소수의 엘리트 창업이라면 대중창업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창업의 형태로 볼 수 있으므로 웨이샹은 ‘대중창업’이 지향하는 의미와 일맥 상통한다. 


웨이샹의 고객은 위챗이나 QQ 같은 메신저에 등록된 지인들이다. 타오바오 같은 C2C 쇼핑몰에 입점하려면 여러 가지 자격요건과 보증금을 충족시켜야 하고 배송 등도 직접 맡아야 하기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했던 판매자들이 웨이샹의 대상이다.

굳이 모델로 구분해보면 B2C2C라고 할 수 있다. 메신저 서비스 위챗을 통해 이루어진 자발적 상거래 서비스는 위챗이나 알리바바의 손쉬운 모바일 결제 시스템 덕분에 시장이 형성됐다. 


웨이샹 거래 규모, 30조로 성장


2015년 웨이샹 수는 1500만 명으로 거래규모가 1800억 위안(약30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가 1998-2008년까지 10년을 거쳐 이루어낸 규모다. 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웨이샹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2015년 웨이샹 수는 1500만 명으로 거래규모가 1800억 위안(약30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가 1998-2008년까지 10년을 거쳐 이루어낸 규모다. 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웨이샹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던 신뢰의 이슈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타오바오와 같은 C2C, 나아가 티몰과 같은 B2C에서도 완벽하게 가짜 상품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중국의 전통적인 관계문화(꽌시, ?系)와 연결된 것이다.

즉 내가 아는 사람이 제공한 상품이기에 신뢰할 수 있다는 동양적인 사고가 새로운 유통형태를 지지하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는 빠르게 보급됐지만 2선, 3선 도시의 오프라인 유통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불균형은 웨이샹이 새로운 유통망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웨이샹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통기업들도 오프라인 유통망을 버리고 웨이샹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웨이샹의 형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브랜드 웨이샹, 둘째는 웨이샹 플랫폼이다. 브랜드 웨이샹은 자신의 상품을 가지고 웨이샹 조직을 운영하는 형태다. 우리나라의 ‘아모레 아줌마’와 비슷한 형태인데,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쑤닝이 자사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게 하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 역시 브랜드 웨이샹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브랜드 웨이샹의 형태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 웨이샹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유통망 구축이 쉽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챗에 공식계정(카카오 플러스 친구와 비슷하다)을 개설하고 위챗매장을 통해 영업하는 방식을 필수 유통형태로 생각하고 있다.

웨이신의 발표에 따르면 800만 개 이상의 공중계정(공식계정)이 등록됐으며, 그 수가 매일 1만5000개씩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화장품 기업인 한슈(.束, Kans)이다. 한슈는 2014년 웨이샹 모델을 근간으로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했는데 현재 웨이샹 숫자가 10만 명에 이른다. 각 지역마다 지역총판을 모집하고 지역총판이 웨이샹을 모집하는 형태로 영업망이 구성돼 있다.

웨이샹의 구매수량에 따라 가격이 차등 적용되는데, 이 같은 방식은 한슈를 국내 3위의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한슈는 백화점, 마트, 할인점을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완성하게 된다.  

웨이샹 인프라 제공으로 성장한 윈지

 


두 번째, 웨이샹 플랫폼은 웨이샹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여기서 인프라는 다양한 상품, 배송서비스, 영업을 위한 콘텐츠 등을 뜻한다.

웨이샹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모든 요소를 제공하는 것. 특정 브랜드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소싱하여 웨이샹을 중심으로 구축된 유통망을 통하여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윈지(云集),쓰부(思埠) 등이 좋은 예다. 


윈지(云集, Yunji)는 40만 명의 웨이샹에게 1000개의 브랜드를 공급하는 중국 최대의 웨이샹 창업플랫폼이다. 윈지의 차별포인트는 하루에 1위안만 투자해 연간 365위안만 지불하면 판매 점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점주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자체 물류창고 보유도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점주가 윈지에서 3단계까지 하위 점주를 모집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품판매보다 하위 점주의 가입비와 판매 수수료로 수입을 내는 경우가 많고, 마진 보장을 위해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단계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품질과 가짜 상품의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웨이샹 창업은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초기 위생허가를 받지 않은 상품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가 하면 피라미드 식 운영방식으로 대량의 재고를 안게 된 웨이샹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남에 따라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는 웨이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시진핑 주석은 훼손된 웨이샹의 이미지를 쇄신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웨이샹이 다단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불법운영자들에 대한 ‘웨이샹 정화 작업’을 요구했다. 또 이러한 노력을 통해 웨이샹의 새로운 발전시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여러 정부기관에서 웨이샹 모델의 법제화를 추진중이며 다단계뿐만 아니라 홍보를 위한 도배행위, 거짓정보, 품질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2016년 여름에는 텐센트 역시 불법 웨이샹 정화에 나섰다.

텐센트는 웨이신 공식계정을 통해 불법 다단계 판매로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아이디를 차단, 3000개의 공식계정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웨이샹에 대한 평가는 아직 물음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는 웨이샹이 물과 불을 경험한 해가 2015년이라고 했다. 중국에만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셜커머스 모델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소셜(social)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중국의 꽌시(?系)와 같이 놓고 보면 왠지 그 끝은 창대할 듯하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변화양상은 ‘신뢰’를 중점으로 변화해 왔다. 그들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꽌시’가 토대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꽌시'가 없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有.系.不成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꽌시’는 중요하다.

그들이 ‘꽌시’를 온라인 상에서 바라는 것이 욕심일 수 있겠지만, 중국에선 신뢰를 얻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전자상거래가 출현할 것이다. 


소비자는 더 나은 신뢰를 얻기 위해 그리고 판매자는 더 나은 신뢰를 주기 위해 전자상거래는 변할 것이고 이에 맞춰 중국 정부는 ‘세수확보’와 ‘소비진작’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중국에서 ‘꽌시’와 ‘신뢰’가 앞으로 중국 전자상거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은 훼손된 웨이샹의 이미지를 쇄신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웨이샹이 다단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불법운영자들에 대한 ‘웨이샹 정화 작업’을 요구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5호(2017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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