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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단돈 1달러에 잘나가는 앱 인수한 살만 칸

MIT 장학생, 고액 연봉 대신 미래형 교육 선택

2017-01-24장길수 IT칼럼니스트

 

살만 칸은 다각도로 교육 사업을 펼치면서 자기주도 학습, 협력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라는 교육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사진: TED]

 

2012년 미국 시사 매거진 ‘타임’은 비영리 온라인 교육기관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살만 칸(Salman Khan)’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가운데 4위에 올렸다.

빌 게이츠는 살만 칸이 설립한 칸 아카데미에 막대한 자금을 쾌척해 주목을 받았고, 구글은 2010년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5가지 중 하나로 칸 아카데미를 선정해 2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04년 태동한 칸 아카데미는 무크(MOOC)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무료 온라인 교육의 이념을 실천하면서 글로벌 교육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칸 아카데미의 슬로건


무료 온라인 교육 이념 실천


칸 아카데미는 2004년 미국 보스턴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살만 칸이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카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직접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뉴올리언즈에 살던 조카에게 전화와 ‘야후 두들(Yahoo Doodle)’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르쳤으나, 학습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전 세계 190개 국가에서 4200만 명의 회원이 칸 아카데미에 등록해 수학, 과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당초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콘텐츠를 중심으로 교육 동영상을 주로 제공했으나 지금은 역사, 예술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빈민 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기부 활동에 의존하는 비영리 법인이란 점이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본사 직원들은 100여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누구도 주식을 갖고 있지 않고, 향후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도 없다.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나 자선가들의 기부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살만 칸은 교육에 대한 열정을 ‘돈’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며 앞으로도 비영리 법인으로 남아 있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교육 열정 돈으로 못 바꿔”


살만 칸은 1976년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방글라데시 출신이고, 어머니는 인도 출신이다. 아버지가 의사였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불행하게도 그의 나이 13세에 부친이 돌아가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명석한 두뇌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후 MIT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해 수학으로 학사 학위를, 전기공학과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 진학해 MBA 과정도 마쳤다. 그는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헤비메탈 밴드의 리드싱어도 맡았다.

 
살만 칸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울 캐피털 매니지먼트란 조그만 헤지펀드에서 시니어 애널리스트로 5년 정도 일했고, 2009년에는 커넥티브 캐피털 매니지먼트란 투자회사에서도 잠깐 일했다.


살만 칸은 헤지펀드 일을 그만두고 칸 아카데미에만 전념했지만, 매달 5000달러 이상 들어가는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칸 아카데미를 수익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축한 돈과 자선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행운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무료 온라인 교육이라는 살만 칸의 철학에 공감한 앤 도어(Ann Doerr)라는 여성이 1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보내온 것이다. 칸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자 앤 도어는 식사 자리를 제안했다.

식사 자리에서 살만 칸이 자비로 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1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후원했다. 현재 앤 도어는 칸 아카데미의 의장을 맡고 있다.


앤 도어의 남편은 유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다. 존 도어는 1974년 인텔에 합류한 인물로 몇 개의 반도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1980년부터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라는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면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시만텍, 아마존, 컴팩, 넷스케이프, 구글 등에 투자했다.

그는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 135위에 올라 있다. 앤 도어와의 인연은 또 다른 마법을 불러왔다.

빌 게이츠가 명사들의 강연 축제인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Aspen Ideas Festival)’에서 자신이 칸 아카데미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한 것. 빌 게이츠는 자신의 아들이 칸 아카데미를 활용해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칸 아카데미의 팬이 됐다고 한다.

행사 직후 빌 게이츠는 150만 달러를 기부했고 이어 450만 달러를 또 기부했다. 살만 칸은 2011년 ‘영상을 통해 교육을 재창조하자’는 주제로 TED 강연을 했는데, 강연 말미에 빌 게이츠가 깜짝 등장해 “나는 교육의 미래를 보았다”고 극찬할 정도로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현재 칸 아카데미의 기부자 명단에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자선사업가인 앤 도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또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존 도어, 라탄 타타 등 유명 기업인들이 칸 아카데미 글로벌 자문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칸 아카데미는 초창기엔 무료 동영상을 제공한다는 게 주요 관심사로 부각됐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교육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칸랩 스쿨(Khan Lab School)이 대표적이다.

학교 이름에 ‘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교육 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육 과정과 학습 방식을 오픈소스 형태로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게 살만 칸의 생각이다.


칸 아카데미는 외부 전문기관,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뉴욕모던아트뮤지엄, 미식 축구팀인 49ers, MIT, 픽사 등이 해당 분야에 관한 전문 동영상을 제작해 칸 아카데미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SAT를 주관하는 컬리지 보드(College Board)는 칸 아카데미와 협력해 수학과 영어에 관한 튜토리얼을 만들고, 학생들의 지식을 평가하는 새로운 테스트 방법을 제시하기로 했다. 


2015년 12월 살만 칸은 인도 뭄바이에서 타타그룹 회장인 라탄 타타(Rata Tata)와 만나 인도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칸 아카데미와 인도 타타그룹 산하 타타 트러스트(Tata Trust)는 향후 5년간 칸 아카데미의 선진 테크놀로지를 인도의 교육시스템에 접목하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그가 인도 지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모친이 인도 서부 뱅갈 지역인 무르시다바드(Murshidabad) 출신인데다 인도의 교육 환경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 정부 역시 1000억 달러를 교육 부문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살만 칸은 인도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이 열악한 지역을 위해 칸 아카데미의 오프라인 버전인 ‘KA 라이트(KA LITE)’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이 없더라도 칸 아카데미의 동영상을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칸 아카데미는 비영리 기업이지만 지난해 8월 교육용 게임 앱 스타트업인 덕덕무스(Duck Duck Moose)를 인수했다. 그런데 인수 비용이 단돈 1달러에 불과하다. 인수라고 하지만 사실상 기부다.

덕덕무스는 ‘퍼즐 팝(Puzzle Pop)’, ‘위저드 스쿨(Wizard School)’ 등 20여 개의 교육용 앱을 유료로 판매해 왔는데, 지적재산권과 8명 정도의 직원을 칸 아카데미 측에 넘겼다.

덕덕무스 측은 저개발 지역에서 많은 자원 번역자를 갖고 있는 칸 아카데미에 속한 것이 덕 덕 무스의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판단해 살만 칸에 인수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만 칸은 이 업체를 인수한 뒤 앱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살만 칸은 이처럼 다각도로 교육 사업을 펼치면서 자기주도 학습, 협력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라는 교육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살만 칸의 철학이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새로운 교육 실험실, 칸랩 스쿨

 


살만 칸은 2014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칸랩 스쿨이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칸랩 스쿨은 칸 아카데미와 달리 학비가 연 2만3000달러에 달한다. 무료 교육을 지향하는 칸 아카데미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각에선 칸랩 스쿨이 부유층만 다니는 또 다른 사립학교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살만 칸은 새로운 사립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19세기 이후 전통적인 교육 모델인 ‘프러시안-공장(Prussian-factory)’ 방식 교육법을 타파하겠다는 목표다. 프러시안-공장 모델은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이 정해진 수업시간과 과목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이 진도를 따라오는지 상관하지 않고 진도를 나간다. 이런 주입식 교육시스템에서 학생들은 금방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만다. 우등생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교육시스템인 것이다.

 


공장식 기존 교육 모델 타파


칸랩 스쿨에선 모든 학년의 학생이 섞여서 공부하고,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의 멘토가 된다.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 목표와 학습 진도를 정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보다는 협업과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을 지향한다. 


살만 칸은 미국 공익매체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칸랩 스쿨이 몬테소리의 정신과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몬테소리 2.0’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 몬테소리 교육은 이탈리아 최초의 여의사인 마리아 몬테소리가 1907년 처음으로 도입한 교육방식이다.

어린이들이 자율성과 자발성을 배울 수 있도록 자기개발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감각기관을 훈련하는 게 모든 정신발달의 기초가 된다고 보고 다양한 놀이도구를 고안해 감각기관을 훈련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 


살만 칸은 칸랩 스쿨의 교육 경험을 오픈소스 방식으로 다른 학교에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커리큘럼을 공개해 어떤 식으로 성공했는지, 그리고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를 공유하겠다는 것.

살만 칸은 칸랩 스쿨에 소크라테스식의 대화법을 도입했다. 학생들과 식사시간에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살만 칸은 자신의 저서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One World Schoolhouse)’에서 제시한 교육 철학에 맞게 칸랩 스쿨을 운영할 계획이다. 모든 학년이 한데 어울려 공부하면서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을 수행하는 것이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코치, 칼리지 카운슬러, 리드 어드바이저, 콘텐츠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는 구조다.

이 같은 교육 이념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올해 9월 전통적인 학제로 9학년인 상급학교(Upper School)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칸랩 스쿨이 학교 시스템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5호(2017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