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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블록체인, 한국에 절실한 기술

2017-02-01이영환 W3C 블록체인CG 공동의장(…

 


‘블록체인’ 혹은 ‘분산원장’이라고 불리는 기술의 핵심은 ‘신뢰’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상호 간의 신뢰를 제공하고자 설계된 기술이다. 예컨대 인터넷 환경에서 지구의 어느 곳에 있는 사람과 상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신뢰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분산원장이 신뢰를 제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네트워크의 참여자가 같은 장부를 갖고 거래를 승인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즉 거래 당사자가 거래를 할 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전체 참여자에게 통보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면 모든 거래가 투명해진다. 간단히 말해 투명하면 신뢰할 수 있다.

이 신뢰 기술은 중앙서버만 갖고 있던 장부를 다수의 참가자가 갖게 되므로 저장기술로만 보면 고비용의 저장기술이다. 하지만 다소 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상호 간의 신뢰와 그 신뢰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큰 이득이 된다. 


이 분산원장에 대해 영국 과학청은 ‘권리장전(Magna Carta)’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차대한(Foundational)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 만큼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했다. 권리장전을 새롭게 창조한다는 말은 우리에게는 헌법을 새롭게 쓰는 것처럼 국가적 기반을 새롭게 할 만큼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뜻이다. 


영국 과학청은 영국 정부가 솔선해 신뢰가 부족하거나 효율성이 증대될 필요가 있는 곳에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그러한 곳은 바로 핵심 컴퓨터 시스템을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방어한다든지, 연금복지 제공비용 절감을 위해 금융 포용성을 확대한다든지, 정부 지원금의 투명성을 기록·관리한다든지,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고용을 증대한다든지, 탈세를 축소한다든지 하는 곳이다.

분산장부가 제공하는 신뢰가 정부의 많은 부분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준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분산원장의 신뢰, 4차 산업혁명 인프라


2016년 1월 다보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주장했던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새로운 7대 기술을 꼽았다. 그것은 컴퓨팅 능력과 저장 접근, 빅데이터, 디지털건강, 사물의 디지털화, 사물인터넷(IoT), 분산원장, 웨어러블 인터넷의 7가지 기술이고 이들의 특징은 사람과 인터넷과 물리적 세상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 7대 기술을 살펴보면 컴퓨팅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5대 기술이 모두 네트워크 관련 기술이며 네트워크상의 신뢰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활성화될 수 없는 기술이다. 즉 분산원장 혹은 그와 유사기술이 신뢰를 인프라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른 모든 네트워크 기반 기술에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이라는 점에서 분산원장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IoT 같은 경우 디도스(DDoS) 공격으로 2016년 10월 말 미국 동부지역 인터넷의 사용에 심각한 지장을 발생시켰고 트위터 등의 서비스 사용이 일주일 이상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디도스 공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인데, 이번 공격은 세 가지 점에서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줬다. 


첫 번째는 미국 네트워크의 반이 단순 디도스 공격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격 트래픽 규모가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사상 최초로 초당 1.2테라비트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번 공격에 동원된 컴퓨터가 고작 15만 대에 불과했는데, 그것이 대부분 CCTV 카메라를 포함한 IoT 기기였다는 점이다. 


이런 세 가지 점은 전문가들에게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IoT 기기의 디도스 공격을 심각하게 우려하기 시작했고 IoT 기기에 대한 규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가 바로 IoT에 분산원장 기술의 신뢰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분산원장 기술이 선행돼야 할 부분이 있으므로 IoT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산원장 기술이 온라인 네트워크에 제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분산원장 기술은 사실상 신뢰가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학력증명, 경력증명, 인감증명, 등기제도 등 지금은 중앙기관(대부분 정부 부처)이 제공하고 있는 거의 모든 신뢰 시스템은 사실상 오프라인을 위해 설계된 제도이므로 4차 산업혁명 사이버 시대의 온라인 서비스에는 부적절하다.

오프라인을 위해 설계된 이들 거의 모든 인증시스템에 분산원장을 도입할 수 있다. 예컨대 분산원장 상의 거래기록을 통해 어떤 자산(주식, 자동차, 건물, 도메인 등)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남기면 중앙기관에서 관리하는 등기소에 등록할 필요 없이 특정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다.

중앙관리기관의 필요성이 최소화되거나 없어질 뿐더러 제 증명과 관련된 효율성이 극도로 좋아지게 되고 그만큼 생활이 간편해지게 된다.
분산원장을 특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무한확장이 가능한 프로그래밍 수준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중 가장 강력한 첫 번째 플랫폼인 ‘이더리움’은 완벽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을 위해 그들의 분산원장 플랫폼에 ‘튜링 완전성’을 제공하는 이론적으로 강력한 프로그래밍 툴을 장착했다. 튜링 완전성이란 수학적 시뮬레이션인 튜링머신의 수준까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병렬처리 프로그래밍을 제외한 보통의 컴퓨터에서 실행 가능한 프로그래밍이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뜻으로, 문자 그대로 ‘무한대의 확장성’을 갖는다. 

 


분산원장, 확장성 무한대


이는 분산원장 기술에 전혀 새로운 산업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스마트 계약을 정교하고 정밀하게 설계하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에 의해 운영되는 계약 형태의 사업영역과 사업모델이 탄생한다. 이런 확장성을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을 ‘분산화 애플리케이션(DAPP)’이라고 부르는데, 현재 수백 개의 DAPP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또 기업 운영의 형태까지도 띌 수 있는데, 분산자율기관(DAO) 또는 분산자율기업(DAC)이라고 부른다. 이는 법적으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로 이것이 법적으로 유한책임을 갖는지 무한책임을 갖는지 조차도 불분명하다. DAO는 현재 몇 개의 사업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추후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DAO는 분산자동정부(DAG)와 분산자동사회(DAS)의 탄생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불투명하고 신뢰가 부족한 사회의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완벽한 것처럼 서술했지만 분산원장은 사실상 검증이 부족하다.

DAO로서 사상 처음 설립된 더다오(TheDAO)는 사상 최고 액수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으로 보였으나 프로그램 에러에 의해 해킹을 당하면서 운영이 정지돼 아쉬움을 남겼다.


또 분산원장이 거의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하게 포장되는 것도 아쉽다. 분산원장은 분명히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연구개발 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신뢰가 부족한 오늘의 대한민국에 절실히 필요하고 가장 많은 부분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인 것만은 확실하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5호(2017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