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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미지의 영역 4차 산업혁명, 팔로어는 이길 수 없다

2016-05-03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리더들이 참가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문제점, 파급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리더들이 참가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문제점, 파급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어젠다로 ‘제4차 산업혁명’을 내걸었다.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글로벌 리더가 참가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문제점, 파급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이며, 왜 그것을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를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1차 산업혁명은 1760년에서 1830년 사이에 출현한 증기기관과 함께 시작됐다. 기계가 고안되고 증기기관을 활용한 기차, 선박 등의 수송망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 전기의 대중적 활용과 함께 시작됐다. 그 변화는 전기 에너지의 편리성에서 시작됐으나, 기계의 자동화와 전기통신의 출연과 함께 본격화됐다.

3차 산업혁명은 1970년 이후 인터넷과 정보기술에 의한 디지털 혁신을 일컫는다. 그 모습은 토마스 프리드먼의 저서 ‘The World is Flat’이 지목한 대로 PC의 보급, 오픈소싱, 아웃소싱, 오프쇼어링, 서플라이체이닝, 인터넷 포털과 검색엔진으로 대변된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메카트로닉스, 사물인터넷 등을 지목했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메카트로닉스, 사물인터넷 등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포럼이 거론한 4차 산업혁명은 과연 무엇인가.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메카트로닉스,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신소재기술, 에너지 저장기술, 퀀텀컴퓨팅 등을 지목했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기가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펼칠 물리세계, 디지털세계, 바이오세계가 융합된 모습을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했다.

4차 산업혁명 타깃은 인간 자체

아직 정체가 불분명한 이러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1차에서 3차의 산업혁명이 그러했듯 이미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산업사회의 진화방향 자체를 크게 바꿀 거라는 점,

둘째는 4차 산업혁명의 타깃이 인간을 보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몸과 두뇌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 셋째는 그 파급효과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는 “우리 사회는 지금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 IoT로 연결된 개체수가 49억 개이나 2020년까지는 그 개수가 250억 개가 될 것이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촘촘히 연결된 사회기반구조가 앞으로 우리의 생산방식, 생활방식, 주거문화, 산업구조, 사회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점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첫째, 자동화된 생산라인에 IoT 기반의 지능화가 추진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가 이뤄진다.

3차 산업혁명의 결과, 자동창고,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통합, 전자상거래가 확산됐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전후방 공급사슬 전체가 자동화되고 지능형 검색기능과 통합된 상거래가 일반화된다. 드론을 활용한 아마존의 자동택배시스템 ‘프라임에어’가 하나의 예다.

그 뿐 아니라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세부 공정 데이터를 수집, 가공, 해석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의 등장으로 공정 최적화가 이뤄진다. 이른바 ‘스마트공장’이 보편화되는 것이다. 초반에는 대기업이 주도하다가 클라우드 기반의 개방형 스마트공장 플랫폼이 제공되면 그 활용이 중소기업 전체로 확대된다.

둘째, 전사자원관리(ERP)와 같은 경영관리 토털시스템이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되면서 기업 기능의 분화와 재구성이 촉진된다.

예컨대 증권회사 트레이딩 시스템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고객에게 개방되면서 증권회사 자체가 하나의 웹 애플리케이션으로 축소된다. 기업 구조는 유연해지나 수명은 크게 단축돼 조립형 기업, 1회성 기업이 등장한다.

셋째, 고객 접점이 자동화 기기와 스마트폰에 의해 자동화되면서 고객이 가치사슬과 일체화된다.

이를 전문용어로 ‘고객통합(customer integration)’이라고 한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이 살 물건을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3의 디자인 파일을 구매해 3D프린터로 출력한다. 펀드 대신 펀드트레이딩 시스템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인공지능 카운슬링을 붙여 주기도 한다. 태양전지나 풍력발전 등 분산형 에너지원을 가진 고객이 한국전력과 스마트그리드 체계 속에서 자동적으로 전력거래를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생활 전반에 걸친 자동화가 진전된다. IoT에 의해 가전제품의 상호연결과 원격제어가 가능해 짐은 물론, 다양한 가정용 로봇이 독립형 또는 내장형으로 장착된다.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아파트 실내가 때로는 업무공간으로, 때로는 휴식공간으로 변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아파트 내에 시간제로 쓸 수 있는 공유자동차 서비스가 제공되고 사용한 만큼 아파트 관리비에 청구된다.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도 전면 재편돼 하나의 완결된 자동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다섯째, 기계와 생체조직의 연결이 가능해져 인공장기가 개발되고, 뉴로사이언스의 발달로 뇌파를 활용한 인터페이스도 출현한다.

그 결과 원격로봇과 인간의 가상통합(virtual integration)을 통해 영화 속 아바타도 구현된다. 인간의 생체적, 기계적, 지능적 역량 확대로 상황적응형 슈퍼맨도 가능해진다. 그 부작용으로 인간의 존엄성,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의문이 제기되고, 인간과 로봇간의 경계 설정, 역할 재정립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진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갖는 공통적 특성은 바로 사이버공간과 물리공간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가상화(virtualization)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5가지 감각기관을 사이버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통합한다.

그 결과, 인간의 활동영역은 현실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가상공간으로까지 확대된다. 한때 세컨드라이프닷컴이 형상화하고자 했던 세계가 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 공간에서 수많은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된다.


2020년 IoT로 연결되는 개체수가 250억 개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기반구조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2020년 IoT로 연결되는 개체수가 250억 개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기반구조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액센츄어의 CEO인 피에르 난텀은 “2000년 이후 15년 동안 포춘(Forture) 500 기업 중 반이 디지털기술에 의해 날라갔다”고 말했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2020년까지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2025년까지는 일자리의 3분의 1이 소프트웨어나 로봇으로 대체될 거란 전망이다. 3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이 정도니 4차 산업혁명의 여파는 짧은 시간에 걸쳐 훨씬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노동 투입 감소, 중산층 붕괴 우려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은 이러하다. 첫째, 생산공정에서 지능형 설비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총요소생산성은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반면에 기업은 수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투입을 감소시킨다. 둘째, 노동시장은 지능시스템을 개발, 운용하는 고급인력과 그렇지 않은 단순저급인력으로 양분된다. 인력 대체도 단순 육체노동에서 전문직으로 확대된다. 전력회사 엔지니어, 트럭과 택시 운전사, 교사, 여행사, 관제사, 사서, 회계사, 통역사, 리포터 등이 자주 거론되는 직종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은 중산층의 붕괴를 가장 우려했다. 중산층이란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를 가지고 멋진 삶을 꿈꾸며 사는 사회 중심계층이다.

그래서 이 계층이 붕괴되면 그 사회의 안정성은 상당히 손상된다. 전환기에 나타날 중산층 붕괴는 소유, 일과 휴식, 경력개발, 사회활동, 윤리적 삶, 존재의 문제 등 수많은 철학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대변혁 뒤 준비할 수는 없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예일대의 쉴러 교수는 “집에 불이 난 다음에 화재보험을 들 수 없듯이 4차 산업혁명의 대변혁이 일어난 후 이를 준비할 수는 없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리더에게는 분명 기회이나 팔로어(follower)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된다.


먼 미래를 그려보지 않아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 중 스마트공장과 같은 차세대 제조기술은 2019년까지 배로 성장, 약 85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전망이다.

현재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미국은 CPS(Cyber-Physical System)를 기치로 내걸고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맞아 우리 기업과 정부가 시급히 준비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첫째, 우리나라의 IT 소비는 B2C에 집중돼 있다. 다소 소비적이라는 얘기다. 디지털기술정책의 중심을 B2C에서 B2B로 바꿔 디지털 소비강국을 디지털 생산강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플랫폼 정부’를 기치로 내걸고, 국가적 생산기반, 사회기반시설의 지능화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 의료, 교육, 교통, 공항, 행정 등 공공서비스 공통의 지능형 서비스 플랫폼, 그리고 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공장용 클라우드 플랫폼의 구축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할 만하다.

둘째,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구조는 빠르게 플랫폼 경제로 전환될 것이다. 그런데 PC 플랫폼에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플랫폼에 구글, 상거래 플랫폼에 아마존, 그리고 스마트단말 플랫폼에 애플과 삼성이 그렇듯 글로벌 플랫폼은 자연독점성이 강하다.

향후 국가간 부는 지배적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로 집중될 것이다. 한국이 어떠한 산업전략과 글로벌 경쟁전략으로 대처할지 심도 깊고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은 공급시장뿐 아니라 소비시장과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공기관, 각급 지자체, 중앙행정기관으로 이어지는 공공서비스 전달체계를 스마트정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전면 개편하고, 4차 산업혁명을 공공서비스부문에서 먼저 가시화하는 방안을 강구해도 좋다. 계획과 통제가 가능한 공공영역에서 선도하면, 그 과실을 경제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


넷째, 부의 쏠림을 막기 위한 획기적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을 보편적 서비스화하며, 진보적인 조세정책도 유연하게 강구해야 한다. 지능형 감사시스템 도입으로 지하경제를 차단하고, 조세회피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독과점성이 높은 지능형 플랫폼 비즈니스에 직접 투자해 조세에 편중된 재정수입경로를 다변화하는 혁명적 발상도 검토할 만하다.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관행, 선입견,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설계해 보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