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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비욘드 테크] 과학기술에서 성장동력 찾으려면

2016-03-30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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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테크M 4월호]요즘 TV드라마 장영실을 보면서 55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지혜와 혜안에 감탄한다.

과학기술로 백성의 삶을 편하게 하려는 세종과 장영실이 당시 지배세력인 사대부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도 낯설지 않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 세력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 간의 갈등은 고금과 동서를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과거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현 정부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지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가기 위한 경제혁신의 타이밍을 놓칠 수는 없다.

선진국을 모방하고 따라 가던 시절에는 전략산업을 선정(pick a winner), 그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연구개발 사업이 유효했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가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경제에서는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하는 디지털융합 기술은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발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초 포춘의 발표에 따르면 자산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74개에 달한다.

소셜커머스, 전자상거래, 헬스케어, 운송, 숙박, 핀테크, 온라인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은 실물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오로지 사업모델만으로 기존의 숙박업과 운송업의 자산가치를 넘어서는 기업이 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끊임없는 M&A를 통해 신사업을 창출하고 있다. 구글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인자동차, 가상현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모델을 찾고 있다.

GE는 기존 하드웨어 산업의 효율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제어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 세 정부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노무현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 네트워크, 바이오신약·장기, 디지털 콘텐츠 등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 동력사업 22개는 에너지·환경과 수송 분야를 제외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 무선통신, LED조명, RFID/USN, 로봇, 신소재·나노융합, IT융합시스템, 방통융합미디어, 바이오신약 및 의료기기, 문화콘텐츠, 소프트웨어, 디자인, 헬스 케어 등으로 거의 유사하다.

이것을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을까? 그동안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정부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민간영역에서 연목구어(緣木求魚)를 했기 때문이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은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으로 창업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정부 연구개발 사업의 결과가 사업에 응용되고 있는 사례는 있다. 미국의 국방고등기술개발(DARPA)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구조용 로봇, 음성인식, 3D프린팅, 다빈치 수술로봇, 인공혈액, 무인자동차, GPS, 인터넷 등의 기술이다. DARPA가 성공한 이유는 국방이라는 공공분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모델을 명확히 했고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과학기술에서 정부의 역할부터 정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연구개발 사업의 영역을 정부가 해야 할 부분과 민간에 맡겨야 할 부분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이젠 그동안 소홀히 했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영역에서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를 해야 할 때다.

국방, 재난·재해 및 안전, 보건, 환경, 우주개발, 에너지 등의 공공분야가 그 영역이다. 이들 분야 연구사업의 목표 설정이 가능하고, 정부구매를 통해 신산업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둘째로, 정책담당자는 정부서비스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규제개혁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을 조정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물망처럼 촘촘한 규제 속에서는 창의적 융합기술과 제품 및 기업이 태어나 성장할 수 없다. 기존 산업에 적용된 각종 시험·분석·평가는 물론 인·허가 기준으로는 신산업을 창업하기 어렵다.

끝으로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관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연구개발은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식과 과학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축적해나가는 과정이다.

앞에서 언급한 공공분야의 연구개발 사업은 사업모델과 목표가 명확하지만, 원천기술과 기초연구 결과를 사업화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즉 창업 활성화를 위한 기업가정신 함양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협력교류 공간(co-working center) 구축 등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가정신이 넘치는 창의적인 인재가 쏟아져 나오게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과거처럼 모든 것을 일일이 관여하고 개입하려는 미세조정(fine tuning) 정책을 계속 고집한다면 신성장 동력은 찾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 현 정부는 이 세 가지의 큰 틀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의 모습으로 꾸준히 시행한다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테크엠 4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