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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스타트업은 한국의 미래다

2016-12-29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탄핵정국 속에 ‘창조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넘쳐난다. 지난 2년간 전국에 생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일부 예산이 삭감되기도 하고 구성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초에 열린 창조경제박람회가 관람객이 없어 썰렁했다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이 정권이 끝나면 창조경제의 미래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번 스캔들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지나친 언론의 호들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은 사실 줄어들지 않았다. 사업을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센터 운영예산 436억 원이 지난해 12월 3일 통과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오히려 118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또 서울과 전남을 제외하고 모든 지자체가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비를 배정했다. 서울시는 창업 관련 시설을 계속 늘리고 있다. 서울에는 혁신센터 말고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이 많다. 내가 잠시 들러본 창조경제박람회는 썰렁하지 않았다. 예년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올해는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아 쓸데없는 의전행사가 대폭 줄어서 좋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내가 만난 모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은 “그동안 청와대 보고와 행사 등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며 “이제 좀 내실 있게 내부를 정돈하면서 운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창조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의 창업 생태계도 위기를 맞을 것이란 걱정은 너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의 방향성은 맞았다.

스타트업 육성은 전 세계 공통 현상

사실 창업을 북돋우며 자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려는 노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인류에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이런 변화에 기존 대기업보다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더 잘 대응하고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중국은 ‘만인의 창업, 만인의 혁신’이란 슬로건을, 인도나 태국은 ‘스타트업 인디아’, ‘스타트업 타일랜드’, 프랑스는 ‘라 프렌치 테크’ 등의 제목으로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경제라는 브랜드는 바뀔지언정 창업육성과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고 몇몇 재벌대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나와서 다양성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에도 활력을 줘야 한다. 노쇠한 기존 대기업에도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이어진다. 언론이나 차기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다만 문제는 이제 활성화되기 시작한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더 잘되도록 할 것이냐는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

첫 번째로 관 주도의 톱다운 방식에서 자율적이고 민간 주도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톱다운 방식이었다. 각 지역,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파악해서 지원하기보다는 위에서 핀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의 유행을 타는 주제를 정하면 그에 맞춰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식이었다. 또 보여주기 식, 전시성 행사가 잦았다. 실무자들 입장에서 스타트업 지원보다는 행사준비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많았다. 이제는 민간에서 알아서 하도록 맡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육성, 민간이 주도해야

두 번째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최소한 5년, 길게는 10년 뒤를 바라보고 일관성을 가진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권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바심이 강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보통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5~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한다. 정부는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워하는 기초기술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주고 산업화되는 시기부터는 민간자본이 자연스럽게 이어서 투자하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창업이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사실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이들이 잘 성장해서 상장이나 매각이라는 엑시트(Exit) 단계까지 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보면 의미 있는 엑시트가 무척 드문 상황이다. 이래서는 재투자를 통한 선순환이 생기지 않는다. 정부는 스타트업에게 시장을 만들어주는 구매정책, 상장요건을 완화하고 인수합병(M&A)을 쉽게 해주는 규제완화정책 등 할 일이 정말 많다.

네 번째로는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보니 한국은 온갖 촘촘한 규제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가 극히 어려운 나라였다. 대기업에게는 엄격하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작은 기업에게는 너그럽고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유연한 규제정책이 나와야 한다.

아무쪼록 창조경제를 통해 씨앗이 뿌려진 수많은 유망 스타트업들이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가길 바란다. 이 회사들이 한국의 미래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5호(2017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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