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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가정을 연구하라…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 찾기

2016-12-24박진현 계원예술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KEY POINT]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볼 때 집은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동안 머무르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어려울 수 있다. 익숙한 공간에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UX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또 UX 관점에서 보면, IoT 기술은 집안에 있는 작은 기기 하나까지 다뤄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집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으로부터 시작된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인터넷과 연결된 사물과 대화할 수 있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2008년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혁명은 경제, 사회, 문화, 환경을 포함한 모든 분야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사용자 경험(UX)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UX의 문제는 사람의 학습과 인지 한계가 기술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됐으며, 디지털의 해상도(Resolution)는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4G를 넘어서 5G 통신기술이 등장했고, 모든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이러한 세상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과잉문제는 사용자가 효율적으로 광범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UX를 제공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IT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기술의 활용과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IoT)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IoT의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중 스마트홈은 인더스트리얼 4.0, 커넥티드카와 함께 IoT 산업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반의 전략과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제품이 같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에겐 생소하게 느껴진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개발된 많은 기술은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 했지만, 그 많은 기술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집

UX는 기술을 인간의 생활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가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원하는 UX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맥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사용가치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UX를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인사이트 발견이다. 인사이트를 이해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많은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고,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행동의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UX의 목표가 수립되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 시각, 인터랙션 등) 경험 요소를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볼 때 집은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동안 머무르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어려울 수 있다. UX 관점에서 볼 때 집은 사용자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가장 편안한 경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공간이다. 익숙한 공간에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UX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영화 ‘아이언맨’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집에 관한 미래의 기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영화 속 인공지능 ‘자비스’일 것이다. 자비스는 집안의 로봇, 조명, 가전 등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또 다양한 센서에 의해 받은 데이터를 저장, 판단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시각화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자비스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언어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도 쉽게 대화할 수 있으며,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판단해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글의 IoT 플랫폼  ‘브릴로

구글의 IoT 플랫폼 ‘브릴로'


현재 글로벌 대기업은 아이언맨에서 그려진 미래의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형태의 플랫폼과 개발툴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브릴로(Brillo)’, 애플의 ‘홈킷(HomeKit)’, 삼성의 ‘아틱(Artik)’ 등의 플랫폼은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개발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UX 가이드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를 위한 일관된 UX를 제공하게 된다.

동일한 플랫폼은 새로운 IoT 기기와 서비스에 일관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하나의 일관된 플랫폼 사용은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의 학습량을 줄일 수 있다. 사용자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IoT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용한, 익숙한 방식의 경험을 좀 더 쉽게 확장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단순히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경쟁을 넘어 본격적으로 가정과 건강 관련 IoT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이 결정되면 개인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앱이나 콘텐츠 등이 함께 소비되기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동일 플랫폼의 유지는 개인이 소유한 콘텐츠와 기기에 대한 투자비용이 높을수록 플랫폼의 이동이 어렵게 된다. 플랫폼은 기존의 경험에 새로운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되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은 기존 사용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UX의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아마도 아마존의 ‘에코’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유사한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다. 에코는 음성인식을 통해 연결된 여러 가지 IoT 기기를 동작할 수 있다.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나 애플의 ‘시리’, 삼성의 ‘에스보이스’ 등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개발됐지만, 아마존 에코를 통해 본격적으로 홈 IoT 기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형태의 인터페이스로 주방이나 거실에 자리매김 하게 된다.

에코는 언어입력을 통해 집안 전체에 위치한 여러 가지 IoT 기기를 음성입력에 의해 컨트롤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하지만 아마존 에코는 단순히 기기를 컨트롤 하는 인터페이스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대화와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고 노래를 불러주거나 농담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인터랙션이 가능하다.

음성인식의 경험이 단순한 기능의 컨트롤을 넘어서 실제 사람과의 대화와 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사용자 리뷰에서 아마존 에코의 UX적인 특징은 단순한 기기 컨트롤의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특징은 대화의 양이 늘어날수록 기기의 학습이 늘어나기 때문에 음성인식의 정확도나 사용자의 언어 특징을 시스템 입력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성인식의 발전으로 몇 년 전부터 학계에서 음성 UI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의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발전으로 인해 인터페이스에서 자연어 입력기술을 홈IoT에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

 

UX 실험실, 오픈소스·공유·소셜펀딩

UX 디자인 프로세스 중 하나인 프로토타이핑 프로세스는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최종 결과물에 가깝게 여러 단계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프로토타이핑 프로세스는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해 평가하고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게 된다.

프로토타이핑은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아이디어와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기능이나 경험을 즉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과 개발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많은 경우 기획 단계에서 놓칠 수 있는 사용성을 검증하고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자본이 부족한 작은 규모 스타트업이 활용하기 좋은 프로세스다.

이렇게 빠른 IoT 개발 프로세스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제품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3D프린터의 보급과 함께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HW) 기술로 인해 더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또 ‘인스트럭서블스(www.instructables.com)’나 ‘띵기버스(www.thingiverse.com)’ 등의 공유사이트에 DIY로 제작할 수 있는 수많은 파일이 공유되고 있으며,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에 대한 프로토타입 제작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공유 사이트를 둘러보면 오픈소스 HW를 기반으로 한 수많은 아이디어의 기술이 공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화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IoT 개발보드, 도어록, 식물 재배 시스템, 조명 컨트롤러, 온도조절장치, 가정용 보안 카메라, 어항 등의 다양한 홈IoT 제품의 기본적인 기술들이 오픈소스에 의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로 제품의 내용을 보면 기존의 제품에 IoT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제품은 ‘킥스타터(Kickstarter.com)’나 ‘인디고고(indigogo.com)’와 같은 소셜펀딩의 도움으로 제품화되고 있다.

UX 관점에서 보면, IoT 기술이 집으로 들어오는 시간은 스마트폰의 변화 속도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IoT 기술은 집안에 있는 작은 기기 하나까지 다뤄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집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TV, 냉장고, 세탁기, 조명, 알람시계 등 아주 많은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돼 동시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가진 새로운 경험의 가치와 홈 IoT 시장의 확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경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