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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세계 사이보그 올림픽 동메달 비결...성능에 집중

2016-11-05강진규 기자

10월 8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 ‘1회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에서 한국팀이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의 공학기술과 의료기술, 그리고 선수로 출전한 김병욱씨의 땀과 의지가 만들어낸 쾌거였다.

올해 처음 열린 사이배슬론은 ‘사이보그 올림픽’, ‘아이언맨 올림픽’으로 불리는 장애인 보조로봇 기술 등 의료, 공학분야 기술을 겨루는 세계대회다. 사이배슬론은 로봇의수, 로봇의족, 기능성 휠체어, 전기자극 자전거, 뇌와 컴퓨터 인터페이스, 엑소스켈레톤(외골격형 로봇) 레이스 종목으로 열렸다.

김병욱씨가 착용한 외골격형 로봇 ‘워크 온’

(김병욱씨가 착용한 외골격형 로봇 ‘워크 온’)


1997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병욱씨가 엑소스켈레톤 레이스 종목에 출전했다. 그는 SG메커트로닉스와 공경철 서강대 교수 연구팀,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 연구팀이 함께 개발한 외골격 로봇 ‘워크 온’을 착용해 걷고 장애물을 넘는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3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번 성과의 주역 중 한 명인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나 대회 참가와 로봇 연구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사이배슬론 대회에 참가한 김병욱씨(앞줄 가운데)와 공경철 서강대 교수(뒷줄 왼쪽 첫 번째),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두 번째) 등 한국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이배슬론 대회에 참가한 김병욱씨(앞줄 가운데)와 공경철 서강대 교수(뒷줄 왼쪽 첫 번째),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두 번째) 등 한국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이배슬론 대회에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됐는지.

“근력이 약화된 부분마비 환자들을 위한 착용형 로봇을 10여 년 동안 연구해 왔다. 완전마비 장애인들을 위한 착용형 로봇은 그 전에도 연구하고 있는 연구팀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은 부분마비 환자들을 위한 로봇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이배슬론 대회를 알게 됐고 연구팀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출전하게 됐다.”

외골격형 로봇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한국팀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착용형 로봇을 개발할 때에는 디자인을 중시하게 된다. 사람이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보기에 예쁘고 멋있게 만드는 것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능과 성능에만 집중해 로봇을 설계했다.

그 결과 비록 생김새는 투박하지만 아주 강력한 구동기 모듈을 설계할 수 있었다. 또 세브란스재활병원과 협력해 선수에게 꼭 맞는 로봇을 만들 수 있었다.”


- 이번 대회를 통해 본 세계적인 로봇 기술의 추세가 한국 연구원,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오토복(Otto Bock)이나 오서(OSSUR), 리워크(ReWalk) 등 많은 장애인 로봇 회사들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저런 기업이 없을까 아쉬웠다. 많은 우리나라 회사들은 당장의 수익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논리에 의해 장애인을 위한 로봇 개발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대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연구자가 소속된 연구소나 학교의 이름값을 무시하고 완전히 성능만으로 경쟁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한국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예선을 치른 뒤에는 많은 팀들이 몰려와 기술적인 내용을 궁금해 했다. 또 결선을 치르고 나니 마치 우리가 대회의 주인공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고 함께 기뻐했다.

연구내용이나 결과물의 성능보다는 연구자의 소속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우리나라의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 개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또 그 사람을 어떻게 도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많은 공학자가 자기들의 관심사에 맞춰 좋아하는 방식으로 로봇을 만든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과 환자들이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또 기초기술의 연구 없이 너무 성급하게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 것 또한 바뀌어야 한다. 단기간 내에 하드웨어를 만들고 제어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실험적으로 검증까지 해야 하니 아무래도 기초기술 연구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절대로 기초기술 없이 완성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 한국의 로봇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한 젊은 연구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로봇 업계가 지나치게 경쟁적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아직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시장이 열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 간의 지나친 경쟁은 대외적인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국내 연구자의 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함께 힘을 합쳐 제대로 된 국가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로봇 산업은 다른 IT 업계와 마찬가지로 한 두 명의 천재가 대다수의 집단을 리드해야 하는 분야다. 하지만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에는 보수적인 유교문화가 부담이 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