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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새로운 인간이 온다

2016-11-23도강호 기자

“검을 몸의 일부라고 생각해!” 무협 영화나 소설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검술 비법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스토리에서는 검술을 연마하는 주인공이 스승의 말을 따르지 못해 어려움을 겪지만 일순간 깨달음을 얻고 절대 고수가 된다. 마치 팔이 길어진 것처럼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적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무협 주인공에게 검은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다. 주인공은 검을 이용해 팔 길이보다 더 멀리까지 닿을 수 있고, 맨손으로 싸울 때 보다 더 효과적으로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관계는 무협 스토리의 주인과 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검처럼 대부분의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높이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많은 경우 현대 기술은 검보다 훨씬 복잡하다. 검처럼 단순히 길이를 연장하고 하나의 목적에 국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무형의 능력을 구현하고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술도 있다. 물론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최신 기술의 세계와 이를 통해 변화, 발전하는 인간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뇌 - 스토리지·클라우드,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록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인류의 역사를 기록의 유무에 따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나눌 정도다. 이는 인간이 기록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을 후대에 전달할 수 있었고 인간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기록을 더 효과적으로 남기고 전파할 수 있게 만든 인쇄술의 등장이 혁명으로 평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기록의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기술이 등장했다. 빅데이터의 토대가 되는 스토리지와 클라우드 기술이다.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와 함께 현재까지 인류가 남긴 데이터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단시간에 기록되고 있다. 지금도 대용량 스토리지와 클라우드는 개인, 정부, 기업을 가리지 않고 이들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기록은 쌓아두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인간은 남겨진 기록을 분석해 규칙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해왔다. 기록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기록된 빅데이터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버려졌던 많은 데이터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머신러닝은 인간의 데이터 분석을 돕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수많은 데이터에서 관계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의 기억력과 처리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 기술은 빅데이터와 결합해 급격히 성장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주요 ICT 기업들은 물론 수많은 스타트업이 머신러닝을 이용해 인간의 데이터 활용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머신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돕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인간을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처럼 언제 인간을 뛰어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창작 인공지능을 만드는 인간의 창의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눈 - 카메라

시각은 전통적으로 다른 감각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누려왔다. 시각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는 것이 인간 사고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기록하는 일은 인간의 지적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인간은 사물을 더 잘 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망원경을 만들어 더 멀리 있는 사물을 볼 수 있게 만드는 한편 현미경을 이용해 더 작은 물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현대에 이르러 더 잘 보려는 노력은 실제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적외선, X-선, 전파는 물론 빛의 방향 정보 등을 활용해 먼 우주부터 나노 단위의 생물 활동, 새로운 입자까지도 관찰하고 있다.

한편, 눈의 정교한 작동 방식은 과학자·기술자의 오랜 탐구 대상이었다. 인간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는 긴 기술 개발의 과정을 거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작은 고성능 카메라로까지 발전했다. 또 사람마다 홍채의 모양이 다르다는 눈의 특성을 활용해 ‘본다’는 원래의 목적을 넘어 눈을 개인 인증에 활용하는 단계로까지 나가고 있다.


손 - 제조로봇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로봇이 있다. 독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제조업 혁신과 활성화를 위해 제조로봇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제조로봇은 인간의 단순반복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형태다. 로봇은 자동화가 쉬운 단순반복 작업을 인간보다 정교하고 오랜 시간 수행할 수 있다. 제조로봇은 궁극적으로 생산 현장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 스스로 작업을 학습하는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인간과 로봇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만 로봇이 정교하게 제어되고 주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면 상황에 대한 인간의 능동적 대처 능력과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의 장점이 합쳐져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 - 이동기술

지난 100년간 인간의 주요 이동 수단은 자동차였다. 대중교통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 운전으로 이동했다.

최근 이동 방식에 변화가 시작됐다. 자율주행 자동차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구글, 바이두 등의 ICT 회사들도 변화에 동참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부분의 인구가 개인 운전사를 보유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일상에서도 탈 것을 이용해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엘론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는 역사상 가장 빠른 이동이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에 소재, 배터리 등 기초 기술의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


근육 - 엑소스켈레톤

아이언맨. 영화 속 슈퍼히어로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초능력은 없지만 아이언맨 아머를 입으면 슈퍼히어로가 된다. 최근 엑소스켈레톤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들도 아이언맨 만큼은 아니지만 신체 능력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엑소스켈레톤은 인간이 신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입는’ 로봇이다. 인간의 개입없이 움직이는 제조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와 달리 엑소스켈레톤은 착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동작한다.

엑소스켈레톤은 병사들의 기동성 증가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무거운 물품을 취급하는 작업자를 위한 산업용, 장애가 있는 환자를 위한 재활·의료용으로 엑소스켈레톤의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오감 - 센서

기계의 센서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같다.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정보가 필요한 것처럼 기계도 동작을 위해 현재 상태를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센서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장치에서 데이터 처리와 상황 판단까지 가능한 다기능 스마트 센서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센서의 집합체다. 가속도 센서부터 지문 인식 센서, 자이로 센서, 제스처 인식 센서까지 수많은 센서가 들어 있다. 위치 기반 서비스, 헬스케어 서비스 등 스마트폰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앱 가운데 센서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찾기 힘들 정도다.

최근에는 센서의 데이터 처리능력과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인간의 감각을 모방하는 센서도 등장했다. 특히 인간의 후각과 미각을 모방하는 바이오 센서를 이용해 인간의 감각을 정교하게 모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테크M = 도강호 기자(gangdogi@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