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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머신러닝 활용 확대하는 금융권

2016-11-20도강호 기자


금융사 신사업개발팀. 팀명과 목표는 신사업 개발이지만 실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고객 데이터 분석이다. 신상품 개발을 위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데이터만 분석한다. 상품개발을 위해서는 유의미한 고객군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하는 일만 보면 신사업개발팀이 아니라 데이터분석팀이다.

신사업개발팀에 머신러닝 솔루션이 도입됐다. 데이터 분석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머신러닝 솔루션은 클릭 몇 번으로 유의미한 고객군을 골라낸다. 팀원들은 비로소 팀명에 맞게 사업개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오히려 짜증을 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팀장 때문에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창의성의 토대가 되는 머신러닝

엄수원 솔리드웨어 공동대표가 소개한 한 고객사의 이야기다. 엄 대표는 “금융사들은 고객 평가 모형이나 고객 분류가 왜 안 맞는지, 어떻게 검증해야하는지 고민하는 데 발목이 잡혀있다”며 “머신러닝은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풀어주고 사람이 전략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이 사람만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솔리드웨어는 머신러닝 솔루션 ‘다빈치랩스’를 개발·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주요 고객은 금융사다. 머신러닝 기술과 솔루션을 이용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평가 모형 등을 만들어 제공한다. 다빈치랩스 솔루션을 이용하면 금융사가 직접 머신러닝을 적용해 모형을 만들고 금융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솔리드웨어의 솔루션을 이용하거나 협력하는 금융사는 악사손해보험, 월컴저축은행, KB캐피털, SBI저축은행, 신한은행, 현대카드 6곳이다. 엄 대표는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금융사에서 기존에 활용하는 모형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갖는 모델을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다빈치랩스는 머신런닝을 적용하기 편리한 만큼 자주 모델링을 하고 항상 업데이트된 모형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악사는 솔리드웨어의 첫 고객으로 머신러닝 솔루션 도입과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악사는 보험 리스크 관리를 위해 머신러닝을 먼저 도입했다. 고객 특성을 분석해 보험 상품을 팔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성과가 좋아 보험사기 적발과 고객 이탈 예측 등을 통한 고객 관리 등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신한과 KB는 각각 7월과 8월 솔리드웨어로부터 신용 평가 모형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KB의 경우 머신러닝으로 만든 모형이 기존 평가 모형에 비해 모형 성능 지표에서 2배 이상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신한의 경우도 머신러닝 모델이 기존 모델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렸다.

엄 대표는 “제1금융권인 신한의 경우 저리스크 고객이라 전통적인 평가 모형이 잘 맞는 특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머신러닝을 이용한 새로운 모델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또 “새로운 모델을 기존 방법과 보완적으로 사용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이 기존 모델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머신러닝이 금융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엄 대표는 “머신러닝 기반의 다빈치랩스 솔루션은 정형 데이터를 가지고 무언가를 예측하는 분야에는 사실상 다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고객의 상품에 대한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타깃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다. 게임에서 고객의 행동과 결제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게임 이용자가 인앱결제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을 더 키우는 머신러닝

금융 분야에서 머신러닝이 많이 활용되는 또 다른 사례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있다.
양신형 쿼터백투자자문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쓰면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하고 알고리즘을 수정할 수 있다”며 “사람이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보다 속도, 크기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더 많은 데이터와 지표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사람보다 더 빨리 시장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신러닝의 강점은 위기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자산 운용에서도 드러난다.
양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특별한 데이터나 지표를 보고 투자한다는 환상이 있다”며 “로보어드바이저도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펴봐야하는 자산이 ETF만 해도 2500개, 기초자산만 30만 개 정도 된다”며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매일 추적해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 시스템트레이딩이나 퀀트처럼 사람을 대신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방법들이다.

양 대표는 “기존 방법은 과거에 작동했던 전략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지만 같은 전략이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며 “머신러닝은 학습을 통해 입력 데이터나 경기 지표가 바뀌면 스스로 시장 적합성이 높은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저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양 대표는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등장으로 기존 금융 인력의 자리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며 “금융 상품의 80%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결국 사람들이 잘 해왔던 영역에서는 머신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이 주목받기 어렵다”며 “금융은 그동안 사람들이 충분히 하지 못했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이를 도와줄 수 있는 머신러닝이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M = 도강호 기자(gagndogi@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