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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부상하는 정밀의료, ICT역할 커진다

2016-11-08이상은 연세대 교수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정보, 생활습관 정보(life-log)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통 암에 걸리면 그 사람에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 표준 치료법에 따라 항암제를 처방하는데 사람마다 개인차가 커서 약의 부작용도 많고 생존율도 낮은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족력, 흡연과 같은 생활.식습관 정보, 검사 및 생체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표적치료제를 처방,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자는 게 바로 정밀의료인 것이다.

정밀의료가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것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연두교서를 통해 미래의 의료계 발전을 위한 ‘정밀의료추진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이 계획에는 새로운 바이오마커. 개발, 치료법에 대한 개인차 이해, 환경-유전-질환 상호관계 분석, 대규모 개방형 코호트. 구축 등 의료산업의 비전과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들 그리고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실행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케어시장의 통합. 질환자를 위한 의료시장과 건강인을 위한  웰리스 시장이 ICT를 기반으로 단일 케어시장으로 통합된다.

(케어시장의 통합. 질환자를 위한 의료시장과 건강인을 위한 웰리스 시장이 ICT를 기반으로 단일 케어시장으로 통합된다.)


이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의료계는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발전에 한 획을 그었던 1948년의 ‘프래밍햄 허트 스터디’를 떠올렸다. ‘정밀의료추진계획’이 또 한 번 의료계의 혁신과 도약을 가져오게 될 것을 기대한 것이다.

이 연구는 심혈관질환의 발생 원인과 특징을 발견하기 위해 1948년부터 추진한 국가 연구사업이다. 프래밍햄 타운, 남녀 5209명을 대상으로 혈압, 콜레스트롤 흡연, 비만, 당뇨 등을 2년마다 측정해 상관관계를 연구, 의료계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가 정밀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의학적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이 계획에 포함돼 있는 핵심 사업들은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심지어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하기도 하다.

‘정밀의료추진계획’의 핵심 사업인 대규모 정밀의료 코호트 구축이란 다양한 임상연구를 위해 의료비 청구정보, 환경정보, 임상 및 생체정보, 유전자정보, 식습관 및 생활정보 등을 전자건강기록(EHR)의 형태로 저장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사업이다. 정밀의료를 위한 임상 데이터웨어하우스(CDW)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병원이 보유한 기존의 의료정보뿐 아니라 각종 센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의료 검사장비 등을 통해 환경정보, 생체정보, 식습관 및 생활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상호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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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추진계획’의 핵심 사업인 대규모 정밀의료 코호트 구축이란
다양한 임상연구를 위해 의료비 청구정보, 환경정보,
임상 및 생체정보, 유전자정보, 식습관 및 생활정보 등을
전자건강기록(EHR)의 형태로 저장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사업이다.


또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려면 어떤 유전자가 어떤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상관관계를 조사해야 한다. 암 치료라면 특정 암 치료제에 반응하는 암유전자의 특성을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염기서열을 해독해야 한다. 한 사람이 32억 개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고, 각 유전체는 4개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한 사람의 염기서열을 해독하려면 4의 32억승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다. 백만 명의 염기서열을 해독하려면 100페타 바이트(10의 17승)의 빅데이터 처리를 해야 한다.

또 이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려면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분석기법이 뒷받침 돼야 한다. 결국 고성능 병렬처리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이 정밀의료와 접목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밀의료는 궁극적으로 표적치료제를 처방,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암의 경우 특정 암에 반응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재발하면 DNA 변이가 일어나 같은 약으로 치료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이가 일어나도 치료 효과가 있도록 약을 혼합해 처방하는 칵테일 기법을 사용한다. 이 때 어떤 약을 어떻게 혼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려면 유전자 변이맵이 필요하고. 이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으려면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정밀의료가 가능해지려면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모바일 및 인공지능 기술 등 모든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 외에도 ‘정밀의료추진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맞춤형 암 치료법 및 예방법 개발, 연구자료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 데이터 공유를 위한 표준 제정 등이 있다.

그러나 정밀의료의 발전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임상연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활용할 대규모 정밀의료 코호트를 구축하는 일이다. 코호트 구축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수집할 정보를 계층별, 성별, 질환별, 연령별로 잘 분배해 모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특정 질환에 대한 최소한의 모집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밀의료 구현 개념도 [자료: 보건산업 종합발전전략, 복지부]

(정밀의료 구현 개념도 [자료: 보건산업 종합발전전략, 복지부])


다양한 계층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 저장하더라도 원활하게 공유하려면 그에 맞는 기술적 구조와 편의성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공유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개발과정에는 데이터 익명화를 포함해 어디까지 공개하고 활용하도록 할 것인지, 데이터 관리에서 최적의 방법이 무엇일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정밀의료를 위한 데이터의 확보과정에서 각 기관마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포맷이나 전송방법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원활한 공유를 위해서는 데이터 포맷과 송수신 방법 등을 표준화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다. 정밀의료 추진계획이 광범위한 신상 및 생체정보 등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모으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없다면 지원자들이 코호트 구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데이터 관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대책을 수립하며 해킹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정밀의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인증기준을 검토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의료산업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산업이기 때문에 임상과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역할이 그만큼 확대되고 핵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임상과 인허가 제도가 ‘케어시장’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모처럼 맞는 의료의 혁신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규제나 인증기준을 검토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정밀의료는 다양한 임상연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가 필수적인 만큼 다양한 대학, 기업, 병원,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특정 기관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면 정밀의료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수행방법에 있어서도 참여하는 개인은 물론 많은 이해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밀의료추진계획’에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획일적 정보시스템을 만들거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지 않는다. 대신 민간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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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의 의미를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질환자를 위한 의료시장’과 ‘건강인을 위한 웰리스 시장’으로 분리돼 있는 현재의 시장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단일 ‘케어시장’으로 통합된다.


우리는 지금 정밀의료를 통해 의료의 질과 서비스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천문학적 의료비용을 절감,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이려 하고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정밀의료를 실현하고, ‘의료 시장’과 ‘웰니스 시장’을 하나의 통합된 ‘케어시장’으로 묶어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밀의료의 실현은 결국 보건의료 정책수요를 충족시키는 길이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산업은 다른 분야와 차별화되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의료인의 역할이다. 의료인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의료솔루션의 연구자이면서 개발자이자 구매자(시장)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임상절차를 거쳐 개발에 관여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또 웰리스 시장의 잠재적 수요자인 건강한 사람에게는 시장선도자이기도 하다. 케어시장의 규모를 키우려면 의료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병원-기업 연계 플랫폼 사업’이 중요하다. 병원·의과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노하우와 시장을 기업과 연계해 주는 정부 지원 사업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와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려면 사업 경험을 가진 IT융합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은 이미 의료수준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우수하다. 정보통신 기술이 뒷받침되고 시장이 수용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고, 해외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의료산업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이 자국의 의료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만이다.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경험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정밀의료 시장은 2015년 6281억 달러에서 2022년 1조 131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큰 시장을 앞두고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다. 재빠르게 행동하고 산·학·연·정이 합심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