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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규제는?

2016-10-13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테크M =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 단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은 이전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이래 각국의 석학들은 이미 연구에 돌입했다. WEF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인더스트리 4.0이라 부르면서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이라고 설명한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를 산업현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수증기의 힘을 이용하였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를 통해 대량 기계생산 체제를 만들어 냈으며,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대량 생산체계를 만들어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 과정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소위 정보혁명이라고 일컬어진다. 4차 혁명의 특징은 디지털, 바이오 등 기술 사이의 융합과 연결이며, 인공지능, 3D프린팅,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주요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말해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위기
4차 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WEF는 2016년 1월 18일 ‘미래고용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제4차 산업혁명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간 직거래가 발달하면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직업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급변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다른 말로 ‘디지털 마켓(Digital Market)’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디지털 마켓은 재화와 서비스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유통되는 시장이자, 전통시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온라인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로 연결해 주는 시장이다. 온라인에 특화된 서비스의 공급도 포함하나, 디지털 기술의 중개를 통해 오프라인의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디지털 마켓에서 중요한 것은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검색서비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메신저서비스,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제공해 소비자를 모이게 하고 그들로부터 데이터를 입수하여 소비자의 행태를 예측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반면 전통 시장을 지지하고 정보의 유통을 가로막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법률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 혁신기업들은 디지털 시장의 혜택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하고, 현행법 위반의 위험 속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10대 우선추진과제 중 두 번째가 ‘디지털 단일 마켓(Digital Single Market)’이며, 규제 장벽으로 인해 인터넷기업과 유럽연합의 시민들이 그들의 기회와 지평을 잃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규제 장벽의 철폐를 핵심정책으로 선언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경제가 미국기업들에 의해 디지털 마켓을 장악 당하고 부와 기회를 잃고 있다는 반성 위에 신속하게 디지털 마켓 체제로의 이행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원국가 사이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개인정보보호 규제, 저작권보호제도의 단순화와 명확화, 온라인 구매에 적용되는 소비자보호규정의 단순화, 혁신가들이 창업하기 쉬운 환경 조성, 디지털 기술과 교육의 강화, 회원국 간에 동일한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의 상황도 EU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눈부시다. 2016년 9월 14일 우버는 피츠버그시에서 포드사의 ‘퓨전’ 차량을 개조한 자율주행차로 첫 상용운전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완전한 무인 운전차량’을 가능하게 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의료산업에서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의사들을 압도하더니 이제 다른 산업군으로 그 활약을 넓히고 있다. 다국어를 완벽하게 소화해 나가고 있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곧 우리 서비스 기업들의 텃밭을 침투해 들어올 것은 명백하다.

한국은 어떤가? 우버의 혁신은 한국에서는 불법자가용 영업으로 처벌되었다. 출퇴근 카풀을 연결해주는 플랫폼기업인 ‘럭시’가 등장하자마자 국토부에서는 불법소지가 있다며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핀테크기업인 한국NFC는 간편한 NFC터치방식의 신용카드 인증을 정부로부터 허가받는데 무려 2년이나 걸렸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걸림돌인줄 모르고 2013년부터 4개년 계획으로 ‘빅데이터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였으나 아무 것도 추진할 수 없게 되자 뒤늦게 2016년 7월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내고 빅데이터 산업의 걸음마를 시작하는 상황이다.

전통산업과 융합되는 플랫폼서비스의 등장으로 전통산업에 적용되는 규제와 온라인규제에 개인정보보호규제까지 중첩되어 혁신기업들의 서비스를 가로막고 있다. 그야말로 ‘규제총량의 초과 상태이자 규제오남용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부부처도 이런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규제를 총괄조정하고 있는 부처도 없다는 사실이다. 현 국무조정실이 개별규제를 해소해 나가고 있으나 지난 20년간 정부부처들이 개별적으로 쌓아올린 규제의 그물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IT강국의 허상
우리는 스스로 IT강국이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간한 ‘국가정보화 20년’이라는 기록을 살펴보면 20년 동안 정부가 주력해 온 것은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이었다. 인터넷이 초고속이어야만 정보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마켓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인터넷이 느린 미국에서도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이 혁신을 거듭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인터넷의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혁신기술을 탄생하게 하는 문화와 제도, 그리고 그 상품을 소비해 줄 ‘디지털 마켓’의 존재가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지털 마켓 시대이자 정보유통의 혁명시대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글로벌로 진출해 국부를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전통시장만을 지지하는 규제 장벽의 철폐가 핵심이다.

특히 정보유통을 가로막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경제전쟁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주권을 잃으면 정보주권을 잃고 정보인권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나서서 정부의 실국과 조직구조를 디지털 마켓 정책을 우선하도록 개편해 주어야 한다. 정부가 디지털 마켓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디지털 마켓 정책을 다루는 부서에 인재와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이제라도 4차 산업혁명에서 대한민국이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2호(2016년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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