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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AI 인프라 구축, 누구나 쓰게 하자”

2016-09-30대담 = 장윤옥 테크M 편집장

 





[테크M = 장윤옥 편집장]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전문연구소로 민간과 공공부문간 인공지능 연구의 가교역할을 맡을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조직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을 만나 연구원의 향후 운영계획과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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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세금으로 대기업 도와주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고작 몇 백억 원의 투자로 한 해에만 수천억 원 이상 쏟아 붓는 글로벌 기업에 어떻게 맞서겠느냐’는 회의론까지. 출범을 앞둔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을 보는 시선에는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초대 연구원장을 맡은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역시 이 같은 우려와 열악한 조건을 잘 알고 있다. 최근 김 원장이 쓴 글에도 이같은 걱정이 잘 묻어난다.

“우리의 인공지능 연구 환경은 매우 척박하다. 전문 인력은 적고 연구비도 외국의 경쟁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의 바이두란 한 회사가 2014년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투자한 돈만 해도 1조26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적은 지원으로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그러나 열 두 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도전하고 있다. 하늘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당장 풀어야 할 큰 어려움은 연구를 맡을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일. 유수의 기업과 연구소들이 인공지능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연히 몸값도 높다.

연구원 충원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연구소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제시한 것인 데도 연구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외국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려면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연구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 수만 채우는 데 급급하지는 않을 겁니다. 연구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우수한 연구자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공지능 이론만 배운 데 그치지 않고 현장경험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영국에서 개발한 평가시스템을 활용, 코딩능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20명, 내년 상반기에는 30명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8년까지는 연구원이 50명 이상 될 것입니다.”

채용이 마무리되면 어떤 연구를 하게 되나요?

“지금 갖고 있는 자원으로 글로벌 기업과 정면 대결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우리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음성을 인식하고 대화하는 기술을 구현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 기술의 응용에는 출자기업과의 협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를 걸면 바로 대답을 해 준다던가 문의가 많은 금융상품에 대한 답변을 따로 정리해 응대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컨텍센터 서비스는 약 10조 원 이상이 규모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큰 시장인데 이중 비교적 간단한 답변처리만 인공지능이 맡아도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어 처리에만 집중해도 최소한 국내 시장은 지킬 수 있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 AI조직에 비해 규모나 투자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정부가 더 많은 투자를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AI분야에 꼭 적게 투자한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지요. 문제는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나 AI 인력확보에 대한 투자가 없다는 겁니다.

AI는 실험실에 틀어 박혀 연구해서 기술을 쌓는 분야가 아닙니다. 실제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을 축적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거죠. 지능정보기술연구원만 해도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여러 가지로 비용이 드는 데 정부에서는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연구비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비용이나 조직구조, 인력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안 보이는 데요.

“현재 조건이나 정부의 지원 면에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매년 감사에 시달리거나 단기적인 성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요. 연구비를 풍족하게 쓸 수 없을지 모르지만 살아남기 위해 시장에서 꼭 필요한 연구에 집중하게 될 거고요.

독일의 인공지능연구소는 17개 기업이 약 1억 원씩 출자해 설립했는데 EU와 각 국가의 의뢰를 받아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기업의 연구도 수행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출자 기업들이 많은 데 따른 어려움은 없나요? 투자 기업들에게는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투자 기업들이 각기 상황이 다른 만큼 기대치나 요구사항도 편차가 큽니다. 당장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겠지만 기업들 모두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을 밖에 있는 내 연구소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연구 성과도 나고 연구원을 만든 취지도 살릴 수 있는 거니까요.”

출자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이어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여력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받다보니 중소기업에 대한 자리가 축소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원의 정관에는 ‘중소기업을 돕고 공익성 있는 연구를 하자’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연구원이 성과를 내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역량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기도 하고요. 연구원이 기술을 개발하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서비스하는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대신 수익을 나누거나 회사의 지분을 갖는 등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겠지요.”

평소 AI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해오셨는데요.

“우선 AI의 확산은 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방향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또 단순히 기술 이슈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인문사회과학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AI의 영향을 파악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AI를 위한 컴퓨팅 파워를 확대하는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합니다. 연구자에게 슈퍼컴퓨터의 사용을 개방하고 있지만 정작 AI의 필수적인 GPU를 장착한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인공지능용 소프트웨어도 올라와 있지 않고요. AI 연구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대학 연구자나 스타트업 누구나 다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또 하나는 한글에 관한 데이터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학습을 시키려면 아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데, 있는 데이터를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누군가 데이터를 정비, 쓰게 쉽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생색 안 나는 지루한 작업이지만 누군가 기초 데이터를 정비해줘야 연구자들이 이것을 가지고 가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필기체 인식률이 높아진 것도 누군가 수많은 손 글씨 데이터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성능평가 작업이 필요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음성인식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음성인식의 중요한 요소는 인식률입니다. 음성인식, 감정인식 등 인공지능의 모든 분야에서 인식률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측정,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진형 원장은.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UCLA에서 AI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1985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하며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소장, 한국인지과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으로 활약하다 최근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초대 원장에 선임됐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은.
지난 7월 법인 설립을 완료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은 국내 7개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한 인공지능 분야 전문연구소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이 각각 30억 원씩 출자해 21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50억 원씩 총 750억 원의 인공지능 국책과제를 지능정보연구원을 통해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초대원장은 김진형 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이, 이사장은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 맡으며 박영순 미래기술원장(SK텔레콤), 백규태 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장(KT), 이근배 소프트웨어센터 인공지능팀장 전무(삼성전자), 손진호 인텔리전스연구소장(LG전자), 임태원 중앙연구소장(현대자동차), 박종목 기술협력총괄(네이버), 엄성민 전사혁신실장(한화생명) 등 출자사의 인공지능 분야 임원들이 이사로 참여한다.

10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기술혁신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중소, 중견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과 협력함으로써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 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정부과제 중심의 연구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자립형 연구원으로 발전하고 국내외 대학과 연구원, 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해 인공지능 연구의 허브역할을 한다는 목표다.

우수한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론적 연구를 실용적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제공, 글로벌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2호(2016년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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