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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ICT면 끝? 시민 중심 설계가 중요

2016-10-27조항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KEY POINT

그린 시티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런 인간의 본성이다. 스마트 시티나 그린 시티 모두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의 공간 배치가 가장 중요하다. ICT 적용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이다. 지금의 스마트 그린 시티는 오로지 ICT를 적용해 에너지 소비기기를 최적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려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하다.
먼저 토지 이용과 함께 도시공간의 뼈대를 이루는 토목·건축물 자체를 환경 친화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 다음에 근육이나 신경망에 해당하는 주요 설비와 정보통신설비가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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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시 설계에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왔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스마트라는 단어는 인터넷에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장비는 물론 도시 기반시설을 제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개념과 이를 접목한 기술들이 상업화의 물결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스마트 시티는 시민들의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스마트 시티 동향을 살펴보면 ICT를 중심으로 하는 공급자 위주의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었다. 특히 모든 시설과 기기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여기서 생산된 자료를 한군데 모아 분석해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고 각종 기기나 시설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인간 중심이 아니라 시설이나 설비를 최적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기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ICT·환경기술 적절히 활용해야

스마트 시티라고 하면 바늘과 실처럼 그린 시티 개념이 따라다닌다. 스마트 그린 시티는 정보통신과 환경기술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해 인간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안전하고 편안한 양질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그린 시티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자연(생태계), 사람, 제도,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각 구성요소는 감지(Sense), 연결(Network), 조절(Control) 기능을 지닌다.

자연(생태계)은 물질 순환, 먹이사슬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이루며, 사람은 감각기관을 통해 문제와 상황을 인지한 후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활동을 통해 실천방안을 찾는다.

제도적 측면의 경우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정적 처리로 문제를 개선하며, 기술적 측면의 경우 정보통신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상황을 제어한다.

그린 시티는 자연 지향성의 성격이, 스마트 시티는 기술 지향성의 성격이 강했다면, 스마트 그린 시티는 자연(생태계), 사람, 제도, 기술의 균형유지를 지향해야 한다.




도시 문제하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대기 오염, 교통 혼잡, 열섬 현상, 녹지 부족, 불투수층, 생태계 파괴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그린 시티에는 앞에 열거한 도시 문제보다는 유독 에너지와 온실가스가 강조되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면 그 도시가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란 뜻인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저탄소 도시를 구현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지금의 스마트 그린 시티는 오로지 ICT를 적용해 에너지 소비기기를 최적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려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해 보인다.

또 기존의 스마트 시티는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스마트 시티 내부의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주변 지역이나 도시들과의 상호 연계성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린 시티에 대한 욕구는 매우 자연스런 인간의 본성이다. 스마트 시티와 그린 시티의 본질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의 공간 배치가 가장 중요하다. ICT 적용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이다.

바람길, 녹지공간, 생태 네트워크 등 자연요소는 물론이고 인공적인 물 순환도 고려해야 한다. 안개분수를 설치해 인위적으로 물을 증발시켜 열섬을 완화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도시에서의 녹지는 그저 식물이 있는 곳 수준이다. 스프링클러 등을 이용해 한 차원 높은 건강한 생태계가 어우러진 녹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도로는 주요 미세먼지 발생원 중의 하나다. 도로에 물청소 설비를 설치하면 도로의 오염물질을 세척함과 동시에 도시의 열기를 식혀줄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설비와 ICT를 연계하면 도시의 열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올해와 같은 폭염상황은 이러한 시설의 필요성을 더해 준다.

스마트 그린 시티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토지 이용과 함께 도시공간의 뼈대를 이루는 토목·건축물 자체를 환경 친화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그 다음에 근육이나 신경망에 해당하는 주요 설비와 정보통신설비가 더해져야 한다.

에너지 시설을 살펴보자. 도시의 관리자는 지방자치단체이고 건물 관리자는 민간이다. 에너지 공급은 주로 전국적 또는 권역별 유통망을 갖춘 에너지 사업자들의 역할이다.

결코 지자체나 건물주가 발전을 해야 하거나 전력 피크를 줄여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시티에는 전력 공급자 중심의 스마트 그리드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스마트 그리드에는 송·배전 시스템이 주축을 이루지만,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에너지 저장장치(ESS), 재생 에너지, 자동계측시스템(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등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ESS와 재생 에너지이다. 이 두 가지는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ESS는 지역 주민이나 건물주의 편익과는 무관하다. 재생 에너지 설비는 경우에 따라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편익이 될 수도 있다. ESS와 재생 에너지 설비가 건물주나 지역 주민에게 편익을 더해주는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

태양광 설비는 발전만을 위한 설비를 지양해야 한다. 건물 옥상보다는 건물의 각 층마다 차양처럼 설치하면 전력 생산, 에너지 절약, 편의성 증진 등 세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때 태양의 고도를 고려해 폭과 설치 각도를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비오는 날 창문을 열어둬도 실내로 빗물이 들이치지 않을 것이며 여름에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해 냉방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준다. 이외에도 태양광 발전설비를 학교 운동장의 스탠드 지붕으로 설치한다면 발전과 편의 증진이라는 다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끔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설비가 있다. 태양광 가로등이다. 도심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비용이라면 차라리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설비는 전기 공급이 안 돼 전력선 설치공사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지역에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시설의 테마를 살려주는 요소로서 설치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학교 건물 지붕이 아니라 운동장의 스탠드 지붕으로 설치하면 발전과 편의 증진이라는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학교 건물 지붕이 아니라 운동장의 스탠드 지붕으로 설치하면 발전과 편의 증진이라는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


공유 전기차, 자동차 3대 대체

스마트 그린 시티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녹색 교통 시스템이다. 녹색 교통의 핵심은 역시 ‘보행-자전거-대중교통’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전기차와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이다.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 자전거 이용이 편리한 도시 등 고전적인 녹색교통 개념은 오래 전부터 정립됐다. 최근에는 전동휠 등의 퍼스널 모빌리티의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것을 교통수단으로 인정할 것인가 장난감으로 볼 것인가 제도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 그린 시티에서는 이들이 어디로 다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해야 한다. 보도가 됐든 자전거 도로가 됐든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는 연료인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지만 도시에서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지 않아 도시의 대기오염을 줄여줄 대안 중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전기차는 충전 시 주차공간 이용에 따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도시 설계단계에서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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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어 장비를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앞서 도시구조 자체가 에너지를 덜 소비하도록
공공 서비스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좀 더 스마트한 것 아닐까?



특히 공유경제 시대에 자동차 공유(car sharing)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공유 전기차는 3대 이상의 자동차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공유를 개인사업자의 문제가 아닌 지역 주민의 편의시설이자 도시 서비스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토지 이용이나 건축계획 시 자동차 공유를 위한 공간과 충전시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시티라고 하면 건강 및 의료 서비스,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지능형 교통망, 스마트 워터 등 다양한 분야가 거론된다. 이들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시의 골격에 근육과 신경을 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스마트 시티는 골격보다는 근육과 신경에 해당하는 ICT 장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짙다.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마치 가전제품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증가하듯 도시 자체를 거대한 가전제품으로 보려는 것은 아닐까?

최근의 자동차 기술은 기존의 기계공학적 기술에 ICT가 접목된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동력원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대체됐지만, 주요 안전장치나 제어장치는 종전의 기술에 최신 전자제어 장치가 접목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 시티 또는 스마트 그린 시티를 바라보는 시각도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도시 서비스는 크게 공공 부문과 민간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공원이나 도로 및 교통 등 기반시설은 스마트 시티를 논하기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도시의 계획과 건설단계에서 공공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민간 영역의 서비스는 기존 도시에서도 스마트하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그린 시티에서 추구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또는 저탄소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각종 전자제어 장비를 이용해 주요 기기나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에 앞서 도시구조 자체가 에너지를 덜 소비하도록 공공 서비스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좀 더 스마트한 것 아닐까?

<본 기사는 테크M 제42호(2016년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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