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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결합 높인 스마트선박, SW 안전도 높여야

2016-09-07강진규 기자

1999년 6월 해양수산부가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연재해나 사고때문이 아니라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인 ‘밀레니엄버그(Y2K)’에 대한 대책이었다.

해수부는 선박 내 시스템과 기기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며, 조타장치, 주추진장치, 전원장치 등이 오작동했을 경우 자동조정에서 수동으로 전환하는 등의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비상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정보통신부가 선박 충돌 등의 위험을 경고했다.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에서 1999년 8월 22일을 1980년 1월 6일으로 되돌리는 오류가 발생해 GPS를 이용하는 선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1999년 밀레니엄버그나 GPS 시스템 오류로 인한 선박 사고는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선박, 해양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선박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SW) 종류가 늘어나면서 SW 오류로 인한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선박이 차세대 조선사업의 미래로 각광받는 이면에 SW 안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조선해양과 IT는 이제 물과 물고기처럼 필연적인 관계다. 7월 6일 현대중공업은 SK해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스마트십 서비스 생태계 조성 공동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이 선박 서비스 SW를 개발하기 위해 인텔, MS 등과 손잡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자체 개발한 스마트선박 기술에 액센츄어의 디지털 분석기술과 해운산업정보를 결합한 커넥티드 스마트십 시스템 ‘오션링크’를 선보인 바 있다. 선박과 IT의 결합에 계속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014년 11월 실내에서 배를 가상으로 조종하면서 연비 효율성과 환경오염물질 배출량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4가지 스마트선박 기술을 연계한 장비로 선박 모형 조종과 운항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도 2011년부터 육상에서 선박 운항 상태를 감시하고 진단할 수 있는 선박포털서비스(VPS)를 개발해 자사의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 한진해운과 협력해 선박포털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는 선박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 개발에도 나섰다.

전문가들은 무인항공기와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자동차처럼 선박도 스마트선박, 무인선박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조선과 SW가 융합된 스마트선박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적극적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선박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어 관련 시스템의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

(선박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어 관련 시스템의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


선박사고는 피해 상상 초월

그러나 선박과 SW의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SW 오류로 인한 사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에어버스가 개발하고 있던 차세대 군용수송기 ‘A400M’이 시험비행 도중 추락했다.

에어버스는 10년에 걸쳐 200억 유로(24조6000억 원)를 투입해 A400M을 개발했지만, 추락사고로 시험비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조사 결과 원인은 SW 오류였다.

아직 선박 SW 오류로 대형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에어버스가 겪은 문제를 현대중공업, 대우해양조선, 삼성중공업이 스마트선박, 무인선박을 운행하다가 경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유조선이 사고가 날 경우 엄청난 환경오염이 야기된다. 1989년 알레스카 해상에서 유조선 엑손발데스호 사고로 1100만 갤런의 원유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오염제거작업에 10년간 25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갔고 주변 해양 생태계가 파괴됐다.

여객선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수반한다. SW 오류로 선박이 항로를 이탈해 다른 배와 충돌하거나 암초에 걸려 좌초된다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선박 SW 안전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국제선급협회연합(IACS)에서 최근 SW 문제가 논의됐고, 유럽과 미국에서 선박 사이버보안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선박 SW 안전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국제선급협회연합(IACS)에서 최근 SW 문제가 논의됐고, 유럽과 미국에서 선박 사이버보안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선박에는 다양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박 통합 항해 시스템(INS)이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와 각종 장비, 시스템을 통합해 충돌을 피하는 것은 물론 항해를 계획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만약 이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 배의 운항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선박에 탑재되거나 운항과 관련된 시스템은 자동 원격인식 신호 시스템(AIS), 전자해도 표시 시스템(ECDIS), 전 세계 해상조난 안전시스템(GMDSS), 선박 교통관제 시스템(VTS) 등 다양하다. 또 선박에는 평형수 처리, 탱크 계측 및 관리, 각종 밸브 개폐 등을 자동화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이처럼 각종 시스템으로 인해 선박에 들어가는 SW의 복잡도 역시 커지고 있다.

손금준 한국선급 연구원은 “선박 시스템의 경우 각각의 시스템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SW 복잡도가 항공기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선박 외부와 내부에 수많은 센서를 장착해 데이터를 수집해 운항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센서와 위치정보, 예측모델을 기반으로 배들의 충돌을 막아주는 시스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운항 시스템 고도화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선박 SW 오류로 인한 안전 문제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손 연구원은 “선박에서 문제가 생기면 분석보다 우선 조치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 조치 후에 문제를 보면 그것이 SW 문제인지 HW 등 다른 문제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다.

또 내부 매뉴얼로 복구를 하거나 대체 시스템으로 조치를 한 경우 문제를 보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서 SW 오류로 인한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선박 SW 안전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이다. 또 선박안전 등에 관한 기준을 논의하고 정하는 국제선급협회연합(IACS)에서 최근 SW 문제가 논의됐고, 유럽, 미국 등에서는 선박 사이버보안 등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선박 SW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선박 SW 설계와 개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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