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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리뷰/정밀의료①] 의학 발전은 시간이 걸린다

2016-09-25MIT테크놀로지리뷰




인간 게놈을 분석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몇몇 놀라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2014년 7월 25일 태어난 카리나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산모는 아이의 오른쪽 턱에 혹이 있다고 말했다. 출산 당시 의사들은 혹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결국 이 혹은 치명적인 암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카리나는 인생의 첫 1년 반을 8차례의 화학요법과 여러 번의 수술로 보내야했다.

새로운 종양 때문에 또 한 차례 수술을 받은 지난 10월, 카리나의 부모, 조와 크리스티는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사선 치료는 아직 가능성이 있었지만, 뇌 손상을 가져올 위험이 있었다. 방사선 전문가는 그들에게 다른 실험적인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보라고 권했다.

카리나의 종양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종양의 원인은 두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합이 암으로 이어질 성장 신호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 네머스 아동병원의 카리나 담당의사인 종양학자 라마무티 나가수브라마니안은 이 특정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단백질을 방해하는 신약이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 임을 발견했다.

그는 이 약을 개발하고 있는 록소온콜로지(Loxo Oncology)와 미 FDA에 아동 대상의 임상시험 허가를 공동 청원했다. 12월, 카리나는 이 약의 첫 번째 임상시험 대상이 되었다.

다음 달, 조와 크리스티는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호두 크기였던 종양은 28일 뒤에는 거의 완전하게 사라졌다. 카리나가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카리나는 약이 듣는 동안은 계속 이 약을 먹어야 할 것이고, 언젠가 암은 다른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이제 카리나는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만 두 살 아이다. 그 치료는 “우리에게 행복한 가족시간을 선사했다”고 조는 말한다. (이들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성을 밝히지 말 것을 부탁했다.)

카리나는 환자의 유전자, 그리고 때로 그들의 환경, 건강 이력, 생활 습관 등의 개인차를 이용하는 새로운 의학적 접근이 성공을 거둔 사례다.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란 다양한 방법으로 얻은 데이터로 한 사람의 의학적 초상을 만들고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치료를 택하는 여러 접근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현재 일반적인 의학접근법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치료를 찾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정밀 의료는 커다란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가질 잠재적 가치 때문에 백악관은 정밀 의료에 2억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뉴욕시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는 종양학자들이 개인화된 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2014년 이후 1만여 종의 종양 유전자를 분석했다.

모든 혁신이 그런 것처럼, 정밀 의료 역시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기존 의학 산업계를 바꿔야 한다. 그 범위는 일반적인 규제에서부터 신약 개발에 이르는 수많은 분야를 포함한다.

어떤 의료 산업이 이러한 변화에서 득을 볼까? 이번 비즈니스 리포트에서는 바로 이 질문을 다룬다.

이 중에는 이미 이 같은 흐름에서 혜택을 보고 있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벤처기업 투자자들은 미국의 바이오 제약기업에 사상 최대인 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유전 의학과 다른 기술적 혁신 덕분이다.

카리나의 치료약을 만든 록소 온콜로지는 이 분야에서 작은 회사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록소의 창업자 조슈아 빌렌커는 자신의 회사가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암 게놈지도 같은 공개 정보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분야에는 일반 및 공공 투자자의 관심 역시 집중돼 록소가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은 약 2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빌렌커는 자신의 회사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유전적 원인을 가진 암에 집중, 치료법의 성공 여부를 빨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한다.

이들이 개발한 치료법을 검증하는 데에는 소수의 환자만 필요하므로 대형 제약회사가 일반적인 질병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일반적인 질병을 위한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고비용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카리나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미국에 1000명 이상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정밀 의료가 주요 질병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걸리는 일반적인 질병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유전적 원인과 무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치료할 환자군이 크지 않은 질병은 그 치료법으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 록소는 아직 치료약의 가격을 정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회사가 투자한 연구비를 충당하려면 약의 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평균적인 암 치료 비용은 월 만 달러지만, 보험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치솟고 있는 암 치료제 가격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에디타스 메디신은 크리스퍼/Cas9이란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 질환을 치료하려고 한다. 내년 임상시험이 예정돼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얻으려면 유전자 편집 자체에서부터 어떻게 특정 세포에만 이 기술을 적용할지 등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전자에 대한 정보 외에도, 정밀 의료를 위해서는 환경, 생활습관, 건강 이력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웰독과 오마다 등의 회사는 환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자의 병력과 생활 습관 기록을 모으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는 도움을, 의사에게는 새로운 사실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보스턴 지역의 비영리 의료산업 연합인 파트너스 헬스케어에서 ‘커넥티드 헬스’ 운동을 펼치고 있는 조셉 크베다는 오마다의 서비스 가입자 중 64%가 1년 후에도 이를 사용하는 등 성공한 몇몇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환자들의 관심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크베다는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한다.

“개인이 가진 모든 기기의 데이터, 모바일 데이터, 그리고 개인을 특정하게 만드는 고유의 활동을 추적하고 그 사람의 건강 상태와 유전적 특성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