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작게 시작해 성공하는 린스타트업, 만능은 아냐

2016-09-16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테크M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사실상 스타트업 경영의 표준 방법론이 되다시피 한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은 2011년 에릭 리스(Eric Ries)의 책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면서 한 마디로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전에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가 스타트업 관련 강의 시리즈를 비디오로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접근방법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 뿌리가 깊다고도 할 수 있다. 린스타트업을 정의한 에릭 리스 역시 블랭크의 투자를 받기 위해 그의 강의를 듣다가 이를 보완해 린스타트업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린스타트업은 이해하기도 쉽고 수행하기도 쉬운 단순한 원칙을 제시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나 스타트업의 특성과 대체로 잘 맞는다.

무엇보다 빠른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끝없는 분석과 사업계획서가 없어도 되고 개발 역시 전통적인 하향식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또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이니 커다란 인프라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린스타트업의 단계를 간단하게 도식화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모델 : 아이디어와 코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과 측정, 그리고 학습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모델 : 아이디어와 코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과 측정, 그리고 학습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린스타트업 인기의 비결

스타트업은 문제와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제시되는 해결책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고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이 일반적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 보다는 고객의 반응을 끊임없이 받아서 문제를 다시 규정하고, 제품을 개선하는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린스타트업 적용은 가볍고 빠른 조직이 아니면 어렵다. 실제로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 스타트업들이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의 경영 방법론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 7월 앙트러프러너 위클리(Entrepreneur Weekly)는 스타트업의 25%가 설립 1년, 50%가 설립 4년 이내에 실패한다고 보도했다. 실패를 경험으로 연결해 발전시키는 과정을 겪는 게 스타트업의 숙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린스타트업은 이렇게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스타트업들에게 커다란 실패를 회피하고, 작은 실패를 통해 경쟁력과 경험을 쌓는다는 철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도입한 스타트업들은 최소기능제품(Minimal Viable Product, MVP)이라고 하는 첫 제품을 빠르게 출시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여기에서 개선점을 찾아 더 나은 제품을 내놓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실소비자를 파악하고 이들의 취향과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이를 맞춰가다 보면 경쟁력도 높아진다. 시행착오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아 실패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고, 부족한 경험도 비교적 빠르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스티브 블랭크는 2013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를 통해 린스타트업은 반복적 검증을 통해 실제 시장의 요구와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과학적 접근법이므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방법론이라고 평가했다.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은  2011년 에릭 리스(Eric Ries, 오른쪽)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은 2011년 에릭 리스(Eric Ries, 오른쪽)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헬스케어나 금융엔 독 될 수도

린스타트업이 인기를 끌다보니 이 방법론을 따라서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을 했고 그 중에 10억 달러 가치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커다란 성공사례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거의 린스타트업이 종교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유행이다. 그렇지만, 뭐든지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은 위험한 법이다.

그런 우려를 반영해서인지, 지난해 10월 스타트업 전문 매체인 벤처비트는 ‘린스타트업이 위험할 때(When lean startups can be dangerous)’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린스타트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헬스케어나 금융 등의 산업에는 린스타트업 접근방법이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잘못된 판단에 대한 대가가 크거나, 고객들의 반응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에서는 최소의 기능을 구현한 MVP를 시장에 바로 테스트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일부 제약사들이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접근, MVP를 만든 다음에 고객반응을 테스트했지만 결과는 거의 대부분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헬스케어 소비자들의 특징 때문이었다.


http://techm.kr/page/?pid=invi_mt

(http://techm.kr/page/?pid=invi_mt)


헬스케어 분야에는 MVP의 ‘M(Minimal)’이 존재할 수 없다. 헬스케어 관련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제대로 된 의학적 결과를 가져오거나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다. 한 사람의 환자 또는 고객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제공하는 게 수백만 명의 환자나 고객에게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헬스케어 소비자들은 ‘싸구려’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시장에서는 “가격이 싸니까 봐준다”는 것이 통용되지만,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설사 무료로 제공하더라도 그 말이 잘 통용되지 않는다. 환자들은 사용자들처럼 잘못된 것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존재가 아니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물론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서는 여전히 린스타트업이 유효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이다.

금융 분야 역시 린스타트업이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이 분야는 소비자들이 잘못하면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익이 줄어드는 것에는 관대해도,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에는 무척 민감하다는 것은 행동경제학을 조금이나마 공부한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규제의 이슈도 있지만, 이런 점이 아직도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빨리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위험관리나 보안 또는 라이선스 등이 필수거나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산업의 경우에는 소위 ‘위험-이득(Risk-Benefit)’ 분석이 중요한데, 이같은 산업들은 대체로 린스타트업이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식배달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고 하자. 음식배달이 쉬운 것 같지만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고, 부패하면 안 되며, 제 시간에 배달돼야 한다. 또 포장에도 다양한 기술이 들어가는 무척 복잡한 서비스다. 만약 배달된 음식이 늦게 오거나 너무 차갑거나, 맛이 없으면 아마도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지 쓴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테스트를 하면 된다.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서비스가 개선된다면, 소비자들은 발전해나가는 서비스 프로세스를 보면서 자신이 참여했다는 느낌도 들고 자신의 피드백이 충실하게 고려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충성스런 고객으로 변해갈지 모른다. 물론 이 경우에도 혹시 식중독을 일으키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러므로, 같은 서비스라도 린스타트업이 먹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프로세스가 혼재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의사를 추천, 이들이 환자에게 연락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하자. 환자가 아픈데, 의사가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연락하거나, 진료를 받았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거나, 진료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피드백을 받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를 잃을 가능성이 많다. 단순 재구매가 일어나기도 어렵거니와 환자의 입장에서는 신뢰가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깨버린 서비스에 대해 일반적인 서비스들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많다.


>>>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만한 인재에게
금전적 보상보다 더 필요한 것이 맞춤형 자기개발 전략이다.
가치 있는 핵심 인재일수록 자신의 업그레이드 전략에
더 많은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린스타트업으로 진정한 혁신 가능한가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미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도 간혹 린스타트업처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보다, 한 개인의 독자적인 혜안이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파격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확률적으로는 이런 접근이 실패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위험에 대한 감내가 가능하다면 그것도 나쁘기만 한 접근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헨리 포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약 내가 고객에게 단순히 그들이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나에게 더 빠른 말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도 유명하다.

“급진적인 혁신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을 보고 난 뒤에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은 이렇게 직관적이고도 강렬한 혁신을 일으킨 혁신가들의 접근방법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은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측면의 시각도 항상 염두에 두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되도록 많은 것을 듣고, 배우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그것을 잘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직접 실행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떤 방법론을 이용하더라도 아래의 원칙들은 항상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최대한 빨리 배우고 지속적으로 반복해라
2. 한 번에 너무 큰 위험을 짊어지지 말라
3. 지속적으로 자신이 생각했던 가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테스트하라

린스타트업과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린스타트업을 과도하게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린스타트업이 시작된 철학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입장에 맞게 적용해야 함을 전달하려면 짜여진 방법론보다 이 정도의 원칙을 숙지하고 있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