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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성화, 개인정보보호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다! 없다!

2016-08-05강진규 도강호 기자


최근 정부가 빅데이터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비식별화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빅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규제를 더 완화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비식별화 조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현재 비식별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섣부른 비식별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빅데이터 서비스 발전이 필연적이라며 대안을 찾아 비식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빅데이터 서비스 활성화 정책에 속도를 낼 방침이어서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줄다리기 끝에 가이드라인 발표
7월 1일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에 관한 기준과 지원, 관리체계를 담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적용을 시작했다.

그동안 업계와 정부 유관부처,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활용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대기업과 정부의 산업진흥 관련 부서들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전을 위해 이용 가능한 정보범위를 넓힐 것을 주장해왔다. 반면, 시민단체와 정부의 정보보호 관련 부서들은 카드정보 1억 건 유출사건 등의 악몽을 거론하며 철저한 정보 사용 통제를 주장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빅데이터 등은 활성화하면서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는 ‘적절한 수준으로 비식별 조치된 정보를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보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또한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비식별화 된 정보를 사용해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로 되돌릴 수 없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즉 정부는 개인정보로 되돌릴 수 없도록 익명화한 후 이를 빅데이터 서비스에 활용하라고 한 것이다.

출처: 행정자치부

(출처: 행정자치부)


정부가 말하는 비식별 조치는 사전검토, 비식별 조치, 적정성 평가, 사후관리 등 4단계로 관리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명확한 비식별을 위해 가명처리, 총계처리, 데이터 삭제, 범주화, 데이터 마스킹 등 다양한 비식별 기술을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활용해 개인 식별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적정성 평가단계에서 비식별 조치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외부 평가단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비식별화 조치 찬반 주장 팽팽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에 기업들은 자칫 개인정보를 사용해 돈을 번다는 지적을 받을까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내심 빅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현재도 익명의 정보를 일부 사용할 수 있다. 가령 특정 지역의 교통카드 이용객수 등을 파악해 유동인구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제한됐고 명확한 기준도 없어 섣불리 정보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좀 더 세분화된 정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맞춤형 빅데이터 서비스를 발굴,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에 정부는 전문기관이 이종 데이터를 결합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가령 전문기관에서 금융정보와 교육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데이터 거래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자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익명화 된 개인정보도 기술 발전에 따라 재식별이 가능해질 여지가 있어 각국이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스마트폰, 금융거래 등 모든 영역에서 실명을 기반으로 개인정보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익명화라도 재식별화 가능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성명을 내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준 것일 뿐”이라며 “개인과 사회에는 효용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술적으로 정부가 말하는 비식별화가 가능한지 우려하고 있다. 또 기업들이 비식별화를 명분으로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로 무분별하게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방식으로 비식별화의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식별화를 전제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비식별화는 실현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비식별화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는 최근의 법제도 논의는 실현 불가능한 전제를 바탕으로 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마나 한 노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빅데이터 시대로 진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석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다가오는 데이터 시대에 빅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은 IoT, 인공지능 및 바이오 기술 등 미래 핵심 기술 발전의 필수요건”이라며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사회적 해결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찾는 현명함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개인정보 비식별화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8월부터 빅데이터 거래중개 선도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하면 정부가 1~2곳을 선정해 데이터 가공, 중개,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빅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식별화 된 개인정보가 실제로 쓰이는 상황이 되면 시민단체 등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