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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올림픽에서 뛰는 숨은 선수, ICT 기술

2016-08-08김호원 ETRI 스포테인먼트 연구실장
독일 SAP의 매치 인사이트 시스템
(독일 SAP의 매치 인사이트 시스템)




[테크M= 김호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스포테인먼트 연구실장]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독일 대표팀의 월드컵 베이스캠프에서 독일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SAP가 개발한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s)’ 시스템이 구동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훈련 중인 선수의 양쪽 무릎과 어깨에 4개의 센서를 장착해 운동량, 순간속도, 심박수, 이동방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감독과 코치가 소지하고 있는 태블릿PC로 실시간 전송한다.

코치진은 선수 개개인에 대한 패스 성공률, 운동량 변화 등을 눈으로 보며 선수별 맞춤 훈련을 실시하고, 수비진의 진형 분석을 통해 훈련과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 선수에게 이러한 장비 착용이 금지돼 있는 공식 경기 중에는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분석된 결과는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한 자료로 활용했다.


2014년 7월 13일, 독일 대표팀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꺾고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대표팀의 뒤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전력분석 지원을 해온 SAP는 자사의 분석기술을 ‘스포츠 원(Sports One)’ 이라는 솔루션으로 발전시켜 스포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포츠과학과 ICT를 경기력 향상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훨씬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두 선수의 움직임을 합성해 자세나 동작, 타이밍 등을 비교 분석해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기도 하고, 일정 시간 간격으로 선수의 연속된 움직임을 합성해 보여 준다거나 영상에 찍힌 선수의 자세나 동작에 대한 각도, 거리 등을 표시해 코치가 선수에게 지도하는데 보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등이 그것이다.



스위스 다트피쉬(Dartfish)의 분석 시스템
(스위스 다트피쉬(Dartfish)의 분석 시스템)





영상 데이터 분석해 전술 세워


주로 골프 등의 개인기록 경기와 같이 자세나 동작이 중요한 스포츠 분야에서 많이 이용되고, 영상을 통해 자신의 동작을 직접 보면서 하나씩 교정해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과거에는 영상 위 선수의 관절위치 등에 대해 사용자가 두 점을 찍으면 그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주거나 두 선을 그으면 각도를 계산해 주는 식이어서 영상을 찍는 각도와 점과 선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정확도가 많이 달라지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수의 몸에 자동으로 인식이 가능한 마커(marker)를 부착하거나 깊이(depth) 카메라를 이용해 선수의 신체 골격(skeleton) 모델을 추출하는 식으로 편의성과 정확도를 높인 방식을 이용한다. 여기에 선수의 몸에 센서까지 부착하면 근육의 움직임이나 심박수, 기울어짐, 순간 속도, 가속도 등의 세밀한 정보까지 분석할 수 있어 운동능력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나 부상 방지, 재활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선수의 신체만 분석 대상인 것은 아니다.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선수의 동작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과 더불어 정밀한 레이더 장비를 이용해 골프공, 축구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추적하거나 볼에 장착한 센서(스마트볼)를 통해 볼의 속도, 회전 수, 회전 방향 등의 데이터도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선수의 동작과 이에 따른 볼의 움직임을 결합해 분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밴드 등을 이용해 우리 신체의 움직임을 계측하고 헬스케어에 이용하듯이 선수들의 신체와 볼이나 배트, 라켓 등의 장비에 이러한 센서 장치를 부착해 분석한다고 보면 된다.


착용형 센서 장치의 경우는 부상의 위험이나 안전성의 문제로 인해 실제 경기보다는 훈련 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추세이며, 고가의 레이더 장비 역시 작고 빠른 볼의 추적과 같은 제한적인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공식 경기에 도입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기술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서 경기에 방해를 주지 않고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카메라 영상 기반의 분석기술이다.



트라캅(왼쪽)과 호크아이(오른쪽)의 트래킹 시스템
(트라캅(왼쪽)과 호크아이(오른쪽)의 트래킹 시스템)





하지만, 영상 기반의 분석은 센서나 레이더에 비해 얻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나 정밀함이 많이 떨어진다. 어떻게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스웨덴의 ‘트라캅(TRACAB)’ 시스템은 축구장에 설치된 16대의 카메라와 자국 전투기 ‘야스 그리펜(Jas Gripen)’에 장착된 미사일 추적기술을 이용해 선수와 심판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영국의 ‘호크아이(Hawk-Eye)’ 시스템은 테니스장에 설치된 10대의 고속 카메라 영상과 타이밍 정보를 통해 삼각측량의 원리로 공의 궤도를 추적한다.


1초에 10여 차례씩 선수와 볼의 위치를 추적해 나열하면, 이동 궤적이 나온다. 여기에 경기장의 물리적인 크기와 시간을 대입하면 이동속도와 가속도가 산출되고, 좌표의 변화를 누적시키면 이동거리가 나온다.

어떤 선수가 경기 중에 얼마나 많이 뛰었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였으며,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폭발적인 가속도가 얼마인지 측정이 가능해진다.

볼의 이동 궤적이 정확히 산출되면 테니스공이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라인을 넘었는지 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있고, 이는 심판의 오심을 줄이고 올바른 판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카메라를 통해 선수와 볼의 위치만 추적해도 많은 효용성이 있는 것이다.


영상 기반 트래킹 시스템은 경기 영상에서 선수로 추정되는 객체를 추출하고 이 객체의 위치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선수의 이동 궤적, 거리, 속도 등을 계산한다. 하지만, 다양한 동작을 취하며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기계가 영상에서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날씨, 조명, 그림자 등의 다양한 상황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같은 색깔의 옷을 입은 다수의 선수들이 볼을 따라 뭉쳐졌다 흩어졌다 하는 과정에서 추적하고 있던 선수를 놓치기도 하고, 추적 중에 서로 엇갈려 다른 선수로 혼동하기도 한다. 또 전혀 상관없는 영상 내의 엉뚱한 부분(특히 그림자나 광고판 내의 움직이는 영상)을 선수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경기장에서 가까운 위치에 코치나 대기 선수, 관객, 방송 진행요원 등이 위치하고 있는 경우는 더더욱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현재의 영상 분석기술은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움직이는 사물을 찾아내는 것이지 선수만을 골라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을 받은 전문 오퍼레이터(Operator) 2~3명이 영상추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오류를 일일이 교정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영상추적 정확도는 80% 정도 수준일 뿐이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 반복적인 교정작업을 거쳐야 100%에 가까운 영상추적 데이터가 얻어진다.



스카이테크스포츠의 스키 시뮬레이터(위)와 STRIVR의 가상현실 훈련 시스템(아래)
(스카이테크스포츠의 스키 시뮬레이터(위)와 STRIVR의 가상현실 훈련 시스템(아래))





스포츠 빅데이터 분석 시대 열려


스포츠는 개인기록 중심의 경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체력을 보강하고 동작이나 자세를 교정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구기종목과 같이 팀 단위로 이뤄지는 스포츠의 경우에는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나 전략, 전술, 포메이션과 같은 협동 플레이가 더욱 중요하다. 카메라 영상으로 분석한 트래킹 데이터만으로는 어려운 일들이다.


경기 종목에 따라 공식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카메라 영상 외에 레이더 장비나 착용형 센서를 도입해 더 많은 데이터를 얻어내고 이를 분석해 유용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바로 스포츠 빅데이터 분석이다.


넓은 경기장에서 다수의 선수들이 팀을 나눠 움직이는 스포츠 경기를 생각해 보자. 여러 각도로 설치된 다수의 카메라에서 촬영된 영상과 작은 볼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설치된 레이더 데이터, 선수의 몸에 부착된 다수의 센서에서 발생하는 정보 등은 대량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뛰어난 코치라 해도 이 많은 영상에 담긴 선수들 각각의 움직임을 모두 분석할 수 없다. 레이더나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 역시 적절한 기법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수치의 형태로 변형해 그래픽으로 표시해 주기 전에는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영상과 레이더, 센서에서 얻어지는 자동 수집된 데이터만은 아니다. 전문 스포츠 기록관들은 경기를 보면서 어떤 선수가 언제 어느 위치에서 어떤 행동(축구의 예를 들면 패스, 센터링, 슈팅, 코너킥 등과 같은 스포츠 활동)을 했는지도 기록하고 있는데, 이렇게 전문가에 의해 입력된 데이터는 자동 수집된 데이터에 비해 고차원의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으면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 패스 성공률이 얼마나 되고, 유효 슈팅이 몇 개나 되는지 등을 그래픽으로 요약해 보여주는데 이것이 기록관들의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아직은 영상 분석만으로 선수가 공을 찬 행동이 슈팅인지, 패스인지, 센터링인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수작업 입력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도 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이렇게 자동 및 수동으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치 정보에 의미를 부여해 코치가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이고, 코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하나만 들고 다양한 그래픽과 도표로 요약된 정보를 보며 스포츠 경기를 분석할 수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독일 SAP의 매치 인사이트 시스템이 바로 이와 같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러 가지 센서나 영상에서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를 가공해 그래픽으로 가시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빅데이터로 부상 예방도 가능


데이터가 누적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분석기법들이 발달하면서 스포츠 빅데이터의 다양한 활용처가 생기고 있다.


가장 가까이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는 게임이 있다. 전 세계 선수들 각각에 대한 여러 가지 능력치와 상황에 따른 움직임 패턴 등을 데이터화해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게임능력이 아닌, 게임 속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믿고 자신만의 구단을 만들고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감독이 된다.


경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전술적 변화 상황에 대한 맞춤형 훈련을 위해 몰입형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다수의 빔 프로젝터로 공간 전체를 다양한 경기 상황을 재현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만들고, 선수는 그 안에서 마치 실제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보고 듣고 느끼며 훈련하는 것이다.

미국의 STRIVR는 360도 카메라와 HMD 장비를 활용해 미식축구 팀들에게 현실감 높은 가상훈련·코칭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카이테크스포츠(SkyTechSport)는 자사의 스키 시뮬레이터에 올림픽 경기 현장의 정밀한 코스와 지형 데이터를 제공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자신이 참가할 코스에 대해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아직 경기장에 나서기엔 무리인 부상 선수의 재활과정에도 이러한 VR 시스템이 활용된다. 선수의 몸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 가장 적합한 훈련을 제공하는 데 VR만큼 적당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선수 보호의 차원에서 활용하면 어떨까? 어떤 선수가 보여주는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그 선수가 착용한 센서가 보여주는 신체 계측 데이터가 그 선수의 체력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부상 방지나 팀 경기력 유지를 위해 교체를 해줘야 한다.

수많은 사례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을 통해 조금 전의 볼 경합 과정에서 생긴 사소한 몸싸움이 선수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어떤 심각한 부상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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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스포츠 ICT에서 고성능의 분석기술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스포츠 빅데이터는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축적해야 하는 자산과 같은 것이다.




스포츠 빅데이터는 선수과 감독, 코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야구 경기에서 해설자들이 종종 언급하는 득점권 타율이라는 것은 해당 선수가 타석에 선 수많은 상황 중에서 2루나 3루에 주자가 있는 경우만을 따로 통계 낸 타율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상대 팀이 어디냐에 따라, 날씨 상황에 따라,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분석해 둔다면, 코치의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관객들도 경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 메츠는 팬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SAS와 협력해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생산된 방대한 양의 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팬 참여 허브(Fan Engagement Hub)를 구축, 구단의 성적과 무관하게 높은 수준의 팬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한 미국 농구팀 올랜도매직은 전체 30개 팀 중 20위에 불과한 티켓 판매 규모에도 불구하고 7위권의 수익규모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스포츠 빅데이터 분석은 관객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 관객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잠재된 욕구까지 찾아내 이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화로 연결시키고 있다.


현대의 스포츠 ICT에서 고성능의 분석기술도 높은 중요성을 가진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기술은 만들어지는 즉시 활용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이 분석할 대상인 스포츠 빅데이터는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축적해야 하는 자산과 같은 것이다.

스포츠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SAP나 SAS와 같은 기업들이 스포츠 산업의 전면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 기업에 오랜 시간 축적해온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은 따로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업들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경기에 자사 인력을 파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다가오는 빅데이터 시대에 스포츠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 보는 것은 즐겁다. 바둑에서 알파고가 인간을 이긴 것처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장착한 로봇 감독이 이끄는 스포츠 팀이 우승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본 기사는 테크M 제40호(2016년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