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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IP, 양보다 질적 성장 필요

2016-07-21조은아 기자
스타트업 네스트랩은 특허 가치를 인정받아 구글에 3조원에 인수됐다.
(스타트업 네스트랩은 특허 가치를 인정받아 구글에 3조원에 인수됐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조은아 기자]

연 매출 3000억 원 규모의 회사가 3조 원에 인수됐다?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사물인터넷(IoT) 기업 네스트랩의 얘기다. 네스트랩은 스마트폰으로 집안 온도를 실시간 제어하는 스마트 온도조절장치를 개발한 회사다. 구글에 인수되던 당시 직원이 300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회사였다. 이처럼 작은 회사가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허 포트폴리오’ 덕분이었다.


스타트업인 네스트랩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애플 수준으로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설립 이후 등록한 미국 특허가 150건이다. 온도조절기 단일 품목으로만 100건 이상에 달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 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잘 키운 특허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무려 3조 원이라는 금액으로 환산된 셈이다.
과연 국내에서도 네스트랩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국내 특허 출원건수는 세계 4위 수준이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지적재산권(IP) 무역수지에서 4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허 가치 경시 풍조 만연
국내 IP 시장의 대표적인 문제점이 바로 IP 수에 비해 대박 IP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을 못하는 이유로 특허 출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형식적인 특허 출원, 체계적인 특허 전략 부재 등을 꼽는다.


황성재 퓨처플레이 최고창의책임자(CCO)는 “한국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놀란 점은 IP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IP 번호만 있어도 통용되니 질 높은 특허보다는 특허 수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미국 VC 업계는 기술회사에 투자할 때 반드시 변리사의 검증을 거친다. IP 기반 기업 인수도 활발히 이뤄지다보니 가치 있는 IP 보유 여부에 따라 기업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IP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특허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고만 여기며 경시하는 풍조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글로벌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다. 하지만 왜 돈이 들어가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한치원 아이피에스 대표변리사는 “한국에서는 특허침해소송을 두고 협박과 경고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거래다. IP를 팔거나 로열티를 받거나 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내 경제적 가치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국내 매출 100억 원밖에 안 되는 기업이라도 특허로 수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특허 출원 수임료 역시 특허 출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기관 관련 특허의 경우 질이 안 좋은 까닭에 수임료도 한 몫 한다”며 “미국에서 특허 출원을하려면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들어간다. 특허에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소송이 100억 원대에 육박하다보니 특허에 쓰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특허 소송을 걸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허 침해 시비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특허침해 소송 입안 건수는 2014년 기준 7건에 그친다. 독일 109건, 미국 62건, 일본 58건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손해배상액 역시 5000만 원을 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IP를 위한 IP로 특허 가치 하락


국내 특허 출원은 ‘IP를 위한 IP’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형식적인 특허 출원으로 스스로 가치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 과제를 따기 위한 특허 출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특허 업계에서는 우스개소리로 연말이면 특허가 유난히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한다. 주어진 지원금 내에서 특허를 신청하다보니 실제 사용여부와 달리 보고서용 보여주기에 급급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 특허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로 법원이 특허권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특허를 침해하면 제재를 가하고 배상액 또한 높다.

특허를 대충 회피하려고 했다가는 균등범위(특허청구범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경우 특허내용이 균등한 것으로 판단해 보호하는 범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불리해진다”며 “한국도 판례에는 균등범위가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적용이 잘 안 되는 분위기다. 특허범위를 보다 넓게 보고 침해당한 사람의 소송비용 또한 어느 정도는 보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특허 전략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애플의 ‘밀어서 잠금해제’의 경우 특허전략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밀어서 잠금해제 기술은 고난이도 기술은 아니지만 특허 내용을 살펴보면 수십 페이지에 달한다. 다양한 변형례나 청구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는 특허 수백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특허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정빈 아이피스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보다 기술력이 부족해서 수익화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제대로 특허를 내기 위해서는 선행 특허를 보고 등록 가능성 여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해외 선진 업체는 어떻게 특허를 냈는지, 특허 소송을 대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전략이 미리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적 성장을 위한 점프가 필요한 때


국내 IP시장의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가까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중국은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좇는다. 중국의 특허 규모는 전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중국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략적 신흥산업 분야 중에서 차세대 IT 및 바이오 기술 부문에서 특허가 쏟아지고 있다.


황성재 CCO는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톱다운 방식으로 정부가 강력하게 신기술 정책을 펼치기 때문인데, 특허도 마찬가지”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특허 확장정책을 펼치고 있고 기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학에서도 매년 수조 원의 IP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중국 칭화대 기술지주회사는 그 어떤 곳보다 경제적 논리로 IP를 바라보고 수익화에 나선다”고 말했다.


덧붙여 황 CCO는 “좋은 IP를 가진 스타트업이 있다면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특허 유동화 제도가 유연해졌으면 한다. 등록된 특허로 스핀오프해서 투자하려면 IP 등록에만 1~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너무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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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단계부터 특허 인력을 배치하고,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IP 기초교육이 필요하다. 성장단계에서 5~10개 정도의 주요 특허를 초기 1~2년 사이에 집중 출원하는 것이 중요한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에 해외까지 감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본 특허 시장도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 특허 시장은 한때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특허 무효심판의 무효율이 70~80%에 육박했을 정도지만 지금은 20%대로 떨어졌다. 국내 특허 무효율의 경우 2014년 기준 64%를 기록했다.


강정빈 변리사는 “일본은 대규모 특허 소송을 겪으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일본 특허 질이 높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해외 특허 획득을 위해 전문 회사인 일본기술무역주식회사(NGB)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특허출원은 일본에서 먼저 특허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대리인이 미국 대리인에게 보내는 구조다. 사건 교환이 능력이 아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다보니 품질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NGB는 국가별 전문가를 두고 해외 사무소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네트워크 기반 사건교환을 지양한다. 강 변리사는 “번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따지면서 관리한다. 수익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독하게 따지는데 아직 한국에는 이런 개념의 회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한치원 변리사는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단계부터 특허 인력을 배치하고,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IP 기초교육이 필요하다”며 “성장단계에서 5~10개 정도의 주요 특허를 초기 1~2년 사이에 집중 출원하는 것이 중요한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에 해외까지 감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조은아 (echo@mtn.co.kr)]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