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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특허는 나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못쓰게 하는 것

2016-07-12강정빈 아이피스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




최근 특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허권의 권리범위는 청구항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과 청구항에 기재된 범위가 넓으면 좋은 특허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업인이 이해하고 있다.


다만, 자신이 특허를 갖고 있다고 해서 등록특허의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을 아무 문제없이 실시(생산, 가공, 판매 등의 업으로서의 행위)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정 기술을 실시할 때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본질적으로는 해당 기술에 대한 자신의 특허권 유무가 아니라 타인의 특허 여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술에 대해 내가 특허를 갖고 있으니까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혹은 “이 기술을 문제없이 사용하기 위해 내가 이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은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특허권이 ‘독점권이다’라는 말에서 생긴 오해다.


특허권의 속성은 독점권 아닌 배타권


특허권의 권리적 속성은 ‘배타권’이다. 즉, 특허권자가 ‘A+B’라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갖고 있는 경우, 특허권자가 가지는 권리는 제3자가 A+B를 실시하고 있을 때 하지 말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뿐이다. 즉, 특허권은 본질적으로는 특허권자가 A+B를 문제없이 독점 사용하는 것을 보장해주는 권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벨이라는 사람이 최초로 ‘송화기+수화기’의 1세대 전화기를 발명하고, 이에 대해 특허를 등록 받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벨이 특허에 의해 갖는 권리는 제3자에게 1세대 전화기에 대해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권리뿐이다. 그러나 벨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특허를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벨만이 1세대 전화기를 실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원천특허의 강력함이다.


이후 다이얼이라는 사람이 벨의 1세대 전화기에 다이얼을 추가해 ‘송화기+수화기+다이얼’의 2세대 전화기를 발명했다고 가정하자. 이전 기술보다 개량된 기술이기 때문에 다이얼은 2세대 전화기에 대해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이얼이 2세대 전화기를 상품화 하는 경우, 특허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벨로부터 소위 ‘하지 마라’를 당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이얼의 2세대 전화기의 구성요소 중 ‘송화기+수화기’는 벨의 특허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즉, 다이얼은 2세대 전화기에 대해 특허를 획득했지만, 2세대 전화기를 실시하는 경우 벨의 특허를 침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특허를 받은 기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특허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또 특허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특허를 받는다는 것 역시 특허권의 속성을 오해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 대기업, 특히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혹은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특허를 획득하는 것과 별개로 새로운 기술 혹은 제품이 다른 회사의 특허를 침해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연구개발 과정에서 이미 검토한다. 또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 회피설계(Design Around)를 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다시 벨과 다이얼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만약 벨이 ‘송화기+수화기+다이얼’로 이뤄진 2세대 전화기를 상품화하는 경우에는 다이얼의 특허를 침해하기 때문에 다이얼은 벨에게 “너도 하지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세대 전화기는 아쉽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벨과 다이얼이 정상적인 기업인이라면 “2세대 전화기에 대해서 우리 싸우지 말고 우리 둘만 상품화하자”라고 합의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다른 기업이 2세대 전화기를 상품화하려고 한다면 우리 특허를 합쳐서 같이 공격하자”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벨과 다이얼의 합의를 소위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라고 부른다.


특허권자간 크로스 라이선스 전략도


만약, 다이얼이 2세대 전화기에 대해 특허를 받지 않았다면 벨이 또 다시 자신의 1세대 전화기에 대한 원천특허로 2세대 전화기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이얼은 벨을 공격할 수 있는 특허를 획득함으로써 기존 시장지배자이자 원천특허권자인 벨과 합의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특허는 하지 말라는 권리밖에 없지만, 넓은 범위에 대해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특허를 갖고 있다면, 경쟁사 특허를 침해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장에 특허 침해 문제 없이 진입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쟁사가 나에게 하지 말라고 한다면 나도 경쟁사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특허 없이 새로운 시장 진입 혹은 신기술 적용을 하는 경우 경쟁사로부터 특허 침해를 이유로 견제를 받고 사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HTC의 스마트폰 실패다.


넓은 권리범위를 가진 특허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 혹은 수익화가 가능하다. 또 기업에 있어서는 그러한 특허권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당 시장에서 기업의 위치를 지켜줄 수 있는 방패 혹은 해당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특허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