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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기술트렌드, 타깃시장 모두 IP에 있다

2016-07-29박은영 윕스 전략기획실장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및 내수 경기 침체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카피캣들의 등장, 업종 간 융합 등으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1996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15년 500대 기업으로 남은 곳은 93개, 약 18%에 불과하다.

1996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해있던 노키아와 코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애플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한 순간 몰락했다.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이었던 소니도 마찬가지다. 애플 ‘아이팟’ 등장으로 당시 혁신 제품이었던 ‘워크맨’, CD플레이어 등이 퇴장했다. 이후 소니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했다.

이들 기업이 몰락하게 된 원인은 기술의 부재가 아니다.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 부재와 이에 대한 대응 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기업들은 기존 경쟁자는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경쟁자가 누구이며 이들의 전략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허정보는 기업들이 미래 시장의 방향과 경쟁자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다. 특허제도는 발명에 대한 공개의 대가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사의 발명을 특허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특허는 발명의 공개를 통해 누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지, 해당 분야에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 특허문헌에는 기술설명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특허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특허정보를 통한 지피지기


우선 출원인 정보를 활용하면 시장에서의 주요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출원 특허들의 국제특허분류(IPC)를 통해 최근 특허화에 힘쓰는 기술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6월까지 한국, 미국, 일본 데이터베이스(DB)에 공개, 등록된 인공지능과 관련한 특허를 추출해보면 주요 출원인은 IBM, 마이크로소프트, 후지쯔, 소니, 퀄컴 등의 글로벌 기업으로 나타난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의 주요 출원기업. IBM, 마이크로소프트, 후지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의 주요 출원기업. IBM, 마이크로소프트, 후지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다.)



주요 기업들이 가장 많이 출원하고 있는 기술 분야는 ‘지식 기반 모델을 이용한 컴퓨터’, ‘생체 모델 기반 컴퓨터 시스템’, ‘디지털 컴퓨팅 또는 데이터 프로세싱 장비’ 등의 분야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 주요 출원인으로는 KAIST, 삼성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 나타났지만, 미국, 일본에 비해 출원 활동이 다소 소극적이었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 출원활동이 시작된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일본 출원인에 의해 출원이 이뤄졌다. 2005년 이후에 들어서면서 IBM 등 미국 기업에 의한 출원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퀄컴의 경우 대다수의 특허를 최근 5년간 출원했고 2014년에는 이미지 인식 스타트업 기업인 뷰포리아와 유비전테크놀로지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 이들이 보유한 특허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정 기업의 특허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그 기업이 어떤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 혹은 기술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거나 새로운 기술의 발현을 추적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출원한 특허들을 살펴보면 2010~2015년에는 그 이전과 달리 조류, 지의류, 균류 혹은 식품 또는 그 유사체로부터의 물질을 함유하는 의약품 제재와 유기 활성 성분을 함유하는 의약품 제재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 코스메슈티컬이 신성장동력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점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코스메슈티컬이란 화장품(코스메틱스)과 의약품(파마슈티컬)이 결합된 용어로 화장품의 안정성과 의약품의 효과성을 함께 가져가는 제품을 의미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계열사인 메디컬뷰티 전문기업 에스트라를 통해 아토피 피부, 민감성 피부, 트러블 피부에 사용할 수 있는 아토베리어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 2011년에는 바이오 업체인 안트로젠과 줄기세포배양액을 활용한 코스메슈티컬 공동연구개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향후 줄기세포를 이용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런 특허들을 건별로 살펴본다면 아모레퍼시픽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술적 분야(성분 등)를 파악할 수 있다.






특허로 보는 타깃시장
타깃시장에 대한 기업의 적극성도 특허출원활동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특허제도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기업들은 타깃시장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에 사용된 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해당 국가에 특허를 출원, 등록받고자 한다.

따라서 각 국가별로 출원된 특허를 파악하면 경쟁기업이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어디인지 판단하는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 중국, 미국 순으로 다수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점은 중국에서의 출원 추이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는데 특히 2000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건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특허 출원 추이. 최근 수년 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특허 출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특허 출원 추이. 최근 수년 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특허 출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신사업 분야 진출에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특허매입이다. 시장 진출에 앞서 빠른 시일 내에 기술적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특허매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특허 매입 현황을 살펴보면 향후 경쟁기업 등의 사업 방향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도 동일했다. 삼성의 최근 특허 매입 활동을 살펴본 결과, 2000년대 후반부터 2015년까지 반도체 장치에 있어서 다량의 특허(532건)를 매입한 것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배터리’, ‘진단, 수술, 개인 식별’, ‘광학요소, 공학계 또는 광학장치’, ‘안테나’ 등과 관련한 특허매입도 활발히 나타났다.

삼성은 진단, 수술, 개인 식별과 관련한 특허매입을 추진한 점이 눈에 띈다. 관련 특허 모두 메디슨으로부터 확보한 특허다.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기술력에 힘입어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7%,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그룹이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서 헬스케어사업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매입 특허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규 진입자가 자사의 강점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기술의 차별성도 도출해 낼 수 있다. 애플은 2000년대에 매입한 특허 중 터치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이 있는데, 이 특허는 핑거웍스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1997년 델라웨어주립대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애플이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서 터치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다양한 손가락 제스처 기능 등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터치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피인용 기관 및 횟수
(터치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피인용 기관 및 횟수)



해당 특허는 현재까지 76개 기관으로부터 총 1478회 인용됐으나 인용의 약 50%가 애플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이 해당 특허를 인용해 출원한 특허를 살펴보면 디지털 데이터 처리 관련 특허가 10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데이터 전송(161건), 무선통신 네트워크(39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특허가 애플사의 강점 분야인 휴리스틱 기술임을 고려할 때 터치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은 이런 기술들의 원천에 해당한다. 이처럼 인용 분석을 활용하면 경쟁 기업이 외부로부터 도입한 기술들은 무엇이며 이를 활용해 어떻게 개량 발전시켜나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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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분석을 활용하면

경쟁 기업이 외부로부터 도입한 기술들은 무엇이며

이를 활용해 어떻게 개량 발전시켜나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허, 사업 기회 포착을 위한 도구


이처럼 특허정보는 기술혁신 패러다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고 신뢰할 만한 도구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허공보를 넘어서 분쟁정보, 권리변동 정보 등 다양한 DB의 보급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특허정보를 도출하고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기업 경영에 대한 판단에는 여러 요소와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특허분석 또한 기업 경영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특허정보의 활용은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은 더욱 철저히 특허정보를 활용함으로써 타사 특허침해의 위험을 줄이고 성공적인 기술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시장에서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자 하는지, 경쟁사들의 기술 변화 흐름은 어떠한지 혹은 시장에 신규 진입자는 없는지 등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면 자사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다. 또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이미 공개된 특허정보를 활용해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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