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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다양한 얼굴의 IP, 큰 눈으로 흐름을 봐라

2016-07-22이재호 미국 특허변호사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분쟁이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구글 대 오라클의 분쟁, HTC 대 노키아의 분쟁이 진행되고 있고, 화웨이도 삼성전자를 제소, 특허전쟁에 뛰어 들었다. 특허 분쟁의 주무대인 미국의 특허 소송건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3년부터 본격 적용된 특허 개혁법(American Invent Act)과 소프트웨어 특허를 심각하게 제한한 앨리스 판결의 영향으로 2014년의 소송건수는 줄었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다시 늘어났다.

이처럼 특허 등 IP에 대한 분쟁이 늘어남에 따라 최악의 경우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다양한 IP, 종류별로 대응 달라야


종종 특허전쟁의 예로 소개되지만, 구글 대 오라클 소송은 특허가 아닌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다. 비틀즈 음악의 판권을 가진 애플레코드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컴퓨터간 분쟁은 상표권에 관한 분쟁이었다. 또 미국의 가십매체인 고커미디어를 파산에 이르게 한 헐크 호건의 불륜 동영상 분쟁은 초상권이 쟁점이었다. 이처럼 IP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IP의 여러 종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종류마다 취득 방법과 보호 기간 및 대응 방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IP에 따라 전략도 달라진다.

하나의 IP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고, 가장 유리한 한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상징적인 디자인은 디자인 특허, 상표권, 그리고 저작권으로 보호받고 있다. 한편 코카 콜라의 제조법은 영업 비밀을 통한 보호를 선택, 최대의 경제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허의 출원과 소송에도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국제협력조합(PCT)을 사용해 출원한 후 국가별 단계를 진행할 수도 있고, 해당 국가에 직접 출원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특허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원을 통한 소송이 중심 수단이 되지만, 특허심판부(PTAB)를 통한 무효소송으로 방어할 수도 있다. 무역 제품의 경우에는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의 특허소송 재판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비용 문제를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경로를 택할 때도 있지만 필요하면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원해 공격이나 방어를 하기도 한다.

사내 변호사가 있다면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경영진이 최소한의 법적 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IP의 다양한 형태를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기본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보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몇시간이라도 투자해서 IP의 여러 형태를 이해하고, 기업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IP 변호사나 변리사와의 상담도 효과적이다.






무기, 방패, 길잡이…특허의 다양한 역할


IP분쟁의 중심에는 특허가 있다. 특허에 관해 보통 ‘무기로서의 특허’를 많이 생각한다. 실제로도 특허는 잘 사용하면 좋은 무기가 된다. 경쟁 제품의 판매를 막거나, 막대한 손해 배상액을 받을 수 있다. 라이센싱을 통해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 면도기로 유명한 질레트나 스팀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한경희생활과학은 특허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경쟁회사에 대한 우위를 유지해 나간 좋은 예다.

하지만 특허를 무기로 사용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출원비용도 작지 않지만, 해외 특허 취득비용은 작은 기업이 쉽게 지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우선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특허를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핵심기술에 대해 특허를 취득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만약 경쟁사가 비슷한 기술의 특허를 얻는다면, 갑자기 다른 이의 특허를 침해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핵심 기술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 경쟁회사의 공격을 적은 수의 특허로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속해 있는 업계의 특허들이 좋은 길잡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경쟁자들이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면, 기술의 동향을 알 수 있고 특허 침해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비어있는 틈새 시장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한국 특허청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PIAS 툴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특정 업계의 특허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는 침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다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활용하면 세밀한 조사가 가능하다. 기존 특허를 회피하는 디자인을 통해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도 있다. 특허 기술을 공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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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이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면,

기술의 동향을 알 수 있고 특허 침해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비어있는 틈새 시장을 알아낼 수도 있다.




공익과 사익 사이의 줄타기


특허는 출원후 일년 반이 지나면 일반에게 공개된다. 출원일부터 20년 동안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신, 기술 공개를 통해 다른 이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사적 이익의 보장을 통해 기술 개발을 유도하지만, 공공의 이익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IP에는 공공 이익과 사적 이익의 두가지 면이 존재한다.

최근 주요 판결이나 새로운 법을 보면, 개인의 권리 남용을 방지하고 공공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과 오라클의 분쟁이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 역시 막대한 배상액보다 프로그램간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API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가 여부가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API가 저작권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그 사용을 공정이용으로 간주, 자유롭게 AP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면 프로그램간의 호환성을 막는 결과를 낳고 결국 기술 개발을 방해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배심원은 구글의 API 사용이 공정이용에 해당된다는 판결로 반응했다.

최근 삼성 대 애플 소송은 디자인 특허에 어느 정도의 힘을 줄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었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기능은 상당히 많은데,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판매를 불허하거나 막대한 배상액을 물어야 하는 현상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염려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가 거기에 담긴 기술의 가치에 비해 지나친 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또한 디자인 특허의 남용이 기술혁신을 막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삼성의 편을 들고 있다.

무조건 소송을 걸어 합의를 유도하는 NPE에게 상당히 불리한 판결도 있었다. 근거가 부족함에도 소송을 제기해 졌을 때,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을 물어줄 확률을 높인 판결이다. 특허개혁법(AIA)도 권리의 남용을 막고, 특허의 공공재적 성격을 부각시키는 법안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고의적으로 특허를 침해했을 때, 가중 배상액을 물게 될 가능성을 높인 최근의 결정은 특허권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그럼에도 전체적인 흐름은 권리의 남용을 막고 정당한 권리만을 보호해 전체적인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특허전쟁 진입


특허전쟁의 다음 라운드에는 벌일 중국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중국에 대해 짝퉁의 천국이라 하던 시기는 지났다. 중국은 IP보호에 소홀하던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 IP분야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화웨이가 먼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전쟁을 걸어온 데에는 이런 노력이 뒷받침된 것이다.

중국은 특허 출원뿐 아니라 소송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541건에 불과했던 특허소송 건수는 2015년 3만5,844건으로 6년 사이에 23배로 늘었다. 경제가 커짐에 따라 배상액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해외 기업에게 불리한 판결을 많이 내리지만 중국의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이 부분도 개선이 될 전망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 유럽과 함께 국제 IP 분쟁의 중요 무대가 됐고, 한국 기업의 해외 IP 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내 IP보호를 위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지만, 믿을만한 현지 파트너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부에서의 이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처럼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있는 경우 현지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훌륭한 중국 파트너를 가진 법인과 일을 해야하는 이유다.






변화하는 IP환경 주시해야


특허를 포함한 IP분야는 계속 변화한다.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중요한 판결이나 법안이 계속해서 발표된다. 이를 추적하고 적용하는 건 변호사의 몫이겠지만, 기업인 모두가 큰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 IP 분쟁의 흐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IP의 본래 목적을 이루어가는 여정이라고 하겠다. 이는 개인의 권리도 보호하며 공공의 이익도 증진하는 방향이다. 개인의 권리가 우선시 된다면 오래지 않아 공공이익을 강조하는 판결이 나온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균형을 이루며, 기술과 경제의 발전을 모색하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IP가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유기적인 기업활동의 한 요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 IP가 적절히 자리 매김 하려면 기업의 장기적 전략을 위해 필요한 IP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함과 동시에 이미 가지고 있는 IP를 활용하는 전략을 새로 세우는 양방향의 검토가 필요하다. 얼마나 알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IP의 효용가치는 얼마든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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