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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시 브랜드화 한 뉴욕, 중소기업 연계한 시애틀

2016-05-19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세계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은 최근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스타트업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컴퍼스가 발표한 ‘2015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를 보면, 주요 도시의 창업 관련 성과, 펀딩, 시장, 재능, 창업 경험 등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순위에 나타난 지역들이 새롭거나 놀라운 것은 아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익숙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는 1891년 설립된 스탠퍼드대의 기술 기반 산학협력모델을 비롯해 1939년 창업한 창업 1세대 휴렛패커드 등 역사가 오래됐다. 창의적 아이디어 또는 기술을 가진 예비창업가, 이들을 평가하고 투자하기 위한 도전적 펀드, 무엇보다 충분한 성과와 시장 확보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기업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이들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자 하는 우수인재들이 끊임없이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를 구성하는 하나하나가 자생적 창업생태계 형성을 희망하는 거점들의 이상형일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테크노밸리 모델이긴 하지만 다른 곳에도 매력적인 창업생태계를 형성하는 곳이 많다. 창업 재원의 유입이 활발하며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협력관계가 잘 형성된 뉴욕(NYC)과 시애틀이 그 예다.
 

1995년 시작된 ‘뉴욕의 재발견’

뉴욕은 1995년 이후 활성화된 하이테크 혁신거점이다. ‘.nyc’ 중심의 하이테크 기술창업 허브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되면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에 두 번째 사무소를 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2012년에는 미국 내 최초로 ‘NYC’라는 도시이름으로 인터넷 주소를 받아 뉴욕 경제활동을 브랜드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뉴욕이 글로벌 혁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기존 강점 산업과의 융합 환경이다. 뉴욕은 전통적 강점 산업과 기술 중심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패션, 금융, 미디어, 광고, 문화 등 강점이 있는 분야와 기술 및 창의적 아이디어의 결합을 통한 ‘하이픈(-)’ 산업의 창출은 뉴욕이 하이테크 기술 창업의 본거지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뉴욕의 전통적인 제조업 역량은 현재 그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혁신거점의 기반이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음은 브랜드의 설계다. 뉴욕이 가진 도시 이미지와 인프라는 혁신주체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뉴욕에서 만들었다(We are made in NY)’ 캠페인, 오피니언 리더와 시민이 결합해 지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뉴욕의 빅앱스(NYC BigApps) 사업. 이같은 프로젝트는 뉴욕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며 차기 실리콘밸리로 뜨는 동력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눈에 들어온다. 시정부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 중심으로 활동하는 민간과의 연계 등을 통해 뉴욕이 혁신거점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술기반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팅에서 공공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민간과의 브릿지(bridge)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최적의 성과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한다. 응용기술과 엔지니어링 중심의 ‘코넬 테크 캠퍼스’도 공공과 민간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뉴욕이 가진 사업화 중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조하는 산학협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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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패션, 금융, 미디어,
광고, 문화 등의 분야에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시키는
‘하이픈(-)’ 산업을 통해
하이테크 기술 창업의 본거지로
탈바꿈했다.

 

시애틀, 글로벌 기업들의 존재감

시애틀은 기술, 인프라, 시민의식, 창의력 및 공공기능 중심의 평가에서 북미 지역의 우수 스마트 도시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시애틀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요인으로 창의적이고 기업가적인 재능을 이끌어내는 전반적인 혁신 환경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외부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시애틀의 가장 큰 혁신 역량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활동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시애틀에는 알래스카항공, 노드스트롬, 아마존, 알이아이(REI), 스타벅스, 태블로(Tableau), 질로(Zillow), 쥴리(Zulily)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있다. 따라서 고숙련 인력과 첨단연구, 그리고 인큐베이션 과정이 풍부하다. 특히 우주방위, 정보통신과학기술, 청정기술, 생명과학 등 분야별 특성에 부합하도록 조성된 클러스터를 통해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클러스터들은 지역 내 중소기업들과의 유기적 관계를 토대로 혁신 생태계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또 기업소득세와 발명세 면세 등의 매력적인 세제혜택은 혁신기업들의 생존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해외인력 유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은 혁신도시로서 시애틀의 성장을 눈여겨보기에 충분하다.


시애틀에는 아마존, 스타벅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 클러스터 협력 강조

유럽도 클러스터를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이하게 유럽 클러스터 재단은 ‘클러스터 매니지먼트 엑설런스(Cluster Management Excellence)’ 평가를 통해 클러스터 역량별 금·은·동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이들 중 금메달을 받은 일부 클러스터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로 덴마크의 클러스터 ‘브레인 비즈니스(BrainBusiness)’를 들 수 있다. 이곳은 비즈니스와 대학 간의 혁신을 유인하고, 공공 조직과 연결돼 있는 혁신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전반적인 목적은 유럽 내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로의 성장에 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글로벌 기술기업을 유지했고, 이들과 공동연구 및 지식확산의 중심축 기능을 하는 덴마크 내 가장 큰 규모의 ICT 대학인 올보그(Aalborg)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공공조직은 이들의 활동을 원활히 하며, 협력적 관계를 유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브레인 비즈니스 클러스터가 강조하는 것은 협력이다. 기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시장 니즈 매칭을 위해 멤버십을 중심으로 클러스터 내외 경쟁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와의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다음은 스웨덴의 ICT 클러스터 ‘퓨처 포지션 엑스(Future Position X)’가 눈길을 끈다. 2004년 스웨덴의 지역혁신을 주도할 혁신 클러스터에 대한 니즈를 배경으로 조성됐다. 특히 기술의 성장 및 시장진입을 위한 국내·외 인큐베이션 연계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클러스터 내부에서 검증된 아이디어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 마케팅 지원뿐 아니라 국내·외 주체들과의 연계 등을 수행한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평판을 쌓고 주체 간 연계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 융합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독일의 ‘실리콘 작센(SiliconSaxony)’ 또한 유럽 내 마이크로전자공학 분야에 특화된 클러스터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클러스터 내 약 2100개 기업이 ICT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있으며, 글로벌 시장진입에도 용이한 환경을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실리콘 작센은 이노보너스(InnoBonus), 이노엑스퍼트(InnoExpert), 이노팀(InnoTeam)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스테머틱(Systematic)’은 프랑스 내 혁신클러스터로서 디지털 혁신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중소기업, 대기업, 연구센터 및 고등교육 기관간의 종합적인 협력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협력과 경쟁’이라는 구조 하에 클러스터 내 주체들이 상호 관계 확대를 통해 시너지 창출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클러스터 내 강한 중소기업 육성이 클러스터 생태계 구축에서 중요함을 인지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R&D 과제 수행, 협력, 시장 진입 등의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혁신과 산업의 상호 승리조합(A Winning Combination)이라는 개념 아래에 산· 학·연이 기술의 니즈를 제시하고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패션, 광고, 미디어 등의 산업이 발달했던 뉴욕은 첨단기술을 더함으로써 뉴미디어나 핀테크, 애드테크(Ad-tech) 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판교에 대한 기대와 현실

판교 테크노밸리가 한국 벤처의 새로운 심장부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1000개가 넘는 기업이 둥지를 틀고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문화콘텐츠기술(CT)·나노기술(NT) 등 첨단산업이 집적되면서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창업생태계, 혁신클러스터 관점에서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다양한 혁신 거점들의 경쟁력을 언급하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남겨뒀다. 바로 그들의 문화, 인식이다. 문화와 인식은 이해(학습)도 어렵지만 접근(모방)도 쉽지 않다.

만약 판교가 이러한 주요 도시들의 혁신 문화를 모방한다면 더 빨리 혹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모방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판교는 판교인 것이다. 판교가 갖는 성장 배경과 혁신 생태계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는 판교만의 테크노밸리 브랜드를 형성해 나아가는 것이 현재 기대와 관심의 대상이 된 판교가 선택해야 하는 방향이 아닐까.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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