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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효율 앞세우기 전에 참여범위 확대를

2016-05-31임재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몇 년 전부터 소위 ‘산업 인터넷’으로 불리며 제조 산업에서의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던 가운데, 2013년에 독일의 산업협회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미래 제조업 패러다임으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디지털화에 대한 구체화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큰 기대와 함께 시작한 인더스트리 4.0의 진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고 초기 접근방법의 실패로 평가받았다. 결국 지난해 초에 독일 정부 주도로 이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더 폭넓은 정치적, 사회적 지지를 바탕으로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 전략을 개선하고 신속한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재출발하게 됐다.


독일이 추진한 인더스트리 4.0의 문제 중 하나는 스스로 디지털화를 추진해온 보쉬 등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이 추진한 인더스트리 4.0의 문제 중 하나는 스스로 디지털화를 추진해온 보쉬 등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안, 중기 외면, 인력 부족 등 숙제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새로운 미래 제조업 패러다임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인더스트리 4.0의 실패 요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표준화의 지연이다.

모든 조건을 철저하게 고려한 완벽한 표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추진력이 약화돼 오히려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사실 제조 산업에서의 표준화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초기에 표준화가 잘못 설계되면 디지털화를 적용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비용과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IT 보안 및 데이터 거버넌스 이슈로 부각되는 보안 정책의 부재다.

기업들의 고유 자산인 데이터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뿐만 아니라 경쟁사에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 또한 민감한 이슈이다. 만약 외부 업체와 협업이 필요한 경우 내가 가진 데이터 정보에 대한 소유권, 접근 권한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누구라도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문제점은 중소기업의 소극적인 참여이다.

지멘스, 보쉬 등의 주요 제조 대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인더스트리 4.0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추진해 왔지만, 정작 제조 산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제조 공정에서의 디지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에 수반되는 막대한 투자 규모와 정보 노출 위험성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참여가 더딘 것도 디지털화 지연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문제는 디지털화에 대한 업무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관련 인력의 부족이다.

제조 산업에 디지털화가 도입된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라인에서의 공정 과정을 기계가 대체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기계를 통해 효율화시킴으로써 공정 과정이 바뀌게 되고, 이를 통해 기존과 다른 형태의 새로운 직군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변화된 업무 환경에 적합한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인력을 교육시켜 새로운 업무로 전환시키는 것도 큰 숙제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문제점은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꼭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다. 이에 독일에서 지난해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새로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주창하면서 디지털화를 이끌어 나가게 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독일 경제통상부와 교육과학부 주도 하에 관련 협회뿐만 아니라 노조는 물론이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표준화 및 법적, 정책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시장 환경에 적합한 연구를 진행하고 신속한 상용화를 목적으로 과제를 재설정해 실행력을 높이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초 글로벌 표준화에 대한 합의를 추진해 이끌어냈다. 지난해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도 산업 인터넷 보편화 작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글로벌 표준화에 대한 큰 진전을 이룬 것이다.

사실 제조 산업의 디지털화에 있어서 양대 산맥으로 볼 수 있는 독일과 미국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산업 인터넷 표준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이처럼 국가간, 그리고 기업간 경쟁 상황이 전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표준이 공존하게 됐고, 특히 호환성 측면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 독일 정부 주도하에 추진됐던 200개 이상의 실제 적용 사례 및 테스트 환경이 공개됐고, 이를 기반으로 독일과 미국의 산업 인터넷 진행 주체 실무자들이 논의를 통해 표준화 협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표준화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인더스트리 4.0의 문제점 중 하나인 표준화 이슈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앞에서 살펴본 문제 중 하나인 표준화는 해결됐지만 보안, 중소기업의 참여, 인력 부족과 업무 환경의 변화 이슈 등 아직 남겨진 숙제가 많다. 이에 앞으로 독일이 어떻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독일 정부 적극 해결 노력 주목

그렇다면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선 선행해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통해 제조공정 디지털화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이슈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관련 사업 추진 방향, 조직 및 구성원이 적합한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비롯해 시행착오의 과정과 성과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표준화 합의가 한국 제조 공정 디지털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한국은 표준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점을 분석해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 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이 늘어나자 정부가 직접 기업, 사회 전반에서의 제조업 디지털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 이런 정부 주도의 성과로 표준화 이슈를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제조 산업의 디지털화 노력은 과정일 뿐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예로 GE는 산업 인터넷 추진 목적이 고객의 가치 제고를 통한 성장에 맞춰져 있다. 비행기 엔진이나 기관차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기존 제조 산업이라면, 제품 완성 후에도 디지털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제조 산업의 디지털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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