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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조업, 우리식 혁신전략 필요하다

2016-05-26김상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심우중 연구원



최근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혁신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감소했으나 국가의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마련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2011년 뉴욕타임스를 통해 미국 경제회복에 있어 제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이는 전 세계 교역의 대부분이 재화 기반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제조업의 상당 부분 역시 제품을 기반으로 활동이 이뤄진다. 비제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업, 부동산업 및 보건·의료산업의 경우도 해당되며, 금융업 역시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잉여자원을 재분배한다는 측면에서 제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제조업의 중요성은 유럽 사례에서도 나타나는데,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강국의 제조업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미국이 2000년 15.7%에서 2013년 12.4%로 감소했고, 영국은 15.7%에서 10.8%, 일본은 21.2%에서 18.5%로 하락했다. LG경제연구원은 OECD 국가의 전체 제조업 고용이 2000년 8800만 명에서 2011년 7550만 명으로 약 14% 감소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일자리 감소, 신흥 개도국의 빠른 추격은 선진 제조강국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 미래 제조업에 달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3%(2014년 기준)로, 중국(35.9%)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제조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결국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여전히 글로벌 제조경쟁력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최근 제조업의 악화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제조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010년보다 1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7%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철강, 조선, 섬유, 가전,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수출실적이 하락하면서 제조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또 기초 원천기술 미비,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실업률 증가와 고령화, 글로벌 수입규제 강화 등은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나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공장을 통한 제조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스마트공장은 실세계와 사이버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된 사이버-물리 시스템을 통해 제조공장의 모든 요소를 완전자동화하고 최적화하고자 한다.

스마트공장은 사물(thing)과 사람, 데이터와 서비스가 통합된 플랫폼이며, 제조공정의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첨단 제조, 모니터링, 수요관리, 품질관리, 에너지관리, 보안 등)과 인프라를 포함한다. 최종적으로는 실제 공장을 짓지 않고도 제조공장의 모든 가치사슬 요소를 설계할 수 있고, 기존 제조공장의 생산성 한계를 뛰어넘는 공장 구축이 가능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와 스마트공장추진단은 스마트공장을 ‘제품의 기획·설계, 생산, 유통·판매 등 전 생산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최소비용·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정의한다. ICT를 활용해 제조업의 모든 가치사슬 요소를 효율화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조혁신을 유발하는 기술요소인 ‘인에이블러(enabler)’의 최적화된 결합이 스마트공장을 구성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인에이블러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센서, 생산관리시스템(MES),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등 다양한 기술을 포함한다. 여기서 제조공정 및 제품의 특성을 반영해 인에이블러를 효과적으로 활용·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제조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2014년 6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최근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IT와 소프트웨어(SW)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며, 제조업 경쟁력 전반을 강화하기 위한 6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IT·SW 기반 공정혁신을 위해 2020년까지 1만 개 스마트공장 구축 목표를 수립, 추진 중이다.


스마트화와 거리 먼 국내 현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내 제조공장은 스마트화와 거리가 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4가지로 정의했는데, 대부분의 기업은 기초 또는 그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점검, 모니터링, 제어, 최적화, 자율운영 등 5가지 기준으로 스마트공장의 성숙도를 평가한 결과, 국내 전문기업의 스마트공장 성숙도는 5점 척도에서 1.85점(단순관리 및 모니터링 수준)에 그쳤다.


현재까지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공장의 경우에도 전체 1240개 기업 중 82.3%가 기초(이력·추적관리) 수준이고, 14.6%가 중간1(광범위한 생산정보 실시간 집계·모니터링)로 대부분 낮은 수준에 분포해 있다. 반면, 중간2(IT·SW 기반 실시간 자율제어)는 3.1%에 불과하고, 고도화(사물인터넷·CPS 기반 맞춤형 유연생산) 기업은 없었다.






이처럼 구현된 스마트공장의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공장 구축은 전반적으로 유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보급에 참여한 기업의 생산성이 약 25% 개선됐으며, 세부적으로는 불량률 27.6% 감소, 원가 29.2% 절감, 시제품 제작기간 7.1% 단축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 또 종업원수 50인 미만(54.5%), 매출액 50억 원 미만(39.6%)의 중소기업 참여도가 높아 스마트공장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이미 비교적 높은 스마트화 수준을 달성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공장을 스마트화하기 매우 어렵다. 다만, 정부 지원 및 대기업 연계 등을 통한 성공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보고된 사례들의 특징은 비교적 적은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IT 시스템만으로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스마트화 수준이 매우 낮고 기업 스스로 스마트화를 추진할 자원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이상적인, 고도화된 스마트공장보다는 업체의 실태를 반영해 기초 수준부터 단계별로 추진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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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공장의 경우에도

전체 1240개 기업 중 82.3%가
기초 수준이고, 고도화 수준의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제조혁신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에는 수많은 히든챔피언과 미텔슈탄트(Mittelstand), 실용연구에 경쟁력을 가진 프라운호퍼와 같은 연구기관, 두터운 전문인력,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의 끊임없는 소통이 있다.

사실 독일에서도 인더스트리 4.0 추진과정에서 인식 부족, 무분별한 관련기관 생성 등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조혁신 관점에서 끊임없이 변화·진화하는 과정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발주자 추격형 전략 벗어나야

스마트공장은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결부돼 인식되고 있지만, 단순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안전·환경문제 등 다양한 요인과 연결돼 있다. 즉 기존 개념의 생산효율 증대뿐 아니라 제조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추진을 위해서는 자본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력과 핵심기술, 그리고 이들 간의 융합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조정기능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발주자 추격형 전략보다는 산업적, 문화사회적 특성을 감안한, 우리 실정에 맞는 차별적 전략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화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뿌리기업의 경우 단순 하청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영세성으로 스마트화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거나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제조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계 등과 연계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사전 타당성 검증 후 일괄적인 공장 업그레이드와 즉시 운영이 가능한 방안을 구상해볼 수 있다.

또 스마트화를 위한 협회간 협의체를 활성화해 업계의 현실적 수요를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장 스마트화는 기존 공정에 대한 깊은 이해뿐 아니라 스마트화 적용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생산기술 내용과 흐름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ICT 전문가뿐 아니라 각 단위 공정 및 기술 전문가가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 기기와 시스템, 제조공장의 상호호환성 확보를 위한 표준안이 필요하며, 정보보안 이슈도 스마트공장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직 관련 분야 추진이 더딘 상황인데, 국내의 높은 ICT 인프라 환경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효율적 생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 측면에서 볼 때 고임금 구조의 선진국은 대량생산과 맞춤형 제품 생산의 균형이 스마트화의 척도지만, 저임금 국가는 대량생산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정교한 계획과 생산시스템을 활용한 전략 최적화가 중요한 반면, 개도국은 표준화된 안정적 프로세스 기반의 비용최적화가 중요하다. 따라서 효과적인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는 생산 측면의 효율과 전략 측면의 효율 사이에서의 각 국 실정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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