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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혁신기술] 유전자 편집 통해 맞춤 제거하는 면역공학

2016-04-11MIT테크놀로지리뷰




유전자 조작 면역세포가 암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또 더 큰 미래를 열 수도 있다.

● 무엇이 혁신인가?
암을 제거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킬러 T세포

● 왜 혁신인가?
면역체계를 변형해 암, 다발성 경화증, HIV를 치료할 수 있다.

● 누가 주도하나?
셀렉티스, 주노테라퓨틱스, 노바티스



레일라 리처즈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 소녀다. 수차례의 화학요법과 한 번의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렇지만 암은 끈질겼다.

지난해 6월 겨우 첫 돌을 맞은 아이의 상태는 심각하게 악화됐다. 부모는 전혀 방법이 없느냐며 애원했다. 사실 있었다.

영국 런던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병원의 냉동고에 백혈구 세포가 담긴 바이알(시약 등을 담는 작은 병)이 보관돼 있었던 것.

혈액암을 찾아 파괴하도록 유전자 변형을 한 이 세포는 아직 실험 승인을 받지 않았다.

치료용 세포 중 가장 광범위하게 변형된 이 세포는 네 차례의 유전자 변화를 거쳤고 그중 두 번은 최신 유전자 편집 기법을 사용했다.

얼마 후 그레이트오몬드병원 의료진이 셀렉티스에 전화를 걸었다.

맨해튼 동부에 있는 프랑스 기업 셀렉티스는 살아있는 세포의 DNA를 자르거나 수정하는 탈렌이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항암 치료제를 개발했다.



안드레 촐리카 셀렉티스 CEO는 “의사가 전화로 ‘T세포도, 다른 대안도 없는 아이가 있다’며 품질관리 실험 때 만든 바이알 하나를 쓸 수 있을지 물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의료진은 레일라가 임상실험 참여자가 아니라 실제 약을 투여받는 ‘특별한’ 환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동안 쥐 실험만 했던 이 치료를 쓰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실패하면 회사의 주가와 평판이 추락할 것이고, 성공한다 해도 규제당국의 눈 밖에 날 수 있었다.

촐리카는 “생명을 살리느냐, 나쁜 소식을 듣느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2011년 뉴욕과 필라델피아 의료진이 면역체계의 킬러세포라고 알려진 T세포 제어 방법을 발견하자 셀렉티스는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사람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 백혈병의 영향을 받는 혈액세포를 공격하도록 바이러스를 통해 DNA 지시를 전달한 것.

이 기법을 3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높은 완치율을 보였다. 수십 개의 제약회사와 생명공학 회사가 비슷한 치료법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셀렉티스가 만든 T세포는 적용범위가 폭넓다는 게 장점이다.

예전의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세포만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레일라 같은 어린아이는 T세포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예견한 셀렉티스는 ‘보편적인’ T세포 공급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제공받은 세포를 고도로 쉽게 변형시키는데 유전자 편집기법을 사용한 것. 회사는 새로운 DNA를 주입하고 외부 분자를 인식,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T세포의 수용기를 제거했다.

“T세포는 목표물을 매우 잘 없앤다. 문제는 T세포를 다른 사람에게는 주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T세포는 주인이 아닌 사람의 몸은 자신이 아니라고(non-self) 인식, 모든 것을 공격하고 결국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그레이트오몬드병원 냉동고에 보관하던 세포처럼 유전자 편집을 통해 T세포를 분해하면 그럴 위험이 거의 없어진다. 혹은 그러길 모두가 바랐다.

지난해 11월,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 아동병원은 레일라가 완치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언론은 용감한 아이와 대담한 의료진을 다룬 훈훈한 기사를 앞 다퉈 내놨다.

이 소식이 1면을 장식하자 셀렉티스의 주가는 치솟았다. 2주 후, 제약회사 화이자와 세르비에는 4000만 달러를 내고 치료제 권리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레일라 사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일부 암 전문가들은 변형 T세포가 완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일라의 회복 덕분에 면역공학이 주목을 받았다. 또 면역체계 제어 및 조절의 발전이 암 치료의 획기적으로 혁신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치료제는 HIV, 관절염, 다발성경화증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드러난 킬러
인간의 면역체계는 대자연의 ‘대량살상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T세포 등 주요 세포형을 수십 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면역체계는 처음 접한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켜내고 암을 억제하며(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의 조직은 대부분 해치지 않는다.

게다가 모든 백신의 기초가 되는 기억력까지 갖췄다.

100년도 더 전에, 미국의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는 예상치 않은 감염이 종양을 없앨 수 있음을 발견했다.

콜리는 연쇄상구균을 배양, 암환자에 투여했고 일부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1893년 발표한 그의 발견은 면역체계가 암과 대립해 싸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원리는 최근까지 미지의 영역이었고 암 면역요법은 실패작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면역체계와 종양세포의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분자구조를 조금씩 파악해나갔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약회사와 연구소가 그동안의 발견을 바탕으로 면역체계의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4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종양세포와 면역체계 관계의 특징 전반을 이해하게 됐다. 이 관계에 개입해 치료 효과를 내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다섯 살짜리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명사가 있고, 동사가 있다는 건 알지만,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MIT 코흐통합암연구소 생물학자로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필립 샤프의 말이다.

그중 가장 극단적인 연구는 T세포 자체의 유전적 명령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는 탈렌이나 더 최근에 개발된 크리스퍼 같은 유전자 편집 기법을 통하면 더욱 쉽다.



지난해 에디타스메디신과 인텔리아테라퓨틱스 같은 유전자 편집 스타트업이 T세포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제프리 블루스톤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원은 이를 ‘최적의 조합’이라고 평가한다.

“면역세포는 그 자제만으로도 좋은 기계지만 더 잘 작동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그리고 면역학과 관련된 수차례의 노벨상 수상)를 통해 T세포가 침입자를 인지하고 제거하는 방식 등 수많은 사실을 발견해왔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T세포는 거의 동물적인 행동양상을 보인다. 기어다니고, 탐사하고, 다른 세포를 잡아 독성 과립을 쏜다.

“이 세포들이 자율적이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서 다행이다. 면역세포들은 다른 세포와 대화하고 독을 전달하며 미세 경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전환한다. 또 기억하고, 자기 자신을 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면역세포는 마치 작은 로봇 같다.”

캘리포니아대 합성생물학자 웬델 림의 설명이다.

현재 림은 그가 ‘합성 면역학’이라고 이름 붙인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미래형 T세포를 생산했다. 아직 생쥐를 대상으로만 실험한 이 세포는 특정 약물을 첨가해야만 목표물을 찾아서 공격한다.

림이 ‘리모콘’이라고 부르는 이 기능을 이용하면 세포가 특정 위치와 시기를 골라 공격하도록 할 수 있다.



그가 설계한 또 하나의 T세포는 2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암세포에서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다른 표지를 확인해야만 해당 세포를 죽인다.

이중 승인 방식과 마찬가지다. 림은 이를 감각회로(sensing circuit) 또는 ‘구글 고급검색’과 같다고 본다.

이런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T세포가 간, 폐, 뇌의 종양을 목표물로 삼도록 하는 것이 위험하고, 실험 중 일부 환자가 목숨을 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군의 포격’이다. 암세포만 공격하게 하는 쉬운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림은 자신의 편집 기법을 상업화하기 위해 셀디자인랩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얼마나 투자를 확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T세포 연구 종사자들이 모두 놀랄 정도의 금액이 이 기술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와우’같은 감탄사 외에는 달리 표현할 법이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치료검색’ 서비스
면역요법을 확산하려면 세계 최대 제약사뿐만 아니라 기술기업도 필요하다.

샤프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은 MIT에서 면역 종양학자 및 생명공학자들과 두 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구글이 어떤 방식으로 이 분야에 참여할 수 있을지 생각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구글이 종양 세포의 DNA 샘플을 잇달아 수집하는 기법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방식은 면역세포가 종양 내에서 실제 어떤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 면역세포를 제어할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구글의 라이프 사이언스 부문 기업인 베릴리는 아직 암 면역요법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필자는 뉴욕에서 마운트시나이병원과 의대에 소속된 실험실을 운영하는 페이스북 출신의 제프리 해머바커를 만났다.

지친 외과의사 사진이 벽에 걸려있는 것을 빼면 혈액이나 장기와 관련 있는 것이라곤 없는 해가 잘 드는 작업실에서 12명의 프로그래머와 함께 T세포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는 환자 암 속의 DNA 염기를 해석, 이를 기반으로 킬러T세포의 반응을 이끌어낼 방법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마운트시나이의 임상실험은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실험 참여자들은 해머바커의 소프트웨어가 암을 공격하도록 T세포를 훈련시킬 것으로 예측한 이상단백질을 복용할 예정이다.

제프리 해버바커는 “우리가 식품의약국에 제출한 것이 분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이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라며 “(임상실험이 성공하면) 프로그램이 치료제가 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주노테라퓨틱스는 1억2500만 달러를 들여 개별 T세포의 DNA 염기배치를 분석하는 앱바이트로를 인수했다.

주노는 암 세포 내에서 활성화된 T세포를 포착, 이들의 수용체를 연구하려 한다. 주노 수석과학자 하이암 레비츠키는 그동안 7개월이 걸렸던 실험을 이제 7일 만에 완료할 수 있다고 한다.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다. 실험은 평균 100GB에 달하는 정보를 생성한다.

그는 “많은 것이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며 “오래 전부터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질문의 답을 신기술을 통해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암을 넘어서
3월에 화이자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최근 변형 T세포 제작에 나선 샌프란시스코 생명기술사업의 수장으로 존 린을 임명했다.

화이자는 레일라의 완치소식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셀렉티스와 협상했지만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는 아이가 호전됐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그는 말한다.

존 린은 “언론 공개는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린은 수년에 걸친 연구가 드디어 실제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며 이 치료법이 백혈병과 암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 세포 변형이라는 원리는 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면역체계가 움직이고 이동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세포변형을 위한 가장 편리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당뇨, 다발성경화증, 낭창 등 자가면역질환 연구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 감염질환도 T세포 편집 기술자들의 레이더망에 있다.

HIV가 인간세포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밝히는데 도움을 준 미국 국립보건원의 바이러스 학자 에드워드 버거는 바이러스를 영구적으로 억제하는 것, 소위 ‘기능적 완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2월부터 유인원 HIV를 자기 복제하는 세포를 찾아 파괴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T세포를 원숭이에게 주입할 예정이다.



과정은 이론만큼 간단하지 않다.

버거는 앞으로 수 년간 실수와 재수행을 반복해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이 실험은 일시적으로 인체의 T세포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부담이 큰 약을 복용할 환자나 원숭이가 있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꽤 급진적인 치료법”이라는 버거 박사는 “구순포진 같은 데 이런 치료법을 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지금까지 HIV치료가 많은 진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더 개선된 방법이 필요하다.

HIV는 치료 후에도 몸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평생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을 복용해야 한다.

면역공학을 도입하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버거는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바이러스를 영구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암 연구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백혈병을 치료한 아이디어를 빌려와 확장하려 한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을 고치기 위해 면역체계를 변형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감염질환 중 가장 좋은 후보자는 HIV다. 에이즈 환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치료법을 갈망하고 있다. 이상적으로, 단 한 번만으로 충분한 그런 치료법 말이다.”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M 제36호(2016년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