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알파고는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아니다."

2016-03-22장길수 로봇신문 국장
▲ 장 크리스토프 베일리
(▲ 장 크리스토프 베일리)
프랑스의 로봇 및 인공지능 전문가, ‘장 크리스토프 베일리(Jean-Christophe Baillie)’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알파고’가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란 관점에서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소셜 미디어인 링크드인을 통해 처음 소개했으며 공학전문 매체인 ‘IEEE스팩트럼’이 객원 칼럼으로 이를 게재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장 크리스토프 베일리는 차세대 가상현실 서비스인 온라인 월드를 개발하고 있는 노바쿼크(Novaquark)의 CEO이자 창업자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페퍼의 개발사로 유명한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의 '과학담당 임원(Chief Science Officer)'으로 재임하면서 AI연구소를 이끌었다. 또 2012년 알데바란이 인수한 로봇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고스타이(Gostai)'를 창업한 인물이기도 하다. 베일리는 ‘범용 인공지능’이 4가지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위자(사람 또는 로봇)가 주변 세계에서 획득한 정보를 구조화 하는 능력 △구조화된 정보를 실제 세계와 연결하는 능력, 즉 ‘의미(meaning)'를 만드는 능력 △’의미‘를 다른 행위자와 공유하는 능력(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능력) △동기를 내재화 하는 능력 등이다. 주위 환경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 면에서 보면 알파고는 매우 잘 만들어졌다고 그는 평가한다.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구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알파고가 갖고 있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에 덕분이다. 특히 GPU를 통해 병렬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구조화된 정보를 실제 세계와 연결하는 능력 측면에서 알파고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보를 실제 세계와 연결하는 것은 ‘의미’를 만들고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게 베일리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베일리는 인공지능을 로보틱스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체화의 문제(Embodiment problem)'라고 칭한다. 즉 로보틱스 없는 인공지능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물들이 생김새에 따라 다른 지능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체화 형태가 다르면 인공지능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사람은 우리 몸의 각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제 세계에 각 부분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 스스로 공간과 거리, 색 등에 관한 생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 J.케빈 오리건이란 공학자는 ‘감각운동이론(sensorimotor theory)’을 통해 이 분야의 이론을 정립했다. 오리건에 따르면 우리는 감각운동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한 후 비로서 보다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범용 인공지능 개발에선 ‘문화’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아주 극소수의 동물은 수세대를 거쳐 축적한 능력을 통해 '문화'의 단순한 형태를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지식의 기하급수적인 습득'을 통해 문화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문화는 지능의 필수적인 촉매제로 작용한다. 문화적으로 상호 교감하는 능력없이 인공지능은 성취될 수 없다는 게 베일리의 주장이다. 문화는 기계에 코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쟝 피아제’ 같은 발달심리 교육학자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문화적인 능력을 습득하는지 연구해 왔다. 현재 로봇과학자들은 발달심리학과 같은 방식의 접근을 로봇 연구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종의 ‘발달 로보틱스‘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언어를 배울 때 구문론적인, 그리고 문법적인 번역 과정을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봇 연구에도 이 같은 접근법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말을 배울 때 알파고 처럼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깨닫는다. 이를 심리학이나 언어학에선 ’동시 학습(instantaneous learning)‘이라고 부른다. 로봇 과학자들이 로봇에게 문법, 제스처, 문화적인 관습 등을 가르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베일리는 ‘내적 동기화(intrinsic motivation)’에 관한 문제를 지적한다. 인간은 배가 부르고 안전하다고 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다시 배고파지기 전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무엇인가를 시도한다. 내재된 호기심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학습 욕구를 배가시키는 ‘호기심’에 관한 수학적인 공식을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내재화된 동기를 로봇에 접목한다면 범용 인공지능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일리는 최근 AI분야에서 놀라운 기술적인 진전이 이뤄지면서 의료, 환경 보호, 학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적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딥러닝이 결코 진짜 인공지능을 위한 ‘마법의 탄환(silver bullet)'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의 복잡성과 문화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을 이해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이 결국 인공지능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