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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팔 제품만 있으면 돈 빌려준다...공급망금융

2016-03-24민기식 씨코포스 대표
광의의 공급망금융(Supply Chain Finance, SCF)은 물품을 생산·공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운전자금을 공급자에게 보다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한 금융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최근 영국, 미국, EU 등에서는 중소·창업기업의 자금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급망금융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2012년 10월 영국 캐머런 행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고용창출 지원을 위해 ‘공급망금융 이니셔티브(Supply Chain Finance Initiative)’를, 2014년 7월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공급자지불 이니셔티브(SupplierPay Initiative)’를 각각 발표하고 추진한 바 있다. 이는 중소·창업기업의 공급대금 회수과정에서 수요자인 대기업의 신용을 활용, 공급망금융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유럽은행연합회는 ‘SCF 유럽 시장 가이드(Europe Market Guide)’를 발표하면서 유럽에서의 공급망 금융 표준화와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거래물품 담보로 자금 공급 그러나 국내의 경우 광의의 공급망 금융에 해당하는 기존의 구매자금 대출, 역구매자금 대출, 신용장 거래 등은 기본적으로 거래 당사자의 신용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므로 영세한 중소·창업기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에서도 공급망 금융은 최종적으로 자금을 상환할 구매자(대기업)의 신용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거래물품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한다. 이 때문에 기술성· 시장성· 혁신성을 보유한 상품의 경우 거래 당사자의 신용보다는 거래대상 물품 자체의 현금창출 능력과 시장성을 중심으로 파이낸싱이 이뤄지는 기법으로 점차 그 의미가 좁혀지고 있다. 또 이러한 동산담보는 적기에 담보권 실현이 어려우므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기기의 위치 및 정상 가동여부 등을 모니터링 함으로써 물품의 현금창출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용보다는 거래대상 물품의 시장성을 중심으로 파이낸싱이 이뤄진다. 그러므로 특화된 기술을 갖고 혁신적이면서 시장성이 검증된 상품이라면 자금 공급이 이뤄지는 혁신적인 금융신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개인·법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IoT의 사물간 통신시장을 주목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과 법인이 이미 통장, 카드, 대출, 예금 등 모든 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시장에 한계가 있으나, 혁신적인 상품은 지금도 끊임없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업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급망 금융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은 거래대상 물품에 스마트태그를 부착하고 담보등기 및 관리를 함으로써 KT ENS나 모뉴엘 사건처럼 매출채권 사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매출채권 담보대출처럼 자금의 목적보다는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여신이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공급망금융은 자금의 사용 목적에 명확하게 매칭되는 혁신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급망금융의 기본 구조
(공급망금융의 기본 구조)
금융사·수요자·공급자 윈윈 가능 공급망금융을 통해 금융회사들은 개인이나 법인이 아닌 사물을 주체로 한 혁신적인 신상품과 신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중소·창업기업은 기술성·시장성·혁신성을 갖춘 상품을 보유한 경우 새로운 파이낸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금융시장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열회수처리장치를 공급하는 A사는 사용하고 버려지는 온수에서 열을 회수해 다시 온수를 공급, 에너지 비용을 30% 이상 절약하는 혁신적인 기기를 약 1억5000만 원에 판매한다. 안산공단 염색업체들이 업체당 평균 연간 15억 원어치의 온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장치를 활용하면 연간 5억 원의 온수 절감이 가능해지므로 기기의 투자회임기간은 3~4개월이면 끝난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고 중소기업이 당장 1억5000만 원을 지불하기는 만만치 않으므로 판매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 왔다. 그렇지만, 공급망금융을 이용해 무료로 기기를 설치하고 절감되는 에너지 비용을 A사와 염색업체가 50%씩 공유하게 되는 경우, 염색업체는 초기 투자 없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A사는 연간 2억5000만 원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으며 금융회사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갖는, 모두가 윈윈하는 사업모델이 가능해진다. 물론 초기 설치비용은 금융회사가 지원하고 기기를 담보로 취득한 후 위치추적기, 정상가동여부 등을 모니터링 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 하고 A사가 공유하는 에너지 절감액을 에스크로계좌를 통해 선상환 받는다. 유럽은행연합회의 SCF 유럽 시장 가이드 작성자인 올리버 벌린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세계 공급망금융시장은 2750억 달러(약 332조 원)로 추정되고 향후 2020년까지는 연간 20~30%, 2020년 이후에는 연간 10%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 세계시장 규모와 성장속도는 올리버 벌린의 추정규모를 상회해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ICT 강점 가진 한국 빠른 성장 기대 국내에서는 2012년 동산담보법 시행, 2014년 동산담보 인터넷 등기 시작 등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이나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필자의 회사인 씨코포스가 한국형 공급망금융이 가능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고, 공급회사는 운전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구매회사는 유동성 확보가 쉬워지는 공급망금융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의 경우 거래대상물품을 관리감독기업이 감시하는 방식이지만, 국내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감안할 때 해외보다 혁신적인 공급망금융 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하다. 해외에서 시작된 공급망 금융이지만, 국내의 ICT 인프라, 쌍봉세대 은퇴에 따른 창업 열기,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 등을 감안할 때 국내의 공급망금융이 해외의 그것을 넘어서 한국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데 기여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자리 잡아 갈 것으로 기대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5호(2016년3월) 기사입니다>